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보호 위한 대규모 점포규제
日에선 20년 전 없어져
프랑스·독일, 영업시간 제한있지만
노동법상 규제…대형 한정 아냐
마트 폐점 후 슈퍼 매출 오히려 줄기도
"실효성 있는 지원 필요"

해외선 사라진 '악법'…유통규제 더 강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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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이승진 기자] 온라인 쇼핑의 성장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생존의 기로에 선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유통 규제마저 강화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대기업들의 영업을 규제한 것은 이미 수십 년 전 해외 각국에서 시행되던 법이다. 하지만 '시장 경제를 교란시키는 악법'으로 평가돼 사라졌다. 여기에 더해 국내에서도 대기업 규제로 인해 오히려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본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정치권에서 막무가내로 규제 강화에 나서고 있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20년 전 사라진 법

1일 대한상의의 '선진국 대규모 점포 규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 중 소상공인을 위해 대형 유통업체를 규제하는 법이 있는 나라는 일본과 프랑스 정도다. 그나마 일본은 20년 전 "오히려 소매 유통점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폐기했고 프랑스의 경우 근로 시간 문제로 노동법상 영업 규제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일본에서 중소 유통업을 보호하기 위한 대형 유통업 규제의 역사는 '대규모소매점포법(대점법)'에서부터 시작됐으나 이미 2000년에 폐지됐다. 영업시간, 영업면적, 휴업일수 등을 제한해온 대점법이 오히려 인근 소매 유통점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자 일본 정부는 대점법 대신 도시 환경 보호에 초점을 두고 '대점입지법(대규모소매점포입지법)'을 도입했다. 대점입지법은 대형마트로 인해 차량 정체, 소음, 주차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에만 영업을 제한한다.

김형섭 부산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대점입지법 도입 이후 일본 도쿄의 복합쇼핑몰 '긴자식스'의 경우 연간 2000만명이 방문하는 관광 명소로 거듭났으며, 인근 소매 유통점 매출이 함께 증가하는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설명했다.


프랑스는 대형 유통점을 규제하고 중소 유통판매점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1973년 로와이에법(Royer law)을 제정했지만 2008년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둔 정책으로 전환했다. 프랑스에서는 유통업의 영업시간을 규제하는 법안이 있지만 소상공인을 위해 대기업 유통업체만 강제 휴무를 적용하는 한국과는 성격이 다르다. 프랑스의 경우 노동자 보호를 위해 '모든' 점포의 영업시간을 규제한다. 노동법에 따라 일요일 휴무를 강제하고 있다.


대형마트 폐점하면 주변 상권 연쇄 피해

한국유통학회가 최근 발표한 '대형 유통시설이 주변 상권이 미치는 영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마트 폐점 후 외부 고객이 빠져나가면서 인근 슈퍼마켓 등의 매출액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과학기술대 조춘한 교수팀은 2018년 폐점한 이마트 부평점을 대상으로 신용카드 가맹점 결제 데이터와 설문조사를 종합해 2년간의 상권 변화를 연구했다.


그 결과 이마트 부평점 반경 3㎞ 이내 대형 슈퍼마켓은 폐점 이후 2년 동안 매출액이 소폭 증가했지만, 소형 슈퍼마켓 매출은 감소했다. '연 매출 20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의 슈퍼마켓은 부평점 폐점 후 매출이 전보다 26% 줄었다. 대형마트 고객 10명 중 6명은 주변 점포를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마트의 낙수 효과가 가장 뚜렷한 점포는 '음식점'으로 이용 비율이 62.19%에 달했다.


유통업체 고위관계자는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며 벼랑 끝에 서 있는데 규제마저 강화되면 생존 자체가 어려워진다"며 "2012년부터 대기업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지만 실제로 소상공인과 골목시장에 무슨 도움이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선진국에서도 특정 경제 집단에 대한 영업 제재는 시장 자유 원리에 어긋나는 악법이라는 이유로 없애는 추세인데 우리나라는 거꾸로 가는 형국"이라고 하소연했다.


대기업 VS 소상공인 이분법이 문제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는 "유럽,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 일요일 영업을 규제하기도 하지만 이는 소상공인 보호 차원이 아닌 종교적 이유나 노동권 보장을 위한 조치"라며 "그 어느 곳도 대기업을 규제해야 소상공인이 살아난다는 이분법적으로 사고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오프라인 규제를 운운하는 것은 매우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며 "소상공인이 대형 점포, 온라인과 비교해 차별성을 지닐 수 있는 배송 서비스, 특별 할인 등의 제도를 마련할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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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규제 대신 실효성 있는 소상공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금의 규제안은 소비자의 소비 행태, 심리 등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대형 점포가 문을 닫게 되면 수많은 중소 납품업체도 문을 닫아야 한다"면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 개발이 더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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