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싶었던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로 당분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시민들은 콘서트나 공연 관람은 물론 실내에서 50인 이상 모이게 되는 결혼식, 장례식조차 할 수 없다. 대형 학원도 문을 닫아 입시가 코앞인 수험생들은 난감하다. 정부가 최소 2주간 출퇴근이나 생필품 구입, 병원 방문 같은 꼭 필요한 외출 외에는 가급적 집에 머물러 줄 것을 당부하니 이쯤되면 확진자가 아닌 일반시민들도 반(半) 자가격리인 셈이다.
왜 진작 광복절 광화문 집회를 막지 못했는지, 종교시설 모임을 좀 더 적극적으로 금지하지 못했는지, 다시 불편하고 불안한 일상을 이어가야 하는 국민으로서는 답답하다. 시민의 불편과 경제에 미칠 영향까지 고심했을 정부의 입장도 있겠지만, 그간 방역에 애쓰고 수고해 온 노력들이 속절없이 수포로 돌아가고 의료진의 피로를 가중시킬 수밖에 없게 돼 안타까울 따름이다. 하루에 수백 명씩 전국적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시민들의 우려는 최대 진원지인 사랑제일교회와 전광훈 목사를 넘어 개신교 전반에 대한 공분으로 번지고 있다.
사실 교회라는 특정 공간을 중심으로 전파되는 감염의 위험성은 코로나19 사태 발생 초기부터 줄곧 지적돼 왔다. 밀폐된 장소에서 서로 가깝게 붙어 앉은 신도들이 기도를 하고 찬송을 하는 동안 비말(침방울) 감염이 일어나기 쉬운 환경이라는 이유에서다. 예배 후 단체식사나 소규모 모임이 잦은 교회 활동의 특징도 그런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방역 당국이 자제해 줄 것을 권고해 왔다. 하지만 지난 3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대부분의 교회들이 온라인 예배 등을 통해 정부 방침을 지키려 노력하는 동안에도 일부 교회는 여전히 "예배방식에 대한 제한은 종교 탄압"이라며 항의했다.
정부 역시 가급적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란을 일으키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여왔다. 종교시설을 고위험 시설로 지정하는 데 신중했고, 7월에 시행한 교회 내 소모임 등에 대한 집합제한 명령도 2주 만에 해제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소모임 금지를 해제해 달라는 교계의 요청이 아주 강했다"며 "그때 (교회 소모임 금지를) 풀지 말고 계속 유지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후회하기도 했다.
결국 지난 15일 보수단체의 대규모 집회와 뒤섞인 사랑제일교회발 집단감염 확대는 올해 2월 대구를 중심으로 한 신천지예수교 집단감염 사태의 재연이 되고 말았다. 이단과 개신교에 대한 구분 없이 교회 전체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교회에 대한 반감을 넘어 혐오 분위기까지 이어지자 이제야 개신교계도 크게 당황한 듯하다. 중앙조직이 있는 천주교나 불교와 달리 개별 교회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한국 개신교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상황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바라만 보고 있었던 책임을 비켜가기 어려워 보인다. 교회발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공동의 방역 대책이나 노력을 공언한 적도, 정치적 목적으로 과격한 일탈행동을 서슴지 않았던 전광훈 목사를 적극 제지하는 이도 없었던 개신교계 내부에서도 이제야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교회 역사상 절체절명의 위기"라는 탄식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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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총연합,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한국성결교회연합회 등 몇몇 교계단체가 전날(18일) 각각 입장문을 냈다. "교회발 감염 확산이 방역에 대한 한국 교회의 범교단적 공동 대처가 미흡했던 책임을 통감한다" "감염병 퇴치를 위해 교회가 사회의 모본(模本)이 되지 못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머리 숙여 깊이 사죄한다"는 이들의 사과가 코로나19 추가 확산을 막고 국민적 분노를 해소하기에 너무 늦은 건 아니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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