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양국신 씨의 '진심'…"나누는 기쁨이 노년의 복"
손님들 음악 영상 촬영해 선물…자비로 생일 축하도
지난 3일 수성못서 '올디스 벗 굳디스' 작은 음악회 열어
시민 후원금에 자비 보태 공연장 찾은 이들에게 전액 식사 대접
최근 본보(대구 종로의 소년 '양국신', 비틀즈를 품고 수성못의 전설이 되다)를 통해 45년 외길 음악 인생이 소개됐던 베테랑 뮤지션 양국신 씨(72)는 대구 수성구에서 음악과 함께 제2의 인생을 살아가며 지역 사회에 따뜻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양 씨의 음악 인생은 1950~60년대 대구 종로통에서 싹텄다.
어머니의 식당에서 흘러나오던 젓가락 장단으로 소리에 눈을 뜬 그는, 담장 넘어 들려오던 비틀즈의 팝송에 매료돼 언더그라운드 무대에 발을 들였다.
이후 45년간 외길을 걸으며 대구 수성못 일대에서 전천후 뮤지션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그는 자신의 라이브 카페 '굳타임'을 찾는 손님들이 음악을 즐기는 모습을 영상으로 직접 촬영해 선물하는 특별한 나눔을 실천 중이다.
특히 생일을 맞은 손님에게는 자비를 들여 축하 음악을 제공하는 등 이웃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고 있다.
그는 "72살 나이에 지금처럼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는 것도 다 복"이라며 "그러나 건강은 어느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만큼,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담담히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아름다운 선율 뒤에 가려진 삶의 무게도 만만치 않다.
술만 마시면 폭행과 폭언을 일삼는 일부 취객들로 인해 남모를 상처를 입기도 한다.
특히 수십 년간 알고 지낸 동생뻘 손님이 욕설을 하고 폭력을 행사할 때면 깊은 회의감이 밀려온다.
양 씨는 '다 저마다의 사연이 있겠지'라며 참아내려 애쓰지만, 평생 곁에서 묵묵히 주방과 서빙을 도맡아 하는 아내 어윤희 씨(64)에게까지 욕설이 향할 때면 분노를 참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때마다 그를 붙잡아준 것은 아내의 따뜻한 말 한마디였다.
아내는 분노하는 양 씨에게 항상 "여보, 참읍시다"라며 위로를 건넸고, 이 한마디가 거친 상황을 잠재우는 버팀목이 됐다.
이러한 고달픔 속에서도 양 씨는 음악을 통한 나눔을 멈추지 않았다.
본보를 통해 그의 45년 음악 여정과 가족을 향한 참회록이 소개된 이후, 주변의 격려와 응원이 쏟아지자 양 씨 부부는 음악 봉사를 더욱 확대해 나가고 있다.
그 일환으로 양 씨가 이끄는 '올디스 벗 굳디스' 밴드는 지난 3일 대구 수성못에서 뜻깊은 '작은 음악회'를 개최했다.
이날 무대에서 모인 시민들의 소중한 후원금에 양 씨가 직접 자비까지 보태어, 공연장을 찾아준 고마운 이들에게 전액 식사를 대접하는 넉넉한 정을 베풀기도 했다.
또한 이들은 불우이웃 돕기 성금 마련을 위한 자선 공연을 열고, 영남권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2억 원 상당의 최첨단 음향 시스템 무대 위에서 40~50년 경력의 베테랑 연주자들과 함께 수준 높은 사운드를 선보였다.
지역 기업과 단체, 지인들이 자발적으로 힘을 보태어 성황리에 마무리된 공연의 수익금 전액은 대구 수성구청에 기부되어 따뜻함을 더했다.
양 씨는 "보도 이후 너무 많은 분이 연락을 주셔서 큰 용기를 얻었다"며 "비록 라이브 카페라는 공간이지만, 이곳을 누구나 품격 있는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이자 나눔의 장으로 이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 대구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조폭담당 형사를 지낸 김재성 씨는 "퇴직 후에도 이곳을 찾는 이유는 양국신 형님의 변함없는 인품 때문"이라며, "현직 경찰 시절 거친 현장을 누비던 저에게 추억과 여유, 낭만을 선물해 준 안식처 같은 곳"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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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희로애락이 교차하는 대구 수성구의 무대에서, 양 씨는 아내와 함께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오늘도 타인의 행복을 기록하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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