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길 건너기 편해" vs "좀 과해요" 민식이법 2개월…스쿨존 가보니
민식이법 시행 2개월…시민들 반응 엇갈려
"애들 안전 먼저" vs "과한 측면 있어"
김민식군 父 "수정·보완 부정적으로 보지 않아"
11일 서울 중구 한 초등학교 앞에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진입을 알리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 사진=임주형 인턴기자 skepped@asiae.co.kr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임주형 인턴기자] "애들이 먼저죠. 좀 늦게 가면 어떻습니까.", "좀 과하다는 느낌이 들긴 해요."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처벌을 강화한 이른바 '민식이법' 시행 후 2달여가 지난 가운데,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한 초등학교 스쿨존 인근에서 만난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민식이법'이라 불리는 '도로교통법 개정안',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해 지난 4월25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법안들은 스쿨존 내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 의무화, 어린이 스쿨존 교통사고 가중처벌 등 조항을 담고 있다.
어린이의 안전한 등·하교를 위해 필수적인 법안이라는 의견도 많지만, 일각에서는 가중 처벌 조항이 너무 가혹하고 어린이 교통사고 책임을 온전히 운전자에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며 법 개정을 촉구하는 주장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논란이 지속하는 가운데 11일 오후 하교 시간에 방문한 중구 한 초등학교 인근 스쿨존은 불법 정차된 차량 한 대 없이 깔끔한 모습이었다.
이따금 스쿨존이 위치한 도로로 꺾어 들어온 트럭·택시·승용차 등은 '어린이 보호구역' 표지를 보고 30km/h 이하 속도로 저속주행했다. 삼삼오오 모여 하굣길에 오른 학생들은 거리낌 없이 횡단보도를 건넜다.
스쿨존 인근 주택가에 거주한다는 60대 남성 A 씨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민식이법이 필요하다며 확고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요즘 이 법안 가지고 어떤 사람들한테 불만이 있다고 하는데, 저는 그건 아니라고 본다"며 "사람이 먼저 살고 봐야지 차가 좀 느리게 가서 뭐가 대수인가"라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B 씨는 "오히려 (민식이법이) 더 강화되어야 한다고 본다"며 "지금이야 오후라서 괜찮지만, 이른 아침이나 밤에 엄청 빠르게 도로를 질주하는 차량도 몇 번 봤다.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민식이법' 이후 오히려 등·하굣길이 불편해졌다는 의견도 있었다.
매일 아침 해당 초등학교에 등교 시킨다는 C(47) 씨는 "아이들 교통사고 걱정을 덜었다는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매일 아침 승용차에 아이를 태워 등교시키는 입장에서는 불편한 점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학교에서 한참 떨어진 곳부터 교통 통제를 하기 때문에 마땅히 차를 세워둘 공간이 없다"고 토로했다.
20대 직장인 D 씨는 "아이들 특성상 언제 횡단보도로 나올지 모르니까 스쿨존을 건널 때마다 긴장된다"며 "학생들 안전이 우선인 취지는 적극 공감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법안이) 과한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초등학생들은 민식이법 시행 후 횡단보도 건너는 일이 한결 수월해졌다며 입을 모았다. 초등학교 5학년생 E(12) 군과 친구들은 "예전과 다르게 길을 서둘러 안 건너도 되니까 편해요"라고 말했다.
'민식이법'은 앞서 지난해 9월 충남 아산 한 스쿨존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김민식군 형제를 차량이 들이받아 형이 숨지고 동생이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은 사고를 계기로 시행됐다.
법이 시행된 후 일각에서는 해당 법안이 운전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3월23일 한 누리꾼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민식이법 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35만건이 넘는 동의를 받기도 했다.
이 글에서 청원인은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피하기 힘든데도 모든 책임을 운전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며 "어린이 교통사고 원인 중 횡단보도 위반이 20.5%로 성인에 비해 2배 높은데 운전자에게 무조건 예방하라고 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며 법안 개정을 촉구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부자들 마저도 "지금 들어가도 돼요?"…돈다발 들...
논란이 확산하자 김 군 아버지 김태양 씨는 "운전자들의 우려와 혼란을 이해한다. 오해의 여지가 있다면 정부가 풀어주면 좋겠다"라며 "민식이법에 문제가 있다면 수정될 부분은 수정하고 보완될 부분은 보완해 완벽한 법으로 바꾸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임주형 인턴기자 skeppe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