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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최숙현 선수 사건, 경주시청팀 늑장 대처...뒷북 징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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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 6일 가해자 징계 절차
지난 2월 피해 사실 인지...조사 매뉴얼 안 따라

국가대표와 청소년 대표로 뛴 23세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고(故) 최숙현 씨가 지난 2013년 전국 해양스포츠제전에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가대표와 청소년 대표로 뛴 23세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고(故) 최숙현 씨가 지난 2013년 전국 해양스포츠제전에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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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대한철인3종협회가 6일 고 최숙현 선수의 가해자로 지목된 팀 감독과 고참 선수들을 징계한다고 밝힌 가운데 협회는 최 선수의 폭행·가혹행위 피해 사실을 지난 2월에 이미 인지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당시 협회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의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만 믿고 사건을 덮은 것으로 확인돼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협회 측은 감독 말만 믿고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사실을 시인했다.

협회는 6일 오후 4시 징계위원회 격인 스포츠 공정위원회를 열고 가해자로 지목된 4명 중 팀 닥터를 뺀 3명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최 선수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가해자들을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상 영구 제명할 수 있다.


스포츠인권 보호 업무처리 매뉴얼에 따르면 스포츠 현장에서 발생한 폭력 및 성폭력 사건 발생 신고 시 정확한 정황과 개요를 파악해야 한다. 또 조사기관을 결정하고, 직접 조사 혹은 사건을 이첩하는 등 철저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이같은 매뉴얼에도 협회 측은 관련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미래통합당 '고 최숙현 선수 사건 진상규명 및 체육인 인권 보호 TF'는 지난 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 선수 사건과 관련해 간담회를 진행했다.


TF 위원장인 이양수 통합당 의원은 브리핑에서 "협회가 이미 2월부터 해당 사건이 문제가 돼 경찰에 넘어갈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 새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최 선수가 대한체육회와 협회 등에 신고 및 진정서를 접수한 4월8일보다 약 두 달여 앞서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도 최 선수에게 피해 사실을 묻거나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TF에 따르면 협회는 경주시청팀 감독에게만 전화를 걸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감독은 협회에 "그런 (폭행 및 가혹 행위) 사실이 없다"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의원은 "감독의 말만 믿고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라며 "이때 적절한 대응과 적극적인 조치가 있었다면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뿐만 아니라 TF에 따르면 협회가 책임을 덜기 위해 2월에 (최 선수) 사건을 인지했다는 사실을 처음에는 숨긴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일 경북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 운동부 감독이 인사위원회가 열리는 시 체육회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일 경북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팀 운동부 감독이 인사위원회가 열리는 시 체육회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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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은 "간담회 처음엔 (2월에 사건을 인지했는지를) 모른다고 부인했는데, 이용 의원이 이미 사실관계를 어느 정도 파악한 상태에서 그에 대해 질문을 계속하자 그제야 2월부터 알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협회와 관련 기관 대응 과정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최 선수 사건을 기사로 접했다고 밝힌 한 누리꾼은 "체육계에는 악습이 뿌리 깊게 남아있다고 생각했다. 감독 말만 믿고 제대로 수사할 의지도 없었다. 일이 커지면 자신들이 불리해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면서 "폭행 사실을 인지한 때부터 관련자들을 조사했다면 최 선수의 억울한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는 협회와 관련 기관들의 안일한 대처 때문에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이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누리꾼도 "협회나 감독이나 똑같다고 생각한다. 협회가 누굴 징계할 자격이나 있냐"라면서 "최 선수 말고도 피해자가 더 있을까 무섭다. 정부에서 나서서 협회와 관련 기관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지난달 26일 오전 부산의 한 숙소에서 최 선수는 '그 사람들의 죄를 밝혀달라'는 문자메시지를 가족에게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들은 최 선수가 전 소속팀인 경주시청에서 감독과 팀 닥터, 일부 선배들로부터 지속적인 가혹행위와 괴롭힘 등을 당해 왔다고 주장했다.


YTN이 공개한 녹취록에는 최 선수의 전 소속팀이었던 경주시청 선수 및 관계자들이 최 선수에 가혹행위를 한 정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들은 최 선수에게 "운동을 두 탕하고 밥 한 끼도 안 먹었는데 살이 쪘다", "잘못했으니 3일 굶어라" 등 폭언을 하는가 하면, "이빨을 깨물라"라고 말한 뒤 폭행을 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최 선수 사태와 관련해 6일 상임위 차원의 진상조사에 나선다. 문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에서 "문제의식이 부족한 지자체와 체육계, 소위 힘 있는 기관인 검찰과 경찰이 한 사람의 생명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청문회 등을 추진해서라도 끝까지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에서 가혹행위를 당한 추가 피해자들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이번 기자회견에 나설 추가 피해자들은 최 선수가 가혹행위를 당하는 장면을 목격했거나 직접 폭행, 폭언을 당했던 인물들로 알려졌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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