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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도 '카뱅 마통' 기웃…2000만원 신용대출 누구코에 붙이나요?(종합)

최종수정 2020.10.29 15:40 기사입력 2020.10.2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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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 '한도 제한' 은행원…타사 대출상품 가입 불가피

은행원도 '카뱅 마통' 기웃…2000만원 신용대출 누구코에 붙이나요?(종합)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A시중은행 차장인 김진명(43ㆍ가명)씨는 최근 급전이 필요해 연 금리 2.64%의 카카오뱅크(카뱅) 신용대출 상품을 이용해 3500만원을 빌렸다. 본인이 다니는 은행에서도 대출이 가능하지만 필요한 자금에는 한도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은행 본사 앞으로 영업을 나온 타 은행 대출 상품을 이용했지만, 은행보다 카카오뱅크 한도가 더 높고 금리는 낮아 '카뱅' 고객으로 갈아탔다. 김 씨는 "남들은 은행빚 내서 투자한다는데 은행원은 규제 때문에 오히려 대출받기가 더 어렵다"면서 "은행원들 사이에서 비대면으로 손 쉽게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는 '카뱅 마통(마이너스 통장)' 이용이 대세"라고 토로했다.


은행원들이 대출 한도 규제로 인해 인터넷전문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있다. 자사 대출로는 부족한 자금을 상대적으로 저금리인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융통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엄격한 내부통제 규제로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불만과 함께 1998년 법이 적용된 만큼 소득과 물가상승률 수준에 맞춰 한도를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직원들은 은행업감독규정 때문에 최대 2000만원까지만 직장 안에서 빌릴 수 있다. 은행업감독규정은 제6절 금지업무의 영위 내 제56조(은행 임직원에 대한 대출)에서 일반자금대출은 2000만원 이내, 주택자금대출(일반자금대출 포함)은 5000만원 이내로 한도를 정해놓고 있다.

은행원도 '카뱅 마통' 기웃…2000만원 신용대출 누구코에 붙이나요?(종합)


"은행 다닌다고 대출 잘 받는 시대는 갔다"
은행업감독규정 때문에 2000만원 이상은 타은행 대출 이용해야

은행 직원이기 때문에 자금 융통이 쉬울 것이란 얘기는 옛 말이 됐다. 한 때 은행들은 임직원들에게 연 1%대의 신용대출을 해주며 초저금리 우대 혜택을 주기도 했지만 지금은 일반 고객들과 같은 금리를 적용받는 것은 물론, 은행업감독규정 때문에 최대 2000만원밖에 빌릴 수 없다. 억대 연봉을 받는 직원들이 수두룩한 은행에 다니고 신용등급도 1등급이지만 2000만원 이상을 빌리려면 타 은행 대출 상품을 기웃거려야 하는 이유다.


비대면이 가능하다는 특성상 하나은행의 하나원큐 신용대출 상품도 카뱅 만큼 은행원들 사이에서 인기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1~8월 금융기관 종사자 신용대출 증가율은 하나은행이 32.3%로 5대 은행 가운데 가장 높았다.하나은행은 직군별 신용대출 평균금리 가운데 금융기관 종사자를 2%대로 설정해 놓고 있다.

은행원도 '카뱅 마통' 기웃…2000만원 신용대출 누구코에 붙이나요?(종합)


"시대에 뒤떨어진 역차별" VS "금융사고 막으려면 유지돼야"

은행권에서는 '영끌' '빚투'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대출이 일상화된 시대에 살면서 은행 임직원에 대한 신용대출을 2000만원까지로 제한하는 제약은 오히려 시대에 뒤떨어진 역차별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상당수 은행원들이 2000만원 한도로 신용대출을 받고 추가로 돈이 필요해 타 은행 대출상품을 이용 중이다.


한 은행 고위 임원은 "은행권 내에서는 카뱅 주요 고객이 은행원들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며 "은행 임직원들은 금리가 낮은 대출 상품을 고객에게 팔면서도 정작 자신은 상품에 가입하지 못하고 타 은행 대출 신청서에 서명을 해야 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은행원은 "은행 임직원에 대한 대출 규정은 1998년 IMF 외환위기 때 은행업감독규정이 만들어진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며 "임직원들의 금융사고를 막기 위한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실에 맞게 한도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켠에서는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임직원 대출한도 제한이 유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반 고객과 똑같은 조건과 금리를 적용받아 대출을 받더라도 동료 직장인이 대출 심사를 하는 이상 대출 행위 자체가 무언의 압박으로 작용해 금융사고가 터질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은행들이 신용대출 역차별 위기에 놓인 임직원들을 위해 일정 규모를 전세자금으로 지원하고 계약에 참여하는 임차사택 등의 복지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 역시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계약하는 전세 주택의 가격 한도를 서울 최고 1억5000만원 정도로 제한해 놓은 은행들이 많아 전세가격이 급등한 현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근로자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000만원을 넘었다. 40대 평균 대출액이 6205만원으로 가장 많고 30대(5616만원), 50대(5134만원) 순이다. 소득 구간별로는 3000만원 미만 임금근로자의 평균대출은 2625만원이지만 1억원 이상은 1억5151만원을 기록했다. 대기업에 종사하는 임금근로자의 평균대출은 6688만원으로 1년 전보다 8.4% 늘었다. 산업별로는 금융 및 보험업 임금근로자가 859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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