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신체접촉도 강제추행" 공직 사회 '성인지감수성' 도마 위
오거돈·안희정 등 끊이지 않는 정치권 성추문
남성 중심적 공직 사회, 낮은 '성인지 감수성' 지적도
전문가 "권력형 성폭력 범죄 예방 조치 시행해야"
[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임주형 인턴기자] 여성 공무원을 성추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자진사퇴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건을 계기로 고위공직자들의 성추문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앞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도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시민단체는 남성 중심적인 공직사회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사태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전문가는 "공직 사회의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통해 조직문화를 성평등하게 개선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성인지 감수성은 일상생활에서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해내는 민감성, 또한 이같은 문제점을 극복하는 대안을 찾아내는 능력을 뜻한다.
오 전 시장은 23일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날 오전 11시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한 사람과 5분 정도의 짧은 면담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다"며 "이것은 해서는 안 될 강제추행이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경중에 관계 없이 어떤 말이나 행동으로도 용서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잘못을 안고 시장직을 수행한다는 건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공직자로서 책임지는 모습으로 피해자분들에게 사죄드리고 남은 삶을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선 이같은 성추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안 전 지사도 성폭행 사건으로 충남도지사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이 사건은 지난 2018년 3월5일 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였던 김지은 씨가 한 방송에 출연, 자신의 피해 사실을 폭로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안 전 지사는 다음날인 6일 "책임을 지겠다"며 충남도의회에 사퇴서를 제출했다. 그는 3일 뒤인 9일 검찰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이후 검찰은 안 전 지사를 기소했다.
안 전 지사는 지난 2017년 7월부터 2018년 2월까지 김씨를 4차례 성폭행하고 6차례에 걸쳐 업무상 위력 등으로 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안 전 지사에 징역 4년을 구형했으나,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고인을 적극 지지하는 취지의 대화를 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 진술을 믿을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에 일관성이 있고 피해자가 피고인을 무고할 목적 등으로 허위의 피해 사실을 지어내 진술할 동기나 이유가 없다"며 안 전 지사의 유죄를 인정했다. 안 전 지사는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일각에서는 남성 중심적이고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공직 사회가 이같은 성추문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상 생활에서 성별, 직위 등으로 인한 불평등을 인지하지 못해 성추행·폭행으로 이어져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부산성폭력상담소는 오 전 시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날 논평을 내고 "예견할 수 있었던 일"이라며 "오 전 시장이 공약으로 제시했던 성희롱 성폭력 전담팀 구성을 당선 후에도 계속 미루고, 회식 자리에서 여성노동자를 양 옆에 앉힌 보도자료 등에서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상담소는 "우리 상담소가 피해자를 지원하고 부산시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오 전 시장과 보좌진들이 피해자를 위해 노력한 점은 성폭력 사건 이후 최소한의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오 전 시장의) 사퇴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퇴 이후 부산시는 철저하게 달라져야 한다"며 "이번 사건은 부산이라는 지역 공동체의 문화가 남성 중심적이며 성평등하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평등은 더 이상 미뤄도 되는 '사소한 것'이 아니며, 부산이라는 지역 공동체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숙제"라고 당부했다.
전문가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시행하고, 특히 공직사회에서는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석영미 부산여성단체연합 대표는 24일 오전 YTN라디오 '노영미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오 전 시장 사건은) 남성 정치인의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라며 "정치권 내 공관 권위주의의 문화, 남성 중심 문화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설적으로 성평등위원회를 마련하는 등 강력한 성평등 추진 체계를 구성하고, 권력형 성폭력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즉각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놀랄만큼 주라"던 李 대통령 말에…신고포상금이 ...
그러면서 "공직사회 내에서 남성 중심적 문화가 공고하고 부산시 자체에도 성평등하지 못한 문화가 전반적으로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조직문화를 성평등하게 개선하고,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최우선적으로 실시해 오랫동안 질서와 체계로 굳어진 권력관계 자체를 변화시켜야 하는 개선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주형 인턴기자 skeppe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