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비말차단 안되는 마스크 지급한 버스회사, 허술한 방역의식 도마 위
비말차단 안되는 마스크 쓴 기사들
버스회사들 9월부터 마스크 미지급
회사·지자체, 예산문제 책임 회피
[아시아경제 정동훈, 이정윤 기자] 시내버스 기사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큰 가운데, 버스회사들의 안일한 방역 의식이 도마에 올랐다. 버스기사들에게 마스크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거나,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품질이 낮은 마스크를 지급하는 곳도 있다.
◆비말차단조차 안되는 마스크 쓴 버스기사들=28일 아시아경제가 서울 시내 버스회사 노조 10곳을 취재한 결과, 회사 차원에서 기사들에게 마스크를 지급하는 곳은 8곳, 지급하지 않아 기사들이 자비로 마스크를 구입하는 곳이 2곳이었다. 마스크 지급 회사들은 대체로 버스업체 조직인 '서울시운송사업조합'이 제공한 것을 기사들에게 전달한 것이다. 그러나 조합 측이 9월초부터는 마스크 지원을 중단할 방침이어서, 이후에는 각 버스회사들별로 자체 구입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조합 측이 제공한 마스크 중 상당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비말차단 인증(KF-AD)이 없는 중국산 제품으로 나타났다. 시중에서 개당 130~150원 정도에 팔리는 것들이다. 반면 식약처 인증 KF80 이상 제품은 개당 800~1100원이다. 마스크 품질에 불안함을 느낀 일부 기사들은 사비로 KF80 이상 마스크를 사서 쓰는 사례도 많다.
최근 서울 지역 시내 버스 기사 3명, 울산 지역 1명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으면서 승객과 기사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버스기사 A씨는 "한 번 회차에 400~500명의 승객과 접촉하는데 회사에선 아무런 기능도 없는 마스크를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스기사 B씨도 "사비를 들여 좀 좋은 마스크 구입해 쓰고 있다"며 "버스기사 대부분이 회사에서 지급하는 마스크가 저품질이라며 불만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품질 마스크조차 지급하지 않은 회사들도 많아 빈축을 사고 있다. 버스산업 종사자들의 노동조합인 전국자동차노동조합총연맹은 최근 일부 버스회사의 마스크 미지급 사례를 확인하고 이를 지적했다. 이에 지난달 서울시내 버스회사 65곳에 마스크 등 위생용품 지급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조합 측이 9월초까지 버스회사에 마스크를 지원하기 시작한 것도 이 요구 때문이었다.
◆'기본 위생' 책임 미룬 회사ㆍ지자체= 결국 문제는 예산이다. 회사 측은 지방자치단체에 지원을 기대하고, 지자체는 책정된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차량 배차실 및 사무실에 운전자용 마스크 및 손세정제를 비치하고 마스크를 상시 착용하는 방역지침을 전달했다. 하지만 특정 기준 이상 마스크를 마련하라는 가이드라인은 없다. 서울시는 마스크 지급과 관련된 문제는 노사 간 협의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운수회사에서 지급할 의무가 있다"면서 "저품질의 마스크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선 일일이 확인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이러한 부분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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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기사들은 회사와 지자체가 예산을 문제로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유재호 자동차노련 법규국장은 "마스크 지급은 회사가 사용자로서 사업을 경영하기 위해 부담해야 할 의무"라며 "그러나 감염병 확산 상황에서 지자체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정부 역시 법 개정 등을 통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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