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 여성 성폭력 사건 다룬 영화 '69세', 지난 20일 개봉
일부 남성 "60대 여성이 피해자? 피해망상"…악의적 비난에 평점 테러도
전문가 "성욕과 성범죄 고의 욕구 같지 않아…성폭력 본질 이해 못 해"

29세 남성 조무사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은 69세 여성 '효정'(예수정 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69세' 스틸 이미지/사진=네이버 영화

29세 남성 조무사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은 69세 여성 '효정'(예수정 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69세' 스틸 이미지/사진=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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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20대 남성 간호조무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60대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69세'를 두고 일부 남성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60대 여성이 성폭행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이 영화의 여성 관객들을 겨냥해 '꼴페미'(페미니스트를 조롱하는 말)라고 폄하하는 등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논란이 확산하자 여성 관람객들은 영화에 대한 지지와 응원을 보내면서 반박에 나섰다.


관객들은 이같은 주장이 피해자에 대한 편견, 즉 피해자다움에서 비롯된 비난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영화가 비판하려는 지점인 사회적 편견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지난 20일 개봉한 영화 '69세'가 남성 누리꾼들의 악의적 비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포털사이트 댓글 등을 통해 "소설쓴다", "'꼴페미'들 피해망상 알아줘야 한다" 등의 비난을 쏟아내며, 영화를 관람하지 않고 관람평 1점을 등록하는 이른바 '평점 테러'에 나섰다. 이같은 이유로 '69세'는 개봉 2일 차였던 지난 21일 포털사이트 네이버 영화 페이지 기준 평점 2점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2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69세'는 개봉 4일 차인 23일까지 477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그러나 이날까지 네이버 영화페이지에 등록된 평점 수는 실제 관객 수보다 2000여 명 많은 6757개로 확인됐다. 특히 관람객 평점은 4개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상황을 종합하면 영화를 관람했다며 평점을 기록한 누리꾼 중 대다수가 영화를 관람하지 않고 낮은 점수를 매긴 셈이다. 이후 여성 관객들의 응원이 이어져 24일 오전 10시께 기준 네티즌 평점 8.67로 회복됐다. 그러나 성별로는 남성 평점 3.03, 여성 9.88로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29세 남성 조무사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은 69세 여성 '효정'(예수정 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69세' 스틸 이미지/사진=네이버 영화

29세 남성 조무사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은 69세 여성 '효정'(예수정 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69세' 스틸 이미지/사진=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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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비난이 쏟아진 이유는 극 중 성폭력 가해자가 젊은 남성인 반면, 피해자가 노년 여성이기 때문이다. "어느 젊은 남자가 할머니를…", "주작(조작)으로 완성된 남성혐오", "69세한테 성욕을 느끼는 남자가 어디 있느냐" 등의 비난 댓글들을 종합해보면, 노년 여성이 성적 매력이 없기 때문에 성폭력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노년 여성은 성폭력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사회적 편견과는 다르게 60대 이상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청 범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성폭행, 유사성폭행, 강제추행, 기타 성폭행·강제추행 등 범죄에서 피해자가 60대 이상 여성인 경우는 각 152건, 14건, 503건, 23건으로 총 692건으로 파악됐다.


2018년 60대 이상 여성이 피해자가 된 범죄 건수의 경우 성폭행 160건, 유사성폭행 26건, 강제추행 462건, 기타 성폭행·강제추행 등 20건, 총 668건으로 집계됐으며, 2017년에는 각 131건, 12건, 461건, 14건 총 618건으로 나타났다.


이렇다 보니 일부 남성의 주장이 피해자에 대한 또 다른 2차 가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성범죄 피해자의 외모, 성적매력, 태도 등을 규정짓던 '피해자다움'이 이번 사례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나이를 규정짓는 데 이용되었다는 지적이다.


정식 개봉 전 한 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관람했다는 대학생 강 모(23) 씨는 "영화 속에서도 현재 상황 같은 일들이 그려진다. 피해자 나이가 많은 것이 개연성이 없다며 가해자의 구속영장이 기각된다"며 "그걸 고발하는 영화에서조차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속상하다"고 밝혔다.


그는 "성폭력은 성을 수단으로 한 폭력행위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며 "피해자에 대한 외모나 나이가 폭력을 당해도 마땅한 이유가 되지 않는 것처럼, 반대로 폭력을 당해도 사실이 아니라며 부정당해야 할 근거가 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29세 남성 조무사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은 69세 여성 '효정'(예수정 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69세' 스틸 이미지. 사진은 극중 효정이 작성한 고발문/사진=네이버 영화

29세 남성 조무사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은 69세 여성 '효정'(예수정 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69세' 스틸 이미지. 사진은 극중 효정이 작성한 고발문/사진=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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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성폭력의 경우 피해자의 나이 등에 관계 없이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같은 비난 여론은 성폭력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데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의 변호사(이은의법률사무소)는 24일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성희롱 범죄에 대해 '희롱하고 싶어 희롱 하는 게 아니라 희롱할 수 있어 희롱한다'라는 말이 있다. 직장 내 괴롭힘도 괴롭힐 수 있는 사람이 괴롭히는 것"이라며 "(타인을) 괴롭힐 수 없는 사람은 괴롭힐 수 있는 환경이 되더라도 그에 대한 생각도 하지 않는다. 성폭력도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이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심신 건강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 대해 갖는 성욕과 성범죄에 대한 고의 욕구는 같지 않을 수 있다"며 "성범죄에 대한 욕구는 가학적 심리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 같은 변태적 욕구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영화의 연출을 담당한 임선애 감독은 지난 11일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 성수에서 열린 영화 언론·배급시사회에서 "2013년 우연히 여성 노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 관련 칼럼을 읽은 뒤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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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감독은 "우리 사회가 노인과 여성을 분리하고 그들을 무성적 존재로 보는 편견 때문에 가해자의 표적이 된다는 내용을 보고 악하다고 생각했다"며 "노년의 삶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인간 존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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