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피 못잡는 '사모펀드 배상' 어쩌나
NH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 등 판매사들 '배임 이슈' 때문에 결정 지연
판매사가 운용사 부실 떠맡는 선례도 우려
옵티머스펀드 100% 배상권고 나올지 주목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이민우 기자, 고형광 기자] 라임, 옵티머스 등 연일 터지고 있는 사모펀드 사태에 판매사들이 보상안을 놓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펀드 판매사로서 고객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하지만 자칫 섣부른 결정으로 배임 등 또 다른 논란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24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전날 개최된 이사회에서 옵티머스펀드 투자자에 대한 '긴급 유동성 공급을 위한 선지원 안건' 결정이 보류됐다. NH투자증권 NH투자증권 close 증권정보 005940 KOSPI 현재가 35,000 전일대비 1,450 등락률 +4.32% 거래량 1,120,580 전일가 33,550 2026.05.14 15:30 기준 관련기사 [특징주]증권주 상승세…다시 커지는 종전 협상 기대 [특징주]증권주 동반 상승세…"1분기 호실적 전망" [특징주]증권주, 코스피·코스닥 상승에 동반 강세 은 옵티머스자산운용사의 사모펀드 최대 판매사로 4327억원을 판매했다. 개인 투자자 계좌 수는 884개로 확인됐다.
이사회는 표면적으로 옵티머스펀드 사태를 두고 "좀더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으로 판단해 보류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주주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게 보상안을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피해금 전액을 반환하면 이사회 구성원들이 NH투자증권에 불필요한 손실을 끼쳤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70% 선지급을 발표한 한국투자증권 수준으로 맞추면 그 규모만 3000억원이 넘는다. 지난해 NH투자증권의 실적은 세전이익 6332억원, 당기순이익 4746억원이었다.
NH투자증권 경영진과의 입장 차이도 결정이 지연되는 이유 중 하나다. 경영진은 보상안 결정 시간을 지체하면 지체할수록 고객이 다른 곳으로 떠날까봐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날 NH투자증권의 보상안 결정이 보류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피해자들은 "다른 증권사로 옮겨야 한다", "잔고를 0으로 만들어야 한다" 등 반발했다.
신한금융투자도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당초 이번 주 내 이사회를 열고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권고한 라임 무역금융펀드 100% 배상안 수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전날까지 이사회 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신한금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대응 방향을 결정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당장 오는 27일이 권고안 답변 시한인 만큼 답변 시한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하나은행이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고 금감원에 답변 연기 요청을 하기로 결정한 만큼 무리하며 먼저 결정을 내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할 것으로 점쳐진다.
금감원 배상안을 수용할 경우 배임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 NH투자증권과 비슷한 처지다. 향후 배상 범위가 눈덩이처럼 늘어날 수 있는 점도 문제다. 금감원 분조위가 100% 배상하라고 권고한 대상은 라임 무역금융펀드다. 신금투가 판매한 라임펀드 전체 3248억원 중 425억원에 해당한다. 이번에 100% 배상을 받아들이면 향후 다른 펀드 판매 분량에 대해서도 배상을 해야 한다는 명분이 생길 수 있다.
운용사의 부실을 판매사가 온전히 떠맡는 선례가 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운용사의 방침과 전략을 세세히 들여다볼 수 없는 상황에선 판매사도 일종의 피해자라 억울한 측면이 있다"며 "그럼에도 판매사가 모든 배상을 떠안는 경우 향후 판매사에게만 책임이 쏠리는 안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금감원의 권고를 딱 잘라 거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분조위의 결정은 권고 사항으로 강제력은 없지만 감독당국과 대척하는 모양새가 향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비판적인 여론도 커져 향후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라임에 이어 옵티머스펀드도 '100% 배상 권고'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금감원 분쟁조정위는 지난달 30일 회의를 열고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 무역금융펀드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결정하고 투자자에게 투자원금 100% 배상을 권고했다. 회생이 불가능한 상태인 라임 무역금융펀드의 부실을 감추고 판매해 펀드 계약 시점에 명백한 '착오'가 있었다는 판단에서다.
옵티머스펀드도 '착오에 의한 계약'으로 볼 여지가 높아졌다. 전날 금감원의 중간 검사 발표로 운용사인 옵티머스가 안정적인 자산에 투자하는 것처럼 오인하도록 해 펀드 투자금을 모집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매출 채권에 투자한다고 속여 투자자금을 모은 뒤 실제로는 투자금 대부분을 위험성 높은 비상장기업 채권을 매입하는 데 사용했다. 심지어 운용사 대표가 수백억원을 횡령해 개인용도로 사용하기도 했다.
김철웅 분쟁조정2국 국장은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100%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다양한 분쟁조정 방안을 통해 자산의 실사나 손해확정 등 조건에 따라서 분쟁조정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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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분조위에서 이와 관련해 예비조사에 착수했다. 사실 관계를 규명한 이후 분쟁조정 방안이 검토되고, 자산 실사나 확정 조건에 따라 최종 결정이 내려질 전망이다. 다만 분조위가 100% 배상을 결정하더라도 권고 사항으로 법적 강제력은 없다. 판매사가 수용하지 않으면 배상 조정이 이뤄지지 않고 추후 소송을 통해 다투게 된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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