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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총선 집중분석] 파란만장한 순천의 선거사(史)(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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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의 민주당 굴욕…10여 년간 분열과 배신이 판치다

[4·15총선 집중분석] 파란만장한 순천의 선거사(史)(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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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김춘수 기자] 노관규와 서갑원의 악연은 2004년 총선을 치르면서 시작되었다. 새천년민주당의 공천을 받아 17대 총선에 뛰어든 노관규는 탄핵의 역풍 속에 서갑원 열린우리당 후보에게 참패한다.


이후 노관규는 2006년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전남 순천시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며 새로운 정치적 활로를 찾게 된다. 2010년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무소속으로 순천시장에 당선될 만큼 정치적인 몸집도 키워냈다.

그러나 정치적 경쟁자였던 서갑원 의원이 2011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국회의원직을 상실하고 재보궐선거가 확정되자 그는 2년 6개월의 시장임기를 남겨둔 상태로 그해 12월 시장직을 사퇴한다. 그는 민주통합당 후보로 선거에 나섰지만,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최를 1년 앞두고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위해 시민을 팽개쳤다는 책임론에 밀려 통합진보당 김선동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는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치른 2010년 2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회의원 출마설은 일부 시장 후보들 진영에서 퍼트리고 있는 음해성 소문으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성공리에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힐 정도였기에 시민들의 반발이 컸다.


2011년 4월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김선동은 그해 연말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미FTA 협정에 반발해 체류탄통을 열어 가루를 던졌고, 결국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됐다. 2년만인 2014년 6월 대법원에서 집행유예의 의원직 상실형이 확정되면서 갑자기 보궐선거가 치러졌다.

그 이전인 2012년 12월 제18대 대선에서 박근혜가 당선됐고, 곡성 출신 이정현이 정무수석을 지내면서 청와대 실세로 등장한다. 이어 이정현은 2014년 7월 17대 보궐선거전에 출사표를 던진다. 19대 총선부터 선거구가 이정현의 고향인 곡성군이 포함됐고, 여당 실세라는 기대심리가 작용해 과감하게 지역 구도를 허물겠다며 도전장을 낸 것이었다.


이정현은 1995년 광주 광산구에서 민자당 소속 시의원 선거에 도전한 것을 비롯해 17대와 19대 총선에서 광주 서구을에 뛰어들어 잇달아 낙선한 바 있었고, 18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첫 금 뺏지를 달은 경력을 갖고 있었다. 나름대로 선거운동방식에 대한 비결이 있었던 것이고, 그의 다소 무모한 도전은 성공을 거둔다.


그가 내세운 전략은 유일한 호남 실세의 ‘예산 폭탄’과 자전거 선거운동으로 내세운 서민 이미지였다. 이때도 더불어민주당 경선에는 19대 총선에서 낙선한 노관규와 이명박 정부 말기에 사면 복권된 서갑원이 다시 붙었다.


당시 새정치국민연합 순천·곡성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던 서갑원은 현장 경선에서 노관규 지지 측 대의원의 출입을 봉쇄해 후보로 선출됐으나, 결국 이정현에게 밀려 낙선하고 말았다.


그 당시 지역 정가 소문에 따르면 경선에서 탈락한 노관규 측 지지자들이 돌아서 이정현을 지지했다는 설과 무소속으로 당선된 시장 측이 물밑에서 이정현을 지원했다는 등 각종 설이 난무했으나, 사실로 확인된 것은 없었다.


그래서 당시 시장이 민주당에 복당해 지난 2017년 대선 때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도와 전국 최고 지지표가 나왔다는 설도 있었다. 또 2018년 시장경선에서 컷오프를 면하고 경선 주자로 뛸 수 있었다는 주장을 펴는 이도 있다.


하여튼 민주당에 등을 돌린 순천 민심을 잡은 이정현은 2016년 4월 치러진 20대 총선에서도 잇달아 당선되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20대 총선에서는 노관규와 김광진이 경선에서 붙어 노관규가 더불어민주당의 후보를 거머쥐었지만, 본선에서는 ‘기자 고발’ 등 악재가 터지면서 이정현에게 패배하고 만다.


선거 직후, 당시 문재인 대표가 순천에 지원 유세를 왔는데, 이것 때문에 졌다는 식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문재인 지지자들에게 몰매를 맛은 적도 있다.


노관규와 서갑원은 2004년부터 순천에서 치러진 각종 선거에서 사사건건 대결을 펼치면서 감정의 골은 갈수록 깊어졌다.


2017년 10월 순천시 당협위원장 경선에 나섰으나, 중앙당 조직강화특위에서 서갑원으로 낙점되면서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에서는 자기 인맥을 추천해 대거 당선된다.


반면에 노관규 인맥은 대거 당내경선에서 탈락하는 등 대립과 갈등은 최근까지 계속 이어졌다. 당협위원장에 낙점되지 못한 노관규는 전남지사 도전의사를 드러낸다. 하지만 가정문제로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물러선다.


한때는 가정사로 출마가 어려울 것으로 제기되기도 했지만, 그는 21대 총선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서갑원과 갈등은 피할 수 없었다. 경선 준비에 일찍이 뛰어든 두 사람은 모교 행사에서 만나도 악수도 하지 않고 피할 정도였고, 민주당 컷오프 면접 심사 때도 공천관리위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도 서로 언성을 높이며 싸웠다는 소식이 들릴 정도로 오랜 앙금을 떨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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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두 사람의 깊은 갈등은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들에게는 상당한 충격과 실망을 안겼다. 두 사람의 갈등은 쉽게 치유되기 힘든 것이었다는 판단에 20년 만에 처음으로 새로운 인물로 공천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생긴 것인지도 모른다.


분구 문제를 넘어 지역정치인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전략공천 카드를 꺼내 든 것이라는 한 당직자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도 있다.


지난 3월 중앙당이 소병철 전 검사장을 전략공천하자,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공동 기자회견까지 하고 전력공천 철회 및 경선 시행을 주장하기도 했다. 10여 년 만에 처음 두 사람이 손을 잡았다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였다.


결국, 서갑원은 중앙당의 전략공천을 비난하며 서울로 철수해버렸고, 노관규는 또다시 탈당을 감행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2010년에 이어 두 번째 민주당 탈당이다. 두 번이나 민주당 총선 후보로 공천을 내줬으나, 본선에서 패배한 전력을 뒤로하고 다시 무소속 옷을 입었다.


이번 21대 총선에서 이런 오욕의 역사를 딛고 무소속으로 당선될 수 있을까, 아니면 10여 년 만에 민주당 후보가 당선의 영광을 안을 수 있을까, 순천시민의 선택에 관심이 가는 이유이다.




호남취재본부 김춘수 기자 ks7666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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