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부터 서울·인천·대전지역 '전자출입명부' 시범도입
오는 10일부터는 전국으로 확대 도입 방침

지난달 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소재의 한 주점. 방문객이 명단을 작성하고 있다/사진=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asiae.co.kr

지난달 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소재의 한 주점. 방문객이 명단을 작성하고 있다/사진=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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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연주 인턴기자] #최근 강남의 한 음식점에 방문한 직장인 이 모(27)씨는 점원으로부터 출입명부 작성을 요청 받았다. 명부에는 이름, 연락처, 주민등록번호 기재란이 있었고 방문자들의 정보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이를 본 이 씨는 "이름과 전화번호, 특히 주민등록번호까지 적혀있는 걸 보고 누군가 내 정보를 악용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며 "관리를 누가 하는 건지 명확하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 보관되는지도 알 수 없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오늘(1일)부터 서울·대전·인천 지역 클럽, PC방, 술집 등에 '전자출입명부'를 시범 도입하는 가운데 사생활 침해와 개인정보 유출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의 일환으로 일부 영업장들에 한해 '수기출입명부'를 적도록 했다. 그러나 수기로 방문자 명단을 작성할 경우 허위정보가 너무 많다고 판단해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앞서 방역당국과 서울시는 이태원 클럽 방문자 5517명 명단을 확보했지만, 연락처를 허위로 기재한 사람이 많아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전자출입명부는 출입자가 업소를 방문할 때 NFC 태그 또는 QR코드 스캔으로 본인 인증을 하는 시스템이다. 이어 태그나 스캔을 하면 스마트폰에 본인 이름과 이동전화번호 입력화면이 뜨고, 인증 후엔 발열상태, 호흡기질환 여부, 해외여행 경험, 증상 유무 등 확인을 거친다.

전자출입명부 시범 안내.사진=연합뉴스

전자출입명부 시범 안내.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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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수기 출입명부를 작성해온 영업장에서 느꼈던 개인 정보 보관에 대한 불신은 전자출입명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증상 진단을 이유로 더 세세한 정보를 입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직장인 A(28)씨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하는 취지는 이해되나, 꼭 이런 방법을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어떻게 보면 내 사생활을 침해당하는 것과 다름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어딜 가든 국가가 다 알게 될 텐데 썩 좋은 기분은 들지 않는다. 또 이 제도가 실효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예를 들어 휴대폰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되는 거냐. 또 전자출입명부를 시행한다고 해서 코로나19 확산이 줄어들지 잘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직장인 B(27)씨는 "4주 동안이나 내 정보가 남는다는 것에 불안함이 있다. 또 일정 기간이 지난 후 파기됐는지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까 찜찜한 게 사실"이라며 "공적인 목적으로 쓰이는 것이라곤 하지만 정부가 철저하게 관리하는 게 아니라면 걱정할 수밖에 없는 거 아니냐"고 설명했다.


반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자출입명부 작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대학생 C(25)씨는 "개인정보, 사생활 침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전 세계적 재난 상황인 만큼 어쩔 수 없다고 본다"며 "솔직히 확진자 이동 동선 공개도 원칙적으로는 사생활침해 아닌가. 그런데도 현재 상황에서 공공 보건을 위해 암묵적 협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방역으로 전환됐다고 해도 여전히 위험한 상황인데, 굳이 감염 위험이 큰 위험 시설을 방문하면서 저런 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기적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D(27)씨는 "정부에서 명부를 도입한 장소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큰 곳"이라며 "개인정보 노출하고 싶지 않으면 안 가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태원 일대 거리 방역.사진=연합뉴스

이태원 일대 거리 방역.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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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코로나19 사회경제위기 대응 시민사회대책위원회(대책위)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자출입명부 도입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국가가 언제든지 개인을 추적할 수 있고, 국민이 국가가 감시할 수 있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는 점"이라며 "방역이라는 미명 하에 정부가 완벽한 감시 통제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앞서 참여연대도 성명을 통해 "특정한 시설에 출입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개인정보를 제공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시설출입실명제'를 실시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서 혹은 편리하다고 해서 무조건 기본권 침해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전자출입명부 시스템 도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이 한 번 도입되면 공공기관과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아무런 제약 없이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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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방역 당국은 시범운영 결과를 반영해 오는 10일부터 전국 고위험 시설과 지방자치단체가 추가로 행정조치를 한 시설에 대해 의무적으로 전자출입명부를 도입할 방침이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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