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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보톡스균 도둑"…5년째 진실공방 점입가경

최종수정 2020.07.03 12:08 기사입력 2020.07.0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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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음해행위" 대웅제약, 前직원 허위사실 유포 제소
메디톡스, '밀반입' 역공에 "美 대학서 연구 후 들여온 것"
글로벌 1위 美 시장 선점 놓고 치열…6일 ITC 예비판결

서로 "보톡스균 도둑"…5년째 진실공방 점입가경


[아시아경제 조현의 기자]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5년 전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균주 출처를 놓고 2016년부터 시작된 메디톡스 대웅제약 간 갈등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예비 판결을 앞두고 최고조에 달한 것이다. "보톡스 균주를 훔쳤다"는 두 회사의 설전(舌戰)과 비방이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ITC는 오는 6일(현지시간) 메디톡스 대웅제약 간 소송을 놓고 예비 판결을 내린다. 최종 판결은 오는 11월이지만 예비 판정이 뒤집히는 경우가 거의 없는 만큼 이번 결정에 따라 두 회사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메디톡신'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메디톡신'



◆2016년 시작된 보톡스 전쟁= 메디톡스 대웅제약 의 '보톡스 전쟁'은 2016년 시작됐다. 메디톡스 를 창업한 정현호 대표는 보툴리눔 관련 연구로 학위를 딴 박사 출신으로, 당시 대웅제약 휴젤 등 국내 다른 업체들이 해외 각국에서 임상 막바지에 들어갈 즈음 균주의 출처에 대해 문제 삼고 나섰다. 보툴리눔은 아주 미세한 양으로도 수백만 명을 살상할 수 있는 위험성이 높은 물질로, 다른 업체의 주장대로 자연 상태에서 발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정 대표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다른 업체에) 시비를 거는 게 아니라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시점에 균주의 출처를 명확히 하지 않을 경우 국가 망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메디톡스 는 특히 대웅제약 이 보툴리눔 톡신 제인 '나보타'를 개발하기 위해 보툴리눔 균주를 훔쳐갔다고 주장했다. 대웅제약 은 이에 "국내 토양에서 발견한 균주를 사용한 것이 맞다"며 "경쟁사의 음해 행위"라고 반박했다. 메디톡스 는 2017년 10월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지난해 1월엔 미국 ITC에 대웅제약 과 나보타의 미국 판매사인 에볼루스를 제소했다. 논란의 핵심은 대웅제약 메디톡스 의 균주를 훔쳤느냐다.


대웅제약 은 ITC 예비 판정을 나흘 앞둔 전날 메디톡스 로 이직한 전 직원 유 모 씨를 상대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대웅제약 은 "유 씨가 '경쟁사인 메디톡스 퇴직 직원이 보툴리눔 균주와 생산기술 자료를 훔쳐 대웅제약 에 전달해왔다'라는 사실과 다른 허위 주장을 했다"며 제소 배경을 밝혔다. 이어 " 메디톡스 대웅제약 이 훔친 균주와 기술로 사업을 했다는 음해 전략을 펼쳤다"면서 "유 씨의 허위 주장을 바탕으로 대웅제약 을 상대로 민·형사소송을 제기하고 미국 ITC에도 제소했다"고 주장했다.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



◆2조원 미국시장 놓고 격전= 메디톡스 가 수년째 대웅제약 이 자사의 균주를 훔쳤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대웅제약 은 " 메디톡스 의 균주야말로 훔쳐온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2ㆍ3위 보툴리눔 톡신 제약사가 상대방의 균주는 훔쳐온 것이라며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정 대표는 자사의 균주가 양규환 전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1979년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보툴리눔 톡신을 연구한 후 들여온 것이라고 밝혀왔다. 대웅제약 은 이에 대해 "양 전 식약청장이 미국에서 연구 생활을 하다 당국에 신고하지도 않고 몰래 가져와 대학 제자인 정 대표에게 줬다고 하지만 근거조차 불분명하고 오히려 메디톡스 균주의 출처가 의심된다"고 밝혔다.


두 회사가 수년째 갈등을 겪는 것은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의 선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국 보툴리눔 톡신 시장 규모는 약 2조원으로 국내(1500억원)시장의 12배 이상에 달한다. 대웅제약 의 나보타는 지난해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허가를 획득한 반면 메디톡스 는 미국 시장에 진출하지 못했다. 메디톡스 는 여기에 지난달 서류 조작 등의 이유로 국내 품목허가가 취소되면서 미국 진출은 더욱 멀어졌다.

ITC 예비 판결 이후엔 국내 보톨리눔 톡신 산업도 송두리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메디톡스가 승소 시 대웅제약 외에도 국내 다른 기업의 균주 출처 조사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도 대웅제약의 균주 출처를 놓고 행정조사를 재개할 수 있다. 글로벌 보놀리툼 톡신 시장은 국내 기업들이 선도하고 있는 만큼 이번 예비판결은 향후 시장 지배력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현의 기자 hone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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