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법상 대응카드 없는 日, 외교보복 나서나
일본 정부 주장 '중재위원회 구성·국제사법재판소 제소'
당사국 동의 없이 불가능…국제법상 쓸 카드 없어
지난해처럼 민간 기업에 보복 등 외교 갈등 가능성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학생들이 지난해 8월 오전 서울 중구 미쓰비시 상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강제징용 사죄 및 배상, 국내에서의 철수를 촉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정동훈 기자] 한국 법원이 일본 강제징용 기업인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의 현금화 절차를 진행하더라도 일본 정부가 국제법을 적용해 쓸 수 있는 카드는 마땅치 않다. 이 때문에 지난해 일본이 강행한 수출규제보다 강화된 외교 보복이 잇따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30일 국제법 전문가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일본이 국제법상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중재위원회 구성과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등이 꼽히는데, 이는 당사국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현재 우리 정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이 소멸한 것은 아니다'며 일본 정부의 중재위원회 구성 등 주장에 불응하고 있다.
그동안 한일 양국 정부의 한일청구권협정 협정에 대한 해석은 판이했다. 일본은 강제징용 배상 문제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됐으며 대법원 배상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견해를 견지하고 있다. 한일청구권협정 3조인 '협정 해석 등과 관련한 양국 간 분쟁은 외교 경로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양자 협의를 통해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ㆍ일ㆍ제3국이 참여하는 중재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 등을 근거로 중재위원회 구성을 주장해왔다. 중재위원회는 제3의 국적의 중재인을 당사국이 1명씩 선정해 중재판정부를 구성하는 것이다. 해당 절차는 네덜란드와 서독 간 북해대륙붕 사건, 영국 대 노르웨이 간의 노르웨이 어업분쟁 사건 등 국제 분쟁에서 활용된 절차다. 하지만 3국 중재는 당사국들의 동의가 있어야 성립되는데 우리 정부가 동의하지 않고있다.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도 마찬가지다. 양국간 동의하지 않을 경우 제소가 어렵다.
이처럼 일본의 국제적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추가적인 외교 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경우 꼬일대로 꼬인 한일 관계의 실타래를 풀어내기가 더욱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다. 국제법 박사인 오현석 대한상사중재원 진흥전략본부장은 "(일본이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는 상황에서)이번 분쟁은 외교적 문제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은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따른 보복 조치로 지난해 7월 반도체ㆍ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을 중심으로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내놨다. 일본제철 자산에 대한 현금화 절차가 본격화되면 한층 강도높은 외교적 보복이 잇따를 수 있다. 우리 정부도 유예시켰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지난달 2일 재개했다. 지난해 11월 보류했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을 종료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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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법 전문가들은 대법원의 판결을 관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3국 중재 절차나 외교적 해법을 강조한다. 송기호 변호사(전 민변 국제통상위원장)는 "대법원 판결과 헌법재판소가 우리 정부에 요구한 것은 7만명 강제징용 피해자의 적극적인 외교 보호권을 행사하고, 그 방법으로 일본에게 외교적 경로로 해결하라는 것"이라며 "(외교적 경로로) 해결되지 않을 때 중재위에 회부하라는 것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요구"라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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