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영의 도시순례]혁신도시 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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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의원 선거 이후 수도권을 제외한 광역 지방자치단체들은 마음이 바빠졌다. 여당이 공약한 '공공기관 이전 시즌 2'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약 150개에 이르는 이전 공공기관을 유치하려는 지자체들의 노력은 벌써 시작됐다. 1차 공공기관 이전에서 원하는 대형 공공기관들을 유치하지 못한 곳은 형평성 차원에서의 배려를, 반대로 대형 기관을 유치한 곳은 기존의 기능을 보완ㆍ강화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렇지만 과연 115개 공기업 및 관련 기관 이전이 지역균형발전과 지방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는지를 생각해보면 답은 긍정적이지 않다.


2003년 6월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방침 발표를 시작으로 2005년 6월 '공공기관 지방이전계획' 발표로 본격화된 '혁신도시'사업은 10개 혁신도시에 115개의 공기업 및 관련 기관이 이전하면서 마무리됐다. 우뚝 솟은 공공기관 사옥들, 그리고 널찍한 도로, 잘 배치된 공원과 녹지 등으로 구성된 혁신도시들은 지역발전을 상징하는 존재로 보인다. 그렇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도시는 활력이 없고, 상가는 비어 있으며, 일과시간 이후 그리고 주말에는 인적을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도시를 만든다고 지역이 발전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혁신도시들이 보여주고 있다.

2005년 공공기관 지방이전 본격화
혁신도시 10곳 115개 기관 이전
텅빈 상가…주말에는 유령도시
혁신도시 활용할 지역 역량 부족
이전 따른 균형발전 효과는 미미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혁신도시가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를 2020년 시점에서 평가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기관이 이전하고, 그곳에서 거주하는 사람들로 그 기관이 채워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기관과 더불어 이주하는 수요는 자녀가 어리거나 이미 대학에 진학시킨 층으로 국한되기 때문에 새롭게 입사하는 인력들이 전체 인력의 대부분을 차지할 때까지 도시의 성공과 실패를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나의 도시가 만들어져서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짧아도 10년, 길면 20년이 걸린다는 것을 과천, 분당 등을 통해 볼 수 있다. 그렇기에 가족 이주율 등을 토대로 혁신도시의 성공을 논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


그렇지만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앞두고 고민해봐야 할 점은 정말로 공공기관이 지역의 고용과 지역산업 발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는가라는 점이다. 공공기관 이전에 대해 많은 지자체는 공공기관이 이전하면 본사 직원들은 물론 관련 기업들까지 모두 내려와 인구가 증가하고, 해당 공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이 지역에 정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옥 이외에 공공기관 주변에 관련 산학연 클러스터를 형성하기 위한 부지를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혁신도시를 다녀도 이러한 구조가 제대로 형성돼 가동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왜 이렇게 됐을까?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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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공공기관은 대부분의 영역에서 갑의 위치에 있으며, 많은 관련 기업은 공공기관과의 안정적 관계 형성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맞다. 그렇지만 이러한 관계가 일방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공공기관이 이전했다고 해서 관련 민간기업들이 인접한 곳으로 같이 이전한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공공기관과 인접한 곳에 있다고 해서 특별한 이득을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굳이 기업들이 따라서 이전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전북으로 이전했다고 해서 증권사들이 본사를 전주로 이전하거나 대규모 인력을 재배치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이 현실화될 경우 등장하는 문제는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에 대한 사항이다. 기존의 혁신도시에 추가적으로 입주를 시킬 것인지, 아니면 새롭게 다시 혁신도시를 만들 것인지, 아니면 기존 도시에 입주하도록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기존 혁신도시를 활용하는 방안은 효율성 측면에서 유리하지만 지역 내 불균형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지역 내 반발이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다른 곳에 다시 도시를 조성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점에서 쉽게 결정 내리기 어려운 과제다. 기존 도시 입주의 경우가 바람직한 대안으로 논의되지만 높은 토지가격에 따른 이전 기관의 부담, 상대적으로 열악한 정주여건에 따른 이전 기피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옳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역별로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고려해 최적의 대안을 모색해야 하지만 소지역주의가 팽배한 상황에서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지기는 쉽지 않다.


공공기관 2차 이전 앞두고
기대부푼 지자체들 유치 경쟁
분석·대안없인 같은 실수만 반복
지역산업발전 실효성 고민해봐야

혁신도시 이전에 따른 균형발전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은 이전 공공기관의 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전 공공기관을 활용해 지역발전을 도모할 지역의 역량과 전략이 부재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도로공사와 교통안전공단이 위치한 김천시가 자율주행차 실증운행을 주도해야 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주택관리공단이 자리 잡은 진주시가 도시재생의 선두주자가 돼야 하지만 그러한 움직임은 매우 미약한 것이 현실이다.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역량과 의지가 부족한 것이 우리나라 지자체의 현실이다. 지자체가 변화하지 않는 이상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긍정적 효과는 제한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 이전은 단순히 기관의 물리적 이전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서 일하는 임직원과 가정이 큰 희생과 변화를 겪어야 할 뿐 아니라 기관은 조직 역량의 약화, 업무효율의 저하 등을 감내하는 극단적 처방이다. 이러한 희생과 비용을 치러서 과연 무엇을 얻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평가 없이 이전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공기관의 효율성과 능력 저하는 단순한 기관 한 곳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손실을 부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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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이전을 추진하기에 앞서 지역별로 1차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얻은 성과를 평가하고, 기대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대안을 해당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공동으로 제시해야 한다.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이 제시되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2차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다. 일방적으로 공공기관에 대해 이전 지역을 지정하는 것 역시 재고될 필요가 있다. 지자체들이 유치 희망 기관과 유치 방안을 제시해 이를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 해당 기관의 직원 및 가족의 의사 역시 일정 부분 반영돼야 할 것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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