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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데이터청을 반대하는 두 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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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데이터청을 반대하는 두 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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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적인 영화를 보면 사람이 정말 폭력적으로 변할까? 미국의 두 경제학자인 고든 달과 스테파노 델라비그나는 이것을 알아보기 위해 1995년부터 2004년까지의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미국연방수사국(FBI) 시간별 범죄 데이터, 영화 흥행 순위, 영화 폭력 등급이다. 그 결과 폭력적인 영화가 상영되는 주말 저녁에 범죄율이 오히려 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빅데이터는 이렇게 말했다. "폭력적인 성향이 잠재된 사람들이 어울려 술을 마시는 대신 영화를 본다면 폭력 사건이 줄어들 수 있다."


구글의 데이터 분석가인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는 그의 저서 '모두 거짓말을 한다'에서 또 다른 빅데이터 성공 사례들을 열거했다. 전국 매장의 매출 데이터를 이용해 어떤 제품을 선반에 얹을지 결정하는 월마트, 도플갱어 고객들의 클릭 수와 조회 수를 기반으로 영화를 추천해주는 넷플릭스, 여론 조사는 패배를 예상했지만 구글 검색은 트럼프의 승리를 내다본 2016년 미국 대선….

책 제목처럼 사람들은 여론조사에 응할 때는 거짓말을 해도 혼자 방에서 구글을 검색할 때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것이 '데이터의 가치'다. 석학 유발 하라리도 '호모 데우스'에서 '데이터교'라는 수식어로 빅데이터의 가치를 극찬했다. "이 우주가 데이터의 흐름으로 이뤄져 있고 그 지고의 가치는 '정보의 흐름'이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데이터청을 설립하자'는 주장이 경쟁적으로 튀어나오고 있다. 데이터 정책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 필요성에는 십분 공감한다. 데이터는 '미래의 석유'이고, 유발 하라리 말마따나 우리도 '우주적 데이터 흐름'에 동참해야 하므로. 그런데도 데이터청이 마뜩찮은 이유는 왜일까.


첫째는 정치권이 말하는 데이터청이 진흥보다는 규제, 자율보다는 통제에 기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 조직이 새로 생긴다는 것은 예산과 사람이 투입되고 법을 관리ㆍ감독하는 권한이 주어진다는 의미다. 물론 시장이 혼탁할 때는 적당한 규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규제의 틀 속에서 먼지가 수북이 쌓인 데이터를 꺼내 경제적 가치를 부여할 때다. 데이터청 얘기가 나왔을 때 기업들이 심드렁했던 것도 그래서다. "정부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라 정부가 바로 문제"라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할 필요도 없다. 규제는 만들기는 쉬워도 없애기는 어려운 법이다.

데이터청을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것이 실행이 아닌 전략의 문제여서다. 청은 집행기관이지 전략을 수립하는 곳이 아니다. 이미 데이터 관련 정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행정안전부, 금융위원회 등에 산재해있다. 게다가 개인정보 보호를 책임지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조만간 출범한다. 이런 기능들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고민이 필요한 지금, 전략이 없는 실행은 안 하니만 못하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어떨까? 이른바 빅데이터 선진국이라는 곳에서는 특정 부처에 데이터 정책을 몰아주지 않는다. 부처마다 데이터 특성을 반영한 정책을 집행하는 영국이나 빅데이터 협의체를 중심으로 부처들이 협업하는 미국의 사례처럼 데이터 정책은 특정 부서가 독점할 수 없는 '조율과 협력'의 국가 경영 과제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또는 총리 산하의 위원회를 만들어 범정부 정책을 조율해야 한다고 하는데 역시 마찬가지다. 옥상옥의 중복 규제가 돼서는 안 되고,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전략을 수립해내야 한다. 과연 가능할까. 유발 하라리가 대신 답을 내놓는다. "자본주의가 공산주의를 이긴 것은 정보의 흐름이 더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정보의 자유 덕분이다. 그러므로 더 나은 세계를 창조하는 열쇠는 데이터를 자유롭게 풀어주는 것이다."




이정일 부국장 겸 4차산업부장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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