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예고' 낙태죄 개정안 반대 목소리… 정부는 원안 입법 강행할 듯
낙태 전면 허용 기간 헌재 법정의견 제시한 22주보다 짧은 14주 선택
사회경제적 사유 추정 위한 상담·숙려기간도 비난 대상
개정법 시행 전 헌재에 위헌소원 제기될 가능성 높아
낙태죄 처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지난해 4월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헌재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이현주 기자] 정부가 낙태죄 처벌 조항을 확정해 입법예고하며 연내 법 개정 방침을 밝혔지만 논란은 이제 시작이다.
낙태죄에 대해 강력한 의견 표시를 하는 측은 전면 폐지 혹은 전면 허용 둘 중 하나인데, 정부 안은 양쪽 모두에게 불만인 '절충안'에 가깝기 때문이다.
정부가 '임신 14주'로 허용 시기를 한정해 '임신 22주'를 제시했던 헌법재판소의 법정의견과 다른 결정을 한 것도 논란거리다.
아울러 정부안에 허용 사유로 '사회경제적 사유'를 추가하면서 '보건소 등의 상담 절차'를 사유 추정 요건으로 규정한 것도 "헌재 결정의 취지에 반한다"는 비난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관계부처 간 논의를 거쳐 확정된 정부안의 입법을 강행할 방침이어서 다시 헌재에서 개정안의 위헌성이 다퉈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법무부는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와 공동으로 낙태죄와 관련된 형법ㆍ모자보건법 개정안을 7일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형법 개정안은 임신 14주까지 낙태를 전면 허용하고 15주~24주까지는 종래 허용되지 않았던 사회경제적 사유를 포함에 일정한 조건 하에 허용하게 했다.
개정안은 또 임신한 여성이 모자보건법이 정한 상담 절차와 24시간의 숙려기간을 거쳤을 경우,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는 낙태를 원하는 여성을 회유하는 절차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여성계에서 나왔다.
지난 4월 헌재는 여성의 자기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1항과 의사의 낙태를 처벌하는 같은 법 제270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그러면서 태아의 독자적 생존 가능 시점인 임신 22주 내에서 임신한 여성이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낙태 허용 주기를 결정하라는 기준을 제시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당시 소수(3인)의견이 제시했던 임신 14주내 전면 허용 의견을 입법에 반영하는 결정을 했다.
법무부 역시 그간 낙태죄 폐지에 반대 입장을 취해온 점이나 낙태 허용범위 확대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종교계 등 입장을 고려해, 헌재의 위헌 결정 취지를 전적으로 수용하기에는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헌재가 지적한 '전면적ㆍ일률적 처벌'이라는 위헌성을 제거하는 데 일단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낙태죄 전면 폐지'로 가기 위한 초기 수순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사문화' 되다시피 한 낙태죄 조항을 유지하고 허용범위만 확대함으로써, 개정안이 제시한 24주 이후 낙태는 앞으로 무조건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법조계는 회의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여성ㆍ시민단체 연합인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은 8일 낙태죄 전면 폐지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 방침이다.
나영 모낙폐 공동집행위원은 "많은 성폭력 피해자가 가해자 기소, 유죄 사실을 확인하다 임신 주수를 넘기는 경우를 많이 봐 왔다"며 "프랑스도 숙려기간을 뒀다 2015년 모두 삭제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경제적 사유가 추가된 것에 대해선 "입증책임을 또 여성에게 지우는 것"이라고 했다.
낙태죄 폐지를 반대해 온 측은 이번 법안이 낙태 전면 허용과 동일한 효과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국내 낙태의 98%가 임신 12주 이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배정순 프로라이프 여성회 대표는 "사회경제적 사유라는 것이 사실상 모든 조건이 될 수 있어 24주까지는 전면적으로 낙태를 허용한 셈"이라고 했다.
이처럼 논란이 더욱 거세질 태세지만 정부는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상정 등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진행해 연내 법 개정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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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5개 부처가 논의를 거쳐 만든 법안인 데다,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 등을 추가로 열기 어려운 사회 분위기도 이유로 댔다. 때문에 개정법이 시행되기 전, 헌재에 헌법소원(법령위헌소원)이 제기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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