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회장 건전성 강화에 직접 나서
4대 금융그룹 1분기 6700억 쌓았지만
전문가 "턱없이 부족, 수조원 마련해야"

충당금 적립나선 4대 금융지주…“수익 줄어도 부실 위험 대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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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김민영 기자]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건전성 강화를 위해 대손충당금 관리에 직접 나섰다. 금융그룹 수장까지 나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따른 부실 위험에 미리 대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국내은행의 올해 대손비용이 지난해보다 1조5000억원 늘어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면서 금융그룹들이 건전성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기존에 나간 대출자산과 여신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하고 부실 위험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더 쌓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손충당금은 금융회사가 대출금 등 빌려준 돈의 일부를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해 비용으로 처리하는 회계 계정이다. 충당금을 많이 쌓을수록 이익은 줄고 비용이 커져 수익성엔 좋지 않고, 건전성은 높아진다. 김 회장이 충당금을 충분히 쌓으라고 주문한 건 그만큼 미래의 부실에 대비한다는 뜻이다.


하나금융은 올해 1분기 929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43.6%(718억원)나 줄어든 것이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의 리스크를 과소평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관련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철저한 감독과 회계법인의 적법한 처리에 따랐다”며 “하나금융이 갖고 있는 대출채권의 담보 비율이 다른 금융사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일축했다. 담보가 있는 대출인 만큼 손실이 나도 비용이 적게 든다는 얘기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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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하나금융과 달리 다른 금융그룹은 충당금을 대거 적립한 상황이다. 신한금융은 올 1분기 대손충당금으로 2586억원을 쌓았다. 전년 동기 대비 11.0%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KB금융은 충당금을 55.6% 늘린 2435억원을 쌓아 놓았다. 우리금융도 750억원으로 전년 동기 540억원에서 크게 늘렸다.

4대 금융그룹이 1분기 쌓은 충당금만 670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이 금액으론 턱없이 부족하며 연말까지 수조원대를 쌓아야 한다는 게 금융권 전문가들 예상이다.


특히 핵심 계열사인 주요 은행들은 언제 가시화할 지 모르는 부실 리스크를 상시적으로 짊어지고 있다. 은행들은 코로나19 여파로 급증하는 대출이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부실화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은 전월 보다 16조원 불어난 945조1000억원에 달했다.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9년 6월 이후 올해 4월(27조9000억원), 3월(18조7000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증가폭이다. 5월 기준으로는 통계 작성 이후 증가 규모가 가장 크다. 가계대출 잔액도 5조원 늘어난 920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연체율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신한ㆍKB국민ㆍ하나ㆍ우리은행 4대 은행의 지난달 말 대출 연체율은 전월 대비 0.02%포인트씩 상승했다. 지난 4월 말 기준 0.21~0.33%였던 연체율은 한 달 뒤 0.23~0.35%로 집계됐다. 부문별로 보면 가계대출 연체율이 0.16~0.32%에서 0.17~0.33%로 올랐고, 기업대출 연체율은 0.22~0.38%에서 0.24~0.41%로 높아졌다.


문제는 코로나19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지표에 반영되는 하반기부터 대출 폭증에 따른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임형준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은 “초저금리 기조 속에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며 “비관적 시나리오 가정 시 국내 일반은행의 대손비용이 지난해 대비 최대 1조5000억원까지 늘 수 있다”고 예상했다.


충당금을 쌓아놓는 건 글로벌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 1위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올 1분기 충당금을 47억6000만달러 쌓았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배 늘리면서 순이익이 반토막 났다. 씨티그룹도 지난해 보다 3배 이상 늘린 70억3000만달러의 충당금을 쌓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행들의 1분기 충당금은 전년 동기보다 350% 증가했으며 유럽은행들도 269%나 늘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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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단 코로나 관련 금융지원의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면서도 건전성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손충당금 적립은 어디까지나 은행의 자율 관리 영역이지만 당국도 면밀히 체크하고 있다”고 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지금부터라도 충당금과 내부 유보를 늘리는 등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손실 흡수 능력을 최대한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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