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휴진 11일째, 정부 양보에도 파업…평행선(종합)
정부 "국시 연기" vs 의대생들 "연기됐지만 단체행동 계속할 것"
전공의들이 무기한 파업을 지속하기로 한 3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의 모습. 서울대병원은 전공의·전임의 파업으로 교수들의 진료부담이 과중해지자 이날부터 일주일간 내과 외래진료를 축소하기로 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전공의들이 의대증원, 공공의대 신설 등 주요 의료정책에 반대하며 집단휴진에 돌입한 지 11일째인 31일 정부와 의료계 갈등의 골은 깊어가고 있다. 정부가 집단휴진 10인을 업무개시명령 미이행으로 경찰에 고발하자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2차 의사총파업을 진행했던 대한의사협회는 다음달 7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이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들었고, 30일 전공의들은 내부 진통 끝에 무기한 파업을 지속키로 결정했다. 그러자 정부는 31일부터 비수도권 수련병원 10개소를 대상으로 집단휴진에 들어간 전공의와 전임의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키로 하면서 엄정 대응에 나섰다.
이후 정부는 31일 오후 내일(9월1일) 예정된 의사국가시험 실기 시험을 강행하려다 의료계의 입장을 받아들여 1주일 연기한다고 전격 발표하며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국시 연기 발표에도 국시 거부를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강경한 입장이어서 정부와 의료계 대립은 극으로 치닫고 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전임의 잇단 사직서 제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무기한 파업을 결정하면서 투쟁의 강도를 높이고 있으며, 대형병원에서는 전공의를 비롯해 전임의들이 잇따라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31일 오전 서울대병원 전공의와 전임의들은 정부의 업무개시 명령에 불응해 단체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는 소속 전공의 953명 중 895명이, 전임의 281명 중에는 247명이 사직서 제출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민과 약속했던 코로나19 진료는 지속할 것"이라며 "업무중단과 별개로 봉사 형태의 의료지원은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집단휴진에 들어간 전공의와 전임의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추가로 발령하면서 전공의들의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대전협 비대위는 전날 전공의 파업 중단 혹은 지속 여부를 확인하는 표결 결과, 과반수의 동의를 구하지 못해 부결됐으나 재투표를 거쳐 집단휴진을 강행키로 정했다. 첫 투표는 의결권을 행사한 193명 중 96명이 파업 지속을 택했으나 정족수를 못 채워 부결됐다. 이어 재투표에서 186명 중 파업 지속 134명으로 파업 강행을 결정했다. 대전협 비대위는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에 관해 '원점' 또는 '전면 재논의'를 해달라"라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라는 모호한 합의안이 아닌 원점으로 되돌려 재논의 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비대위 측은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 등 주요 정책을 의료계의 의견 수렴 없어 강행한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끝나면 또다시 어떻게 나올 지 알 수 없다"면서 "그간 의료계와 정부의 신뢰가 쌓이지 않았는데 정부 말 하나만 믿고 파업을 중단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대전협의 파업 지속 결정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 관련 법안과 정책을 의협을 중심으로 하는 의료계와 복지부가 구성하는 의-정 협의체에서 '원점'으로부터 적극 논의하기로 하지 않았냐"면서 "의료계 원로들을 중심으로 정부가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의료계 파업에 동참하겠다며 '보증'까지 나섰는데 전공의들이 파업을 강행하는 것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공개 토론회' 카드도 꺼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공공의대와 관련해 사실 관계를 여러 차례 확인했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악의적이거나 거짓 정보가 횡행하고 있다"며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사회적 논의를 통해 공감을 형성하기 위해서도 토론회를 적극 수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 "의사국시 실기 시험 1주일 연기"= 강대강 국면을 이어가던 정부는 31일 오후 2021년도 제85회 의사국가시험 실기 시험 시작을 하루 앞두고 1주일 연기 방침을 전격 발표했다. 당초 정부는 오는 1일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예정대로 치를 계획이었다. 이날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연기해달라고 거듭 촉구했지만 정부는 이날 오전까지 예정대로 치른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으로 전체 응시자 3172명 중 약 89%인 2823명이 원서 접수를 취소했다. 정부가 의대 국시를 예정대로 치를 경우 무더기 취소 사태로 인해 내년에 의료인력 부족에 따른 의료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 듯 정부는 한 발 양보했다. 이날 오후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전공의단체 진료거부 대응 관련' 온라인 브리핑에서 "의대생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음달 1일 시행 예정이던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1주일 연기해 8일부터 시행한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시험 취소 의사를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한 시간이 부족해 다수 학생의 미래가 불필요하게 훼손되는 부작용이 우려됐고, 또 이런 문제가 발생할 경우 앞으로 병원의 진료역량과 국민의 의료 이용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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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한의과대학·의대협은 "국시 연기 발표에도 국시 거부를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강경한 입장이어서 정부와 의료계 대립은 진통을 이어갈 전망이다. 조승현 의대협 회장은 "정부에서 발표한 건 정책의 변화가 아니라 응시 일주일 연기"라며 "정책 변화가 없는 이상 단체행동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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