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집에서 쉬라고요?" 직장인들 '현실 외면' 정책에 '한숨'
방역당국 '생활 속 거리 두기' 개인방역 기본 5대수칙 공개
지난달 설문조사서 '아프면 집에서 쉬기' 지키기 어렵다는 응답자 54%
정부가 소득 일부 보전하는 상병 수당 도입 요청도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임주형 인턴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세가 둔화한 가운데 정부는 6일부터 '생활 속 거리 두기'로 방역체계를 전환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개인방역 기본 5대수칙을 공개했으나, 일부 수칙은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직장인의 경우 '아프면 출근·등교하지 않고 3~4일 집에서 쉬기' 지침은 사회적 분위기·주변 시선 등을 고려하면 이뤄지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는 국민의 자발적 방역 참여를 이끌기 위해서는 상병 수당 등 일부 사회적 보상을 국가가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은 5일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중대본 회의에서 "6일부터는 일상과 방역의 조화를 위해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방역체계를) 이행한다"며 "그동안 문을 닫았던 시설들이 단계적으로 운영을 재개하고, 행사와 모임도 방역지침 준수를 전제로 원칙적으로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어 "생활 속 거리 두기가 코로나19 종식을 의미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회·경제활동을 보장하되 국민 개개인과 우리 사회 모두가 스스로 방역에 책임을 지는 방역 주체가 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생활 속 거리 두기는 크게 개인방역 5대 지침, 4개 보조수칙, 집단방역 5대 핵심수칙과 31개 세부지침으로 구성된다.
이 중 개인방역 5대 핵심수칙은 ▲아프면 출근·등교하지 않고 3~4일 집에서 쉬기 ▲사람과 사람 사이 두 팔 간격 충분한 간격 두기 ▲손을 자주 꼼꼼히 씻고, 기침할 때 옷소매로 가리기 ▲매일 2번 이상 환기하고, 주기적으로 소독하기 ▲거리는 멀어져도 마음은 가까이 등이다.
그러나 제1 수칙인 '아프면 3~4일 집에서 쉬기'는 실질적으로 지키기 힘들다는 우려가 나온다. 직장 내 분위기나 근로 환경등을 생각하면 몸이 아파도 출근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직장인 A(28) 씨는 "평상시에도 휴가 쓰기 힘든데, 단지 아프다는 이유로 3~4일이나 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또 최근 코로나19로 업황이 나빠지면서 회사 분위기도 어두운 터라 눈치가 많이 보이는 면도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 한 횟집에서 주방 일을 맡고 있는 B(31) 씨는 "요식업은 한 명이라도 빠지면 그날 장사가 제대로 돌아가기 어려운 사업이다"라며 "공휴일에도 제대로 쉬기 어려운 상황인데, 아무리 몸이 아프더라도 3~4일이나 자리를 비우는 건 불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중대본이 지난달 12일부터 26일까지 15일간 84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5대 기본수칙 중 '아프면 3~4일 집에서 쉬기'를 가장 실천하기 어렵다고 응답한 비율이 54%로 가장 높았다.
일부 응답자는 건강보험 가입자가 질병·부상으로 치료받는 동안 상실되는 소득·현금수당 등을 보전해 주는 '상병 수당'을 도입해 달라는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정부는 공공기관부터 해당 수칙을 시범적용해 직장 문화 개선에 동참하겠다는 방침이다.
김강립 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지난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생활방역 지침이)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요청드린다"며 "모든 일자리에 이같은 원칙이 적용되기는 어려우므로 단기 일자리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보충하고 지원할 방안이 있는지 상의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상병 수당 도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기일 중앙사고수습본부 의료지원반장은 이날 "상병 수당을 도입하려면 작게는 8000억원, 크게는 1조7000억원의 재원이 소요된다"며 "이를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전문가는 국민의 자발적 방역 참여를 위해 국가가 휴가 비용 일부를 보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혜영 노동건강연대 활동가는 "최근 '직장갑질 119'에서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 대다수는 아파도 쉴 여건 자체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적절한 대책이 없다면 실제로는 아무도 쉬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상병 수당의 경우 OECD 가입국 중 미국, 스위스,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은 이미 다 시행하고 있다"며 "국민을 적극적으로 방역에 참가하게 하려면 상병 수당처럼 마땅한 사회적 보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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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생활방역 지침은 방역체계와도 직결되어 있는 중요한 문제"라며 "국민의 참여를 이끌어내려면 섣불리 정책을 추진하기 전에 먼저 다방면에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주형 인턴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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