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초대석] "코로나 약물 심사기간 5.7일로 줄여…시간과의 싸움중"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안전성·치료효과 균형점 찾기 주력
마스크 1주일에 1억5000만장 생산
통상 4000만장 팔려 수급상황 좋아
코로나와 전쟁서 '작은 승리' 평가
생산량의 50% 수출가능…운송이 문제
[대담=이정일 부국장 겸 4차산업부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끝내는 가장 확실한 무기는 치료제나 백신이다. 인허가 당국의 어깨는 그래서 무겁다. 의약품은 치료 효과도 중요하지만 안정성이 확보돼야 하는 만큼 돌다리를 두드리듯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어서다. 그렇다고 마냥 신중해서도 안된다. 지금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평균 한달이 걸렸던 임상승인 심사 기간을 5.7일로 줄이는 한편 임상과정에서 약물의 안정성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와의 전쟁'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에서 '안정성'과 '치료 효과'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겪었던 '마스크 대란'과 관련해서는 "지금은 1주일에 1억5000만장을 생산하고 4000만장이 소비되는 등 수급상황이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식약처 직원들은 마스크 생산 공장에 상주하며 현장 업무를 지원했다. 가까스로 일궈낸 마스크의 수급 안정은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작은 승리'로 평가받는다. 이의경 식약처장을 최근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사무실에서 만났다.
-혼란스러웠던 마스크 수급이 빠르게 안정되고 있는데.
▲지난 1~2월까지만 해도 일주일에 4000만~5000만장을 생산했는데 지금은 1억5000만장으로 늘었다. 통상 일주일에 4000만장 정도 팔린다. 지난달부터 비말차단 마스크를 공급하기 시작해 지금은 전체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비말차단 마스크 수급도 안정적인 편이다. 과거와 달리 마스크를 실내에서 오래 써야 할 필요가 커졌고 그 수요에 맞춰 호흡 편의성 등을 감안해 규격을 새로 만들었다. 필터 등 일부 재료를 그동안 중국에 의존했는데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국산화가 이뤄지는 등 국내 마스크 생산 기반이 확고해졌다. 현재는 1억5000만장의 정부 비축물량을 유지하고 있고, 생산 기반을 늘린 만큼 재유행 등 위기 상황이 닥쳐도 발빠른 대처가 가능하다.
-마스크 수급 안정은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거둔 작은 승리'라는 평가가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마스크 생산기업 한 곳당 식약처 공무원 2명이 가서 제대로 생산ㆍ유통되는지 살피는가 하면 업체가 필요로 하는 부분을 지원했다. 당시 업체가 130곳 정도니 200~300명이 현장에 가서 일한 셈이다. 마스크는 필터가 중요한데 당시 부속품 일부를 수입에 의존했던 터라 국내 업체 대부분이 부족했다. 이후 국산 필터로 교체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협의해 개발을 지원했고 이제는 '한국 마스크'라고 하면 다른 국가에서도 고품질로 인정받고 있다. K방역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고 있는데 한국산 마스크 역시 일조한다고 본다.
-해외에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한데, 마스크 수출 현황은.
▲공적마스크 제도가 끝나 생산량의 50%까지는 수출이 가능하다. 품질을 인정받으면서 해외 각국 바이어와 상담하는 업체도 여럿 있다. 다만 최근 상황이 급박해 항공 운송으로 보내야 하는데 운임이 비싸 쉽지 않다. 수술ㆍ의료용으로 쓰는 N95 마스크의 경우 외국에선 의료기기로 취급하는 곳이 많은데 국내에선 의약외품으로 분류체계가 달라 수출이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맞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치료제·백신 국내선 18건 승인
유효성 따져 현재 13건 진행중
추가로 심사중인 사안도 있어
-코로나19 치료제ㆍ백신 개발이 시급한데, 임상시험 계획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보고 있나.
