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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적자시대의 이익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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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호 편집기획팀장

이경호 편집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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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를 비롯한 주요 업종이 지난 1분기 줄줄이 적자를 냈다. 예견된 적자라지만 국내선과 근거리 해외노선이 대부분인 저비용항공사(LCC)는 물론이고 전 세계 하늘길을 누벼온 양대 항공사마저 예상된, 그러나 뼈아픈 적자를 냈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가뜩이나 어려워진 해외 인바운드ㆍ아웃바운드 모두 당분간 풀려나기 어려운 상태다. 앞으로 더욱 암울한 실적이 예고되고 있다.


코로나19가 비대면(언택트) 사회를 앞당기면서 유통물류, 식음료, 게임, 결제 등 언택트산업이 예상치 못한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그간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자동차, 스마트폰, 반도체, 석유화학, 조선, 철강, 정유 등 주력 산업의 부진을 만회할 정도가 되기는 시간이 너무 많이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남양유업이 얼마 전 협력이익공유제라는 제도를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시범 도입하기로 했다. 여러 내용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농협 납품 시 발생하는 순영업이익의 5%에 해당하는 이익을 대리점에 분배하는 것이다. 영업이익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이 1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1억원을 최소 보장금액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협력이익공유제는 거래를 통해 발생한 이익을 사전 약정에 따라 나누는 제도다. 현 집권당과 진보야당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해온 제도로 정부와 여당은 법제화를 추진해오다가 지금은 보류된 상태다.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던 홍종학 장관이 앞장섰다.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이익을 나누자는 형태의 제도는 '동반성장' '상생' 등의 이름으로 과거 노무현 정부 때에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에도 있었다. 정권을 가리지 않고 대기업은 잘나가는 것 같은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골목상권, 대리점주 등은 정권을 가리지 않고 어려움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잇단 갑질논란을 만회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일부 긍정적 시선도 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적자 러시 시대에 성급한 결정"이라면서 남양유업발(發) 협력이익공유제 확산 또는 법제화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크다. 자발적이라지만 자발적으로 보는 이도 많지 않다.


경영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기업에서 이익이 날 경우 그 이익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는 잘 안다. 주주를 위해, 구성원을 위해, 회사를 위해, 소비자를 위해 각각 써야 한다는 것이다. 주주를 위해서라면 주식가치를 제고하거나 배당을 하는 것이고 구성원을 위한 것이라면 임금, 복지에 투입하면 된다. 회사를 위해서라면 미래를 위한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인재확보 등에 쓰면 되고 이는 가격인하 또는 품질제고 등으로 소비자에게 이익으로 돌아가게 된다.

협력이익공유제를 반대하는 쪽에서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이 바로 시장의 왜곡이다. 시장의 질서대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분배가 아니라 강제적 질서가 작동하면 오히려 가격, 품질, 원가경쟁력을 훼손시키고 이는 결국 소비자와 협력업체에 불이익으로 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동반성장위원회가 초과이익공유제(대기업의 이익 또는 손실을 협력사에 나눔)를 추진하자 국회 입법조사처는 "동반성장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시장경쟁의 희생을 담보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성장의 시대, 어닝 서프라이즈의 시대, 흑자의 시대에 이익공유의 목소리는 당위성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축소의 시대, 어닝 쇼크의 시대, 적자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익공유는커녕 고통과 손실을 분담하고 일터와 일자리를 지키는 게 지상과제인 시대가 왔다. 혹시라도 정부와 여당이 "지금 대못을 박지 않으면 다음에는 못한다"는 '대못론'을 생각하고 있다면 노사와 주주, 소비자, 전문가 등 각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이경호 편집기획팀장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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