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NBC '투나잇 쇼' 아시아인 최초 호스트로 유명세
한국 돌아와 '자니윤 쇼'로 미국식 토크쇼 코미디 진행
한국관광공사 '낙하산 인사'로 얼룩지기도 "재밌게 사는 사람으로 기억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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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국내에 미국식 토크쇼 코미디를 도입한 자니윤(한국명 윤종승)이 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별세했다. 향년 84세. 윤씨는 지난 4일 혈압 저하로 LA 알함브라 메디컬센터에 입원했으나 끝내 건강을 회복하지 못했다.


윤씨는 1936년 충북 음성에서 태어났다. 서울 성동고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오하이오 웨슬리언대학에서 성악을 공부했다. 그는 졸업 뒤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활동했다. 인종차별적 발언을 재치 넘치는 입담으로 툭툭 치고 넘어가 현지인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윤씨는 NBC ‘투나잇 쇼’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호스트가 돼 유명해졌다. 1977년 산타 모니카 코미디 클럽에서 방송 진행자 자니 카슨(1925~2005)에게 발탁됐다. 영화 ‘벤허’에서 주연한 찰턴 헤스턴이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았는데, 윤씨가 20분 넘게 쇼를 진행하며 좋은 인상을 남겼다고 전해진다. 처음에 비중은 크지 않았으나 빼어난 순발력으로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아 서른 번 이상 출연했다.


그는 1989년 한국으로 돌아와 미국식 토크쇼 코미디를 선보였다. KBS에서 1989~1990년 방송한 ‘자니윤 쇼’가 그것이다. 농담이 오가는 편안한 대담으로 밤 11시에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는 특유 ‘버터 발음’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클로징 멘트였던 “이제 잠자리에 들 시간입니다”도 유행어가 됐다.

‘자니윤 쇼’는 군사정권 시절 딱딱한 사회 분위기와 맞지 않아 1년 만에 폐지됐다. 하지만 ‘주병진 쇼’, ‘서세원 쇼’, ‘이홍렬 쇼’ 등 코미디언 개인의 이름을 내건 토크쇼들이 잇따라 나오는 계기를 제공했다. 윤씨는 생전 인터뷰에서 “당시에는 언론의 자유가 없었고, 방송에서도 제한된 것들이 많았다. 열심히 방송을 해도 편집당하기 일쑤였다”고 고백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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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SBS ‘자니윤, 이야기쇼’, KBS ‘코미디 클럽’ 등에서 마이크를 잡다가 미국으로 돌아가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2007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로스앤젤레스를 찾았을 때 후원회 모임 회장을 맡았고, 2012년 대선을 준비하던 박 전 대통령 캠프에 합류해 재외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윤씨는 이듬해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내정됐으나 실무 경험이 없다는 반대에 부딪혀 감사로 임명됐다. 당시 인사에 대해 관광공사 노조는 “낙하산 인사”라며 반발했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훗날 낙하산 지시에 반대하다 사임했다고 털어놨다. 이 폭로는 박근혜 정권이 몰락하는 도화선 가운데 하나가 됐다.


윤씨는 2016년 뇌출혈로 입원해 임기 2년을 채우지 못하고 감사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국내에서 5개월간 재활 치료를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혼한 전 부인 줄리아리를 다시 만나 헌팅턴 양로센터에서 함께 생활했다. 윤씨는 당시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나를 생각하면 인생을 재밌게 행복하게 사는 사람으로 오래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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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은 고인의 평소 뜻에 따라 캘리포니아대학 어바인 메디컬센터에 기증된다. 장례는 가족장으로 간소하게 치러진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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