▲치료제는 기존에 허가받은 물질에 다른 적응증으로 개발하는 약물 재창출이 주를 이루는데 안전성이 검증된 만큼 얼마나 효과를 내는지를 주로 본다. 반면 백신은 오랜 시간을 두고 부작용 등을 검토해야 하는데, 이번에 개발된다면 짧은 기간에 많은 사람이 접종해야 할 테니 안전성에 주안점을 둘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18건에 대해 임상시험을 승인했고, 그 중 허가가 나거나 일부를 제외하고 현재는 13건이 진행되고 있다. 추가로 심사 중인 사안도 있다.
-'시간과의 싸움'이 중요한 만큼 임상시험을 서둘러야 하지 않나.
▲심사에 앞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상담절차를 거쳐 해당 기업이나 연구기관에서 시행착오를 줄이도록 하고 있다. 다른 제품보다 우선 심사해 승인하기도 하고, 추가 연구개발이 필요하거나 해외 수급처를 알아볼 경우 관련 부처 등을 통해 알아봐준다. 예전에는 임상 심사기간이 평균 한 달이 걸렸는데 지금은 5.7일로 줄였다. 심사 경험이 많은 직원이 전담해 처리하면서 행정절차 전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예비판결 이후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보툴리눔톡신 '설전'이 뜨겁다.
▲아직 예비판결 전문이 공개되지 않았고 최종판결까지 남아 있어 말하기 조심스럽다. 다만 제약산업은 의약품을 다루는 산업이기에 높은 수준의 윤리의식을 요구받는다는 걸 알아야 한다. K방역, K바이오산업이 이제 막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데 국내외 가릴 것 없이 신뢰 형성이 이뤄져야 한다.
식품·의약품 규제는 안정성과 직결
발목 잡기보다 산업진흥과 연계해야
-국회에서도 식약처의 감염병 대처 역량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있다.
▲명칭은 다소 다르지만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지난달부터 각기 따로 발의돼 있다. 코로나19 같은 재난상황에서 신약 등 의약품이나 의료기기를 더욱 빨리 쓸 수 있도록 법적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적용 대상이나 특례 범위가 다소 차이는 있지만 목적은 같다. 식약처에서 사후관리를 전제로 신속히 허가를 내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도 긴급사용승인이나 특례 수입 등 절차가 있긴 한데 각기 따로 있는 걸 한데 모아 법적 구속력을 확실히 갖추고자 한다.
-제약ㆍ바이오산업 진흥을 강조하는데, 규제기관으로서 어떤 역할이 중요한가.
▲'한국의 식약처가 허가했다면 안전하다. 믿을 만하다'는 국제적 신뢰가 형성돼야 국내 기업도 해외 각국에서 일하기 더 편해진다. 식품이나 의약품, 의료기기 분야의 규제는 안전성과 직결돼 있어서 해당 업종의 발목을 잡는다기보다는 품질을 담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선 역할로 봐야 한다. 규제업무와 산업진흥이 상호연계돼 있다는 얘기다. 이번에 한국이 국제 의료기기 규제협의체에서 인공지능(AI) 분야 초대 의장국을 맡았는데 이처럼 국제적 네트워크를 쌓는 것도 그래서 중요하다. 외국 정부가 한국산 약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문턱을 낮추기 위해서는 우리 식약처가 먼저 국제적 기준에 맞춰 심사하는 등 신뢰도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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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쉽지 않을 텐데, 수입식품 안전관리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해외제조시설 실사를 비대면(언택트) 실사로 전환해 상대국 정부가 위생점검을 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는 식으로 살피려고 한다. 190여개 국가에서 1000만건에 달하는 수입식품 검사 빅데이터가 있는데, 머신러닝 기법으로 부적합 가능성을 점수로 산출해 무작위 표본검사에 적용했다. 증명서 위ㆍ변조를 막기 위해 블록체인을 활용해 국가 간 전자위생증명서 교환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조현의 기자 hone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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