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 국회통과 유감
인터넷전문은행법(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논란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지난 3월 부결된 것과 사실상 동일한 안이었으나 지난달 29일에는 통과한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법이 처음으로 만들어져 발효된 일시가 2019년 1월 17일이므로, 불과 1년여 정도 경과된 시점에서 이 법 개정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된 것이다. 이번 개정안에 대한 주요한 비판은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지배주주 KT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공정거래법 위반이 문제되자 그 결격사유를 완화한 것이어서, KT에게 특혜를 주는 법개정이라는 지적이었다. 그렇다면 인터넷은행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라는 것이 왜 문제되는가.
이 논쟁의 배경에는 ‘은산분리(금산분리)’라는 오래된 원칙이 자리 잡고 있다. 은산분리는 은행업과 일반 산업을 분리함으로써 제조업 등의 일반 산업을 영위하는 회사가 은행을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은행법의 기본철학이자 정책기조이다. 1950년 제정된 최초의 은행법에서는 산업자본의 은행에 대한 소유제한이 없었으나 이후 산업자본의 은행소유로 인한 부작용으로 1961년 6월 정부는 부정축재처리법에 따라 기업가 소유의 은행주식을 모두 환수해 은행을 국유화했다. 또 금융기관에 대한 임시조치법을 제정해 은행 대주주의 의결권 한도를 제한했으며 수차례 개정을 거친 현재의 은행법은 산업자본이 은행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4%를 초과해서 보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게 되면 나타날 수 있는 폐해로는 경제력 집중으로 인한 독과점, 산업자본의 경쟁사에 대한 신용공여 제한과 제휴회사에 대한 호혜적 신용공여,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유용 등이 예상된다. 이것은 은행이 특정 산업자본만의 이익을 위한 결과 금융자원 배분이 왜곡된다는 문제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산업자본이 자신을 위해 과도한 신용공여를 발생시킴으로써 은행의 재무건전성을 위협하고, 결국 이는 국가의 실물경제와 금융경제가 하나로 얽힘으로써 국가적인 시스템마저 위기에 처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대기업은 개인이나 가족에 의해 지배되고 있고 효과적인 감시체계도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점도 강조된다.
그런데 인터넷전문은행법에서는 이 보유한도를 완화했다. ICT기업은 산업자본으로 분류되고, 창의성과 혁신성을 가진 기업들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입을 열어줘야 한다는 주장에 따라, 예외적으로 산업자본에 의한 인터넷전문은행의 보유 한도를 높여준 것이다. 이 방법으로 기존 은행법을 개정한 것이 아니라 특별법인 인터넷전문은행법을 만들어 보유 한도를 34%까지로 늘렸다. 보유 한도 완화에 따른 부작용에 대비해 안전장치를 채운 게 바로 대주주에 대한 엄격한 적격성 심사다. 재무건전성·정직성·청렴성·전문성 등에 대한 심사를 거쳐 적격성을 갖춘 대주주에 한해 34%까지의 보유를 허락한다는 것이 골자라는 말이다. 요컨대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보유 한도는 늘리면서도 대주주에 대한 적격성 심사는 은행법보다 오히려 강화한 것이고, 이는 은산분리 원칙의 정신을 유지하고 실현하기 위한 것이었다.
결국 인터넷전문은행법 제정의 기본취지가 은산분리 원칙의 취지를 유지하기 위해 적격성 심사를 강화했던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개정안의 국회통과는 유감이다. 은산분리가 경제력 집중의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고, KT가 위반한 공정거래법이 바로 경제력 집중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법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향후에도 이번과 같은 특정 회사를 위한 맞춤형 법개정이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스럽기만 하다. 끝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 지 이미 3년 정도가 지난 상황이고 보면, 금융서비스 혁신과 은행의 경쟁력 제고 및 신성장 산업육성 등 도입 효과로 주장돼던 것들의 성과가 과연 나타나기는 한 것인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도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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