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나눔의집 무슨일 있었나?…후원금 전용·할머니 정서적 학대
5년간 88억원 상당 후원금 모집
모집등록 사용내역 공개 안해
할머니에 쓴돈은 2.3%인 2억원
정서적 학대 정황도 드러나
[아시아경제(수원)=이영규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거주시설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 집'이 수십억원의 후원금을 모집한 뒤 이를 할머니들에게 직접 사용하지 않고 땅을 사는 데 쓰거나 건물을 짓기 위해 쌓아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정서적 학대도 자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는 최종 조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세부 사항을 검토한 뒤 경찰에 수사 의뢰하고, 사회복지사업법 등 관계 법령을 위반한 사항에 대해서는 행정처분하기로 했다.
나눔의 집 민관합동조사단은 11일 수원 경기도청에서 브리핑을 갖고 지난 달 6일부터 22일까지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 집(법인)과 노인주거시설 나눔의 집(시설),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및 국제평화인권센터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나눔의 집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홈페이지 등을 통해 '할머니들의 생활, 복지, 증언활동'을 위한 후원금 홍보를 하고, 여러 기관에 후원요청 공문을 발송하는 등 지난 5년간 88억원 상당의 후원금을 모집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나눔의 집 법인이나 시설은 '기부금품법'에 의한 모집등록을 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후원금의 액수와 사용내역 등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으며, 등록청의 업무검사도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은 1000만원 이상 기부금품을 모집하려면 등록청(10억원 초과인 경우 행정안전부)에 등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후원금 88억원 중 할머니들이 실제 생활하는 나눔의 집 양로시설로 보낸 금액(시설 전출금)은 2.3%인 2억원에 불과했고, 이 전출금 마저도 할머니들을 위한 직접 경비가 아닌 시설 운영을 위한 간접경비로 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후원금 중 26억원은 토지 매입과 생활관 증축공사, 유물전시관 및 추모관 신축비, 추모공원 조성비 등 운영법인 재산 조성비로 사용됐다. 나머지 후원금은 국제평화인권센터, 요양원 건립 등을 위한 자금으로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민관합동조사단은 이번 조사에서 부당한 이사회 의결 절차도 찾아냈다.
나눔의 집은 법인 정관상 이사의 제척제도를 두고 있었으나 이사 후보자가 이사 선임절차에 참여해 자신을 이사로 의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해 11월 이사회에서는 사외이사 3명이 자신들의 이사 선임에 관한 안건 의결에 정족수가 부족하자 직접 참여해 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합동조사단은 이번 조사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에 대한 정서적 학대 정황과 할머니들의 소중한 생활 및 투쟁 역사 기록물들이 방치되고 있는 사실도 확인했다.
송기춘 민관합동조사단장(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간병인은 '할머니, 갖다 버린다', '혼나봐야 한다' 등 언어폭력을 가했고, 이는 특히 의사소통과 거동이 불가능한 중증환자 할머니에게 집중됐다"며 "조사단은 간병인의 학대 행위는 단순히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나눔의 집 운영상 문제에서 파생된 의료공백과 과중한 업무 등이 원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송 단장은 특히 "입퇴소자 명단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고 할머니들의 그림과 사진, 국민들의 응원 편지 등을 포대자루나 비닐에 넣어 건물 베란다에 방치했다"며 "이 중에는 국가지정기록물로 지정된 자료도 있었고, 제1역사관에 전시 중인 원본 기록물은 습도 조절이 되지 않아 훼손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경기도는 민관합동조사단으로부터 최종 조사결과를 넘겨 받아 세부적으로 검토한 뒤 경찰에 수사 의뢰하고 사회복지사업법 등 관계 법령을 위반한 사항에 대해서는 행정처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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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단장은 "나눔의 집 조사결과 법인 및 시설 운영에서 문제점이 발생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를 포함한 시민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회가 구성될 필요가 있다"며 "민관협의회가 '할머니들의 편안한 여생'과 '위안부 역사'의 기록과 보존 등에 대해 긴밀히 협의해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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