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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역사 ABN암로의 눈물…상품무역 금융사업 접은 글로벌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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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수익 급감·사기 스캔들 등 휘말려…업계 "개인 아닌 시장의 실패" 충격
BNP파리바 등 글로벌 은행의 상품무역 금융사업 철수 잇따라
소비자 부담 가중·시장 편중 우려

ABN암로은행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ABN암로은행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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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네덜란드 ABN암로은행이 2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상품무역 금융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하면서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상품무역 금융은 에너지, 농산품, 원자재 등 상품시장에서 무역업자들을 대상으로 자금을 빌려주고 이자 등을 챙기는 구조다. 이 분야에서 오랫동안 영업해온 ABN암로가 수익 부진을 이유로 사업을 접는 것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현지시간)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ABN암로는 최근 "수년간 용인할 수 있는 리스크 수준에서 필요한 수익을 거두지 못했다"면서 관련 사업의 종료를 선언했다. 이 은행은 지난 2분기 상품무역분야에서 500만유로(약 6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6억9300만유로의 순익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분위기가 반전한 것이다. 지난 4월 싱가포르 상품무역회사인 힌레옹의 파산 신청 후 타격을 입은 데 이어 각종 상품무역 금융사업에서 손실이 잇따른 결과다.

이 회사의 상품무역금융사업의 역사를 잘 아는 업계에서는 사업 철수 결정에 "쇼킹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ABN암로는 1824년 당시 네덜란드 국왕인 월리엄1세가 동인도식민지에 자금을 대기 위해 만든 네덜란드 은행에 뿌리를 두고 있다. 대공황 등 위기 때도 결코 중단한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 S&P는 "ABN암로는 ING그룹과 라보방크, BNP파리바, 소시에테제네랄, 크레디아그리콜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상품무역 금융을 담당해왔던 곳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ABN암로의 관련 사업 철수 결정으로 향후 3~4년간 약 800명의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글로벌 은행들이 잇달아 상품무역 금융 사업을 접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ABN암로와 함께 프랑스 BNP파리바은행이 지난달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으며 호주뉴질랜드(ANZ)은행도 현재 이뤄진 계약만 유지한 채 신규 계약은 맺지 않기로 했다. 또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싱가포르 사무소에서 이뤄지던 아시아 상품무역 관련 금융 업무는 중단했다. ING그룹은 관련 사업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상품무역 금융에 있어 큰손들이 점점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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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은행들이 이 분야 사업을 접는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 감소다. S&P 소유 리서치회사인 코얼리션이 집계한 결과 글로벌 은행들이 거둬들인 상품무역 관련 금융 수익은 2015년 63억달러(약 7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47억달러로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수익은 17억달러에 불과해 지난해보다도 더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몰아치면서 2분기 감소 폭은 40%에 달했다.

유가가 폭락한 데다 무역 자체가 얼어붙고 제조업 경기 악화로 원자재 수요가 줄면서 주요 무역상들의 사정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무역상 힌레옹 파산 외에 아랍에미리트(UAE)의 에너지 무역상인 GP글로벌그룹도 연료 수요 감소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HSBC 상품무역 금융 담당 임원인 장 프랑수아 랑베르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부터 저금리와 규정 강화 여파로 이 분야의 수익성이 크게 줄었다면서 다른 은행들도 ABN암로의 결정을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 큰 문제는 상품무역시장에 불신이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상품시장에서 무역상들은 은행들이 신용을 보증하기 위해 발행하는 신용장을 토대로 거래한다. 특히 같은 종류의 상품을 거래할 경우 자동 갱신, 사용 가능한 회전신용장(RCF)을 기반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품무역 금융에 경험이 부족한 금융사들이 이 사업에 뛰어들면서 건전성은 떨어지고 리스크가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가짜 정보를 제공하거나 무담보 대출 등이 이뤄지는 식이다.


도이치방크에서 상품무역 금융을 담당한 뒤 현재 관련 자문업체를 운영 중인 존 맥나마라 스페셜리스트는 "ABN은 개인의 실패가 아닌 시장의 실패"라면서 무역상들이 그동안 저렴하고 무담보의 RCF를 요구해왔다고 전했다.


금융사들이 상품시장에서 발을 뺄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으로 남게 된다. 상품을 소비하는 소비층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관련 업무를 진행하는 은행들은 리스크 감수를 위해 이자를 높이는 등의 조치를 취하게 되는데, 이는 무역상들의 금융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또 보유자산이 많은 대형 무역상들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면서 소규모 무역상들의 설자리는 점점 없어지게 돼 서비스 강화와 비용 감축 등의 경쟁도 줄어들 수 있다. 크레이그 피롱 휴스턴대 금융학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경쟁 축소로 대형 무역상들은 더 마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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