“시진핑, 미중 정상회담서 시간벌기 모색할 것”-MERICS
14~15일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목표는 미·중 관계를 안정시키고 시간을 버는 것이며 무역, 기술, 대만, 이란 같은 다른 지정학적 긴장까지 아우르는 근본적인 ‘빅딜’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전망이 나왔다. 미·중 양측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는 당면 과제에 대한 제한적 합의라는 것이다.
유럽 싱크탱크인 메르카토르 중국학연구소(MERICS)는 13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주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임박한 회동은 필연적으로 누가 승자가 될 것인지를 둘러싼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무역, 기술, 대만, 이란 같은 다른 지정학적 긴장까지 아우르는 근본적인 ‘빅딜’ 가능성은 매우 낮다. 대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두 지도자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는 당면 과제에 대한 제한적 합의다. 예컨대 중국의 미국 시장 접근을 유지하고, 미국으로 향하는 희토류에 대한 중국의 수출통제를 안정화하는 방안 등이 될 수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의 핵심 목표는 미·중 관계를 안정시키고 시간을 버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미국이 관세, 수출통제, 기타 조치를 다시 강화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시진핑은 이러한 조치들이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고 본다. 시간을 버는 일은 시진핑 의제의 핵심이었던 광범위한 자립 노력에 매우 중요하다. 이는 해외 기술, 금융,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외부 압력을 견딜 수 있는 중국의 능력을 강화하는 것을 뜻한다. 에너지 안보부터 중국에 대한 미국의 병목 압박을 극복하기 위한 기술적 돌파구, 군 현대화 완성에 이르기까지 시진핑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트럼프의 목표는 매일 달라지지만, 대체로 중국과의 미국 무역적자를 줄이고, 미국의 공급망 다변화 노력이 결실을 맺을 때까지 중국산 희토류에 대한 접근을 확보하며, 11월 의회 중간선거를 앞두고 여론을 끌어올릴 수 있는 합의를 가져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정상회담의 의제와 분위기를 정하는 데 있어 트럼프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이는 워싱턴이 양국 관계를 지배하는 상당수 관세와 수출통제를 여전히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 확전을 막는 제한적 합의도 베이징에서는 승리로 간주될 것
중국이 시간을 벌려 한다는 점에서, 베이징에 일정한 비용이 따르더라도 확전을 막는 제한적 합의는 중국 입장에서 승리로 여겨질 것이다. 시진핑은 트럼프에게 눈에 보이는 ‘승리’를 안겨줄 수 있다. 트럼프 1기 때인 2020년 ‘1단계 무역합의’에 담겼던 것처럼,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과 제조품을 대규모로 구매하겠다고 약속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번에는 원자재 구매에 대한 새로운 약속, 펜타닐 전구체(前驅體) 통제 약속, 미국 투자자에 대한 시장 접근 개선 등이 양보안에 포함될 수 있다. 시진핑은 희토류 수출통제도 완화할 수 있다. 어차피 필요하면 언제든 다시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을 관리하기 위한 이른바 ‘무역위원회’ 구상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권한 범위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공공조달용 상품 거래나 원자재 구매를 관리하는 데는 원칙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그러나 민간 기업 간 대부분의 B2B 거래, 특히 소비자가 구매하는 상품에까지 무역위원회 승인을 받도록 한다면 글로벌 가치사슬은 사실상 마비되고 실행 불가능해질 것이다.
이 같은 전술적 양보는 시진핑이 물러서지 않을 전략적 쟁점을 가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트럼프가 요구하는 무역적자의 심층적 재균형을 맞추려면 중국은 시진핑이 구축한 경제 모델 자체를 되돌려야 한다. 베이징은 가계소득 증대보다 산업 투자를 우선시하며, 그 결과 과잉생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소득 증가가 정체된 상황에서 중국 소비자들은 미국 상품을 더 많이 살 여력이 없다. 베이징은 국유기업에 미국산 원자재를 더 많이 사라고 지시할 수는 있다. 하지만 미국 무역적자를 ‘고치는’ 데 도움이 되는 이런 상징적 조처 외에는 중국이 많은 일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경제 마찰은 전혀 다른 두 정치경제 체제의 충돌을 반영
이 모든 것은 핵심 쟁점을 분명히 보여 준다. 양측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상상할 수 있는 어떤 합의도 양국 관계를 움직이는 더 깊은 힘을 다루기에는 지나치게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경제적 마찰은 전혀 다른 두 정치경제 체제의 충돌을 반영한다. 미국은 여전히 비교적 열린 시장, 민간 자본, 제한적 국가 개입을 지향한다. 반면 시진핑은 중국을 정반대 방향으로 이끌어 왔다. 더 강한 국가 통제, 산업정책, 보조금을 받는 국가 대표 기업, 경제에 대한 더 엄격한 정치적 감독으로 나아간 것이다. 정상회담의 제한적 결과가 무엇이든 이러한 근본 요인은 계속 남을 것이다.
지정학적 갈등 지점에서도 합의에 도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안, 중국과 대만 간 불안정, 중국과 일본 간 긴장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경제 영역과 마찬가지로 미국에 유리한 정상회담 결과가 나오려면 베이징이 인도·태평양에 대한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군 현대화 속도를 늦추며, 외교정책을 재고해야 한다. 트럼프는 다시 중국에 테헤란을 압박해 호르무즈해협을 재개방하도록 요구할 것이며, 중국의 핵전력 증강과 대만 압박을 비판할 수도 있다. 반면 시진핑은 이란 문제에 대한 협조를 대가로 트럼프가 대만에 관한 미국의 표현을 바꾸거나 완화하도록 만들려 할 것이다. 미국의 대만 정책 변화는 매우 중대한 일이겠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 변화가 없더라도 이란과 대만 문제를 대체로 의제에서 제외하거나, 논의를 각자 입장을 교환하는 수준으로 제한하는 것만으로도 시진핑에게는 충분한 승리가 될 것이다.
중국은 ‘트럼프 대응 전략’을 계속 실행할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베이징은 지금까지 성공적이었던 ‘트럼프 대응 전략’을 계속 실행할 것으로 보인다. 시간을 벌면서 자국의 입지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미·중 정상회담을 지켜보는 유럽인들은 자신들이 중국과의 관계에서 무엇을 기대하는지 자문해야 한다. 대중국 수출 붕괴와 중국의 제조업 과잉생산으로 인한 수입 급증은 유럽의 제조업을 쇠퇴시킬 수 있어 위협적이다. 동시에 베이징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을 가능하게 하는 방식으로 러시아를 계속 지원하고 있다. 유럽 지도자들이 다음에 베이징을 방문할 때는, 시간은 그들 편도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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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작은 ‘공동 승리’만으로도, 예컨대 미국이 기술과 관세에서 일정한 약속을 하는 대가로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에서 미국을 예외로 인정하는 정도의 합의만으로도 워싱턴과 베이징은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릴 여유를 얻게 된다. 이는 트럼프가 다시 유럽을 압박하고, 시진핑이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줄이려는 유럽연합의 야심을 좌초시키기 위한 노력을 재개할 수 있음을 뜻한다. 반대로 미·중 협상이 결렬돼 무역·기술 전쟁이 다시 격화된다면, 유럽은 재개될 가능성이 큰 관세 인상, 반도체·AI·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통제 확대, 공급망 분절화의 십자포화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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