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포럼]구글에 종속된 국내 앱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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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국가에서 물품은 백화점을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여러 신용카드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과'백화점에서는 오직 '사과'백화점에서 발급한 '사과'신용카드만, '검색'백화점에서도 '검색'신용카드만 사용할 수 있다. 입점업체들은 두 백화점이 정한 카드 수수료에 따라 매출이 오락가락한다. 비싼 수수료를 낮춰 다른 결제수단을 사용한 입점업체는 바로 쫓겨났다. 이런 상황에서 양 백화점은 수수료를 일괄 30%로 올려버렸다. 업체들은 수수료 인상의 불안감 속에서 더 좋은 상품 개발은 뒷전이며, 소비자 눈치만 보며 가격을 올릴 생각만 하게 된다. 그리고 다른 신용카드회사는 폐업위기다.


조금은 억지스럽고 과장된 시나리오 같지만 유사한 일이 모바일 앱 생태계에서 발생해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모바일산업협회의 '2019 모바일 콘텐츠산업 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앱마켓의 63.4%를 구글이, 24.4%를 애플이 차치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글이 앱 개발사들의 결제 시스템 선택권을 박탈하고 자사의 결제 시스템 사용을 강제할 것으로 알려졌다(이하 "인앱결제"라 한다). 현재 게임 앱에 예외없이 부과되던 30% 유료 결제 수수료가 디지털콘텐츠, 클라우드 등 앱 결제 전반에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이미 30%의 수수료를 지불시키는 인앱결제를 강제해 왔으니, 비단 이 문제가 구글로 인해 비롯된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국내 앱마켓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강한 구글이 그간 게임에 대하여만 강제해오던 인앱결제 방식을 다른 앱으로까지 확장한다면 국내 앱 생태계에 미칠 우려는 간과할 수 없다.

첫 번째 우려는 이용자 요금 인상이다. 지금도 애플 이용자들은 동일한 서비스를 사용하는 구글 이용자들에 비해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웨이브의 경우 구글은 7900원이나, 애플은 1만1500원이다. 멜론도 구글은 1만900원, 애플은 1만5000원이다. 이는 인앱결제 수수료에 따른 가격차다. 구글이 인앱결제 방식을 강제하면서 애플처럼 30% 수수료에 맞춘다면 이용자들의 요금은 양사의 수수료에 종속돼 더 인상된다. 반면 국내 토종 앱마켓인 원스토어의 경우, 20% 인앱결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고, 원스토어의 결제 수단을 이용하지 않을 경우는 5% 수수료만 부과하고 있다. 하물며 중국 시장의 경우, 앱 내 결제에 있어 위챗페이, 알리페이를 연동해 지원하는 등 자사 인앱결제를 강요하지 않고 있으며, 인앱결제 수수료는 1%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두 번째 우려는 非구글ㆍ非애플 앱에 대한 불공정 경쟁이다. 모바일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구글과 애플은 게임(구글 스태디아, 애플 아케이드), 음악(유튜브 뮤직,애플 뮤직), 동영상(애플TV+, 유튜브프리미엄), 개인용 클라우드(구글 드라이브, 아이클라우드), 오디오북, 전자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앱서비스를 제공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개발사들은 자사 매출의 30%를 구글과 애플에 제공하면서, 이들과 경쟁해야 한다. 영업익조차 내기 어려운 국내 스타트업들이 동일한 서비스로 이들과 공정한 경쟁을 한다는 것은 이미 먼 얘기다. 만약 구글이 비게임 앱에 30% 수수료를 강제하고 끼워팔기 행위를 확대할 경우, 구글은 모바일OS, 앱마켓뿐만 아니라, 국내 클라우드 시장도 장악할 수 있다.

경쟁의 부재는 고스란히 시장의 교란과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앱 마켓 경쟁 형성의 실패이다. 앱마켓이 구글과 애플의 독과점이 아닌 경쟁구도가 형성되었다면 수수료인하 경쟁이 발생하고 소비자는 다양한 선택권을 누릴 것이다.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는 "만약 우리의 목표가 돈이었다면, 우리는 회사를 아주 오래전에 팔고 해변에 누워 있었을 것이다"라고 했지만, 작금의 행보를 볼 때 구글의 목표는 돈이 확실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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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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