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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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사람은 경험하지 않고도 알고, 보통 사람은 경험한 후에야 알며, 바보는 경험하고도 모른다는 말이 있다. 노무현 정부 때 15번의 부동산 정책이 시행됐다. 모두 실패로 끝났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계승한 현 정부는 23번에 걸쳐 더욱 강력한 수요억제 정책을 밀어붙였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3년간 52%나 올랐고, 전세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무주택자에게서 주택 마련의 꿈을 빼앗아가고, 세입자에게는 언제 길거리로 내몰릴 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주고, 집주인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세금 폭탄을 안기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주무 장관은 "아파트 가격은 고작 14% 올랐다"고 하고, 대통령은 "주택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말로 불난 민심에 기름을 붓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부동산시장 감독기구'를 설치하겠다고 하니 38번에 걸친 실패 경험으로부터 배운 게 아무 것도 없는 것 같다.

정책 결정자의 무능과 시장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오만으로 국민의 고통은 커져만 가고 있다. 현 정부의 바보 같은 정책 실패와 인지부조화는 부동산 정책뿐만 아니라 소득주도 성장 정책, 탈원전 정책, 대기업 규제 정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실패가 뻔히 보이는 데도 일단 추진하고 부작용을 재정으로 메우거나 더 큰 규제로 해결하려 들면서 나라 곳간은 텅 비어가고 시장은 갈수록 꼬여가고 있다.


현 정부의 모든 정책은 이념과 진영 논리로부터 시작된다.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 기업가와 노동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대인과 임차인, 강남권과 비강남권과 같이 국민을 둘로 편을 가르고 착취와 피착취라는 갈등 구조로 사회를 인식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비판 세력을 적폐로 몰아간다. 이러다 보니 정책 내용은 현실성이 떨어지고, 정책 결정 과정은 민주적인 절차와는 거리가 멀다.

과거 정권에서도 대선 캠프 출신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은 하루빨리 사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명분과 이념을 중시하곤 했다. 그렇지만 실물경제 상황에 맞춰 현실성 있는 정책을 펼쳐본 '늘공(직업 공무원)'들과 토론을 거치면서 국민들을 한꺼번에 고통으로 몰아넣는 최악의 정책은 피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실패할 정책인 줄 알면서도 괜히 나섰다가 적폐로 몰리느니 '영혼이 없다'는 비난을 받는 쪽을 택하는 늘공이 늘어나고 있다. 정책 자문 역할을 해야 하는 국책 연구기관도 비판적 연구보다는 정책을 지지해 줄 근거를 찾느라 여념이 없다. 국회의 견제 기능도 무너졌다. 선거에 압승한 여당은 여야 합의라는 민주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고, 야당은 무기력하기만 하다.


청와대 어공들의 설익은 생각이 바로 입법화되고 실행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들의 폭주를 막아야 할 제도적 장치는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 경험 많은 늘공, 냉철한 머리를 가진 국책 연구원 박사들, 행정부를 견제할 국회, 이중 어느 한 곳이라도 제대로 작동했다면 현 정부의 정책 실패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스웨덴의 경제학자 아사르 린드벡(Assar Lindbeck)은 비행기가 폭격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도시를 파괴하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은 임대료 통제라고 설파할 정도로 임대료 규제는 세상에서 가장 실패한 정책으로 꼽힌다. 이런 임대료 규제 정책(임대차 3법)이 수립되고 실행되는 데 한 달도 걸리지 않았다.


눈에 띄는 하잘것 없는 이득에 집착하는 정책 결정자는 두고두고 사회에 해악을 끼치기 마련이다. 진정한 정책 결정자는 눈에 쉽게 띄는 단기적인 효과와 더불어 시간을 두고 나타나는 장기적인 효과도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정책 효과의 주된 결과뿐만 아니라 간접적인 결과도 검토돼야 하며, 정책이 대상으로 하는 특정 집단의 경제적 이해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이해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정책 내용은 국민들의 요구를 정확히 담아내야 하고, 정책 결정은 민주적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정부가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더라도 시장원리에 반하는 정책은 반드시 실패한다는 역사적 경험에서 지금이라도 교훈을 얻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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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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