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심 깊은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불기소 의견 내면 어쩌나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경영권 부정승계 의혹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김형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2)에 대한 기소 여부를 판단할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검찰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검찰이 이미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만큼, 기소를 강행하는 게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가운데, 만일 심의위원회가 불기소 의견을 낸다면 매우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기 때문이다.
검찰의 구조와 생리를 잘 아는 법조계 인사들은 이 경우에도 검찰이 기소를 결정할 것으로 본다. 검찰 스스로 만든 '견제기구'를 무시하는 셈이라 비판 여론이 거세질 수 있다.
10일 검찰 등에 따르면 검찰은 11일 서울중앙지검 부의심의위원회를 열어 삼성 측이 신청한 심의위원회 소집 안건을 심의한다.
여기서 부의 결정이 나면 심의위원회가 열려 이 부회장의 기소 적절성에 대한 의견을 모아 검찰에 전달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만큼 부의 의결을 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심의위원회가 '불기소' 의견을 낼 경우다. 검찰은 지난 8번의 심의위원회에서 나온 결정을 모두 따른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엔 앞선 8번과 사례가 다르다는 분석이 있다.
이례적으로 검찰이 아닌 피의자가 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다는 점 그리고 검찰이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사건이란 차이점이다.
통상 검찰은 기소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는 애매한 사건을 두고 외부전문가들의 의견을 묻기 위해 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해왔다. 그러나 이번엔 검찰이 이미 구속까지 필요한 엄중한 사안으로 결론을 내린 상황이라, 심의위원회가 다른 결론을 준다해도 따르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구속영장을 청구한 피의자를 불기소한 전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백성문 변호사는 통화에서 "심의위원회 의견은 권고 효력밖에 없다"며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건 이미 범죄 혐의가 있다고 심증을 굳힌 상태이기 때문에 결국 기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기소를 하면서 '위원회 의견을 존중하지만 기소를 해서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기로 했다' 이런 식으로 설명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검찰의 기소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심의위원회가 불기소 의견을 내면 검찰이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변호사회장)는 “위원회가 외부에서 강제된 기구도 아니고 검찰이 스스로 외부 견제를 받겠다고 만든 제도인 만큼 그 의견은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김 변호사는 “지금 위원회 위원들이 그냥 일반 시민들이 아니라 ‘사법제도 등에 학식과 경험을 가진 사회 각계 전문가’들인데 이 분들이 양측의 설명을 듣고 토의를 거쳐 결론을 내면서 어떤 근거를 제시할 텐데 검찰이 그 의견과 다른 결정을 하려면 최소한 그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 이유를 밝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통상 구속영장 기각 후 영장재청구를 검토하지만 심의위원회 소집을 앞두고는 여의치 않아 보인다. 다만 심의위원회에서 사건관계인이 소집을 신청한 경우 구속영장과 관련된 사항은 심의하지 못하게 돼 있다는 점에서, 검찰이 일정과 관계없이 '영장재청구' 강수를 둘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한편 심의위원회 제도가 도입된 2018년 이후 모두 8번 위원회가 개최됐다. 이 부회장 등의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9번째 위원회 사건이, 사건 관계인이 신청한 사건으로는 역대 2번째가 된다.
나머지 7건은 검사장의 신청으로 위원회가 소집됐다. 구체적인 사례들을 살펴보면 2018년 기아자동차 파업 업무방해 피소사건(기소유예),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여 검사 성추행 및 인사보복 사건(기소), 강남훈 전 홈앤쇼핑 대표의 배임 사건(기소),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관련된 소방관들의 업무상과실치사 사건(불기소) 등이 있다.
지난해에는 기소 전 피의사실을 공표한 수사 경찰관을 울산지방검찰청이 입건한 사건에 대해 "수사가 적법하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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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관계자는 "사건관계인이 위원회 소집을 신청하는 건수는 매우 많지만, 대부분 부의심의위를 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보수 유튜버 김상진씨가 지난해 5월 윤석열 검찰총장을 협박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 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지만 부의심의위 단계에서 부결됐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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