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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뒤엔 25년 적자 감수한 이재현·이미경…CJ 남매 투자 뚝심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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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없으면 나라 없다" 할아버지 뜻 이어 '문화의 산업화' 집념
25년 적자 감수하며 투자…누나 이미경과 함께 '기생충으로 결실'
320여편 영화 배급·문화 산업 투자금액만 7조5000억…재단도 설립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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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최신혜 기자] 9일(현지시간) '기생충'이 오스카 각본상 수상작으로 발표된 후 카메라에는 봉준호 감독 옆에 있는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얼굴이 잠시 잡혔다. 앞서 지난해 5월 칸 국제영화제에서 봉 감독은 황금종려상 수상 소감으로 "기생충(제작)은 대단한 모험, 많은 예술가들을 지원해준 CJ 식구들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가 '식구'라고 표현한 것처럼, 주목 받은 그의 영화 '살인의 추억' ,'마더', '설국열차', 그리고 '기생충'까지 모두 CJ가 투자 배급을 받았다.


4000만달러라는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간 '설국열차'는 촬영을 앞두고 해외투자 유치가 어려워졌지만,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제작비 전액을 책임지기로 하고 제작 지원에 나섰던 일화도 유명하다. CJ그룹의 두 남매의 전폭적인 투자와 지원이 없었다면 사실상 이 같은 쾌거를 달성하기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업계에서는 적자를 감수하면서 끝까지 문화 산업을 고집한 남매의 뚝심 경영이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는 평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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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산업화 염원한 이재현 회장…문화재단 설립= "지난 25년간의 투자가 헛되지 않았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CJ ENM 업무 보고에서 '기생충'을 '국격을 높인 영화'라고 치켜세우며 전한 소회다. 20년 넘게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영화 투자를 멈추지 않은 그의 뚝심이 오늘날의 기생충을 있게 한 것과 다름없다. 1995년 영화를 시작으로 문화 산업에 뛰어든 이 회장에게 '기생충'은 남다른, 나아가 상징적인 '작품'이 된 것.

이 회장은 '문화 보국'의 꿈을 갖고 있다. 문화의 산업화에 대한 강한 열정과 집념은 할아버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의 평소 가르침 때문으로 전해진다. "문화가 없으면 나라가 없다"라는 선대 회장의 철학에 따라 국격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려움을 참고 지속적으로 문화 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게 그의 평소 경영 철학이다. 기생충이 세계 영화 시장에서 수상의 괘거를 이어갈 당시 이 회장은 "20여 년간 어려움 속에서도 문화 산업에 투자했다"며 "한국 젊은이들의 끼와 열정을 믿고 선택했던 그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하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화 산업의 첫 시작점은 드림웍스와 함께였다. 30대의 젊은 경영인이었던 이 회장은 1995년 미국 애니메이션 영화제작사 드림웍스 설립에 3억달러를 투자해 업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3억달러면 당시 CJ제일제당 연 매출의 20%가 넘는 거액이었고 내부에서도 투자에 대한 반대가 있었지만 문화 기업이 되겠다는 그의 의지는 확고했다.


영화로 문화 사업을 시작한 CJ는 1997년 '인샬라' 이후 지금까지 300편이 넘는 한국 영화에 투자해 왔다. 국내에는 생소하던 '투자 배급사'로 한국 영화 산업화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얻는다. 그 동안 문화 산업에 투자한 누적 금액만 따져도 7조5000억원이 넘는다. 이 회장은 드림웍스를 통해 콘텐츠 제작과 유통 역량을 키운 뒤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겠다는 꿈, 멀티플렉스를 통해 영화 관람 문화를 바꾸겠다는 꿈, 문화 상품을 앞세워 세계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 회장은 2006년 문화재단을 직접 설립하기도 했다. 젊은 신인 예술인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대한민국 문화 콘텐츠의 기반을 다지고 국내외에서 인정받은 창작 콘텐츠가 한류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CJ문화재단은 2009년 'CJ아지트 광흥창'을 개관하며 대중문화 신인 창작자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이어 2010년부터 튠업·스테이지업·스토리업 등 본격적인 창작자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점차 규모를 확대해 2017년부터 매년 약 50억~60억원을 신인 창작자 지원에 투자하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문화 산업이 미래의 한국을 이끌 것으로 예견하며 25년간 문화 사업에 지속 투자해 온 이 회장의 의지가 K컬처 열풍의 토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의 꿈은 세계인이 매년 2~3편의 한국 영화를 보고 매월 1~2번 한국 음식을 먹고 매주 1~2편의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매일 1~2곡의 한국 음악을 들으며 일상생활 속에서 한국 문화를 즐기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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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가 이재현 뒤에는 실행가 이미경= 기생충의 이번 수상 소식에 남다른 감격을 느낀 인물은 이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5년간 CJ의 영화사업을 직접 진두지휘해온 인물이다. 기생충 외에도 '괴물', '마더' 등의 영화에 책임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리는 등 봉 감독과 인연을 이어오며 전폭적인 뒷받침을 해왔다.


기생충의 경우 글로벌 문화산업 전문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지원 공세에 나섰고 특히 아카데미 캠페인 기간 동안 기생충에 대한 우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힘썼다. 오스카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 8000여 명 투표를 통해 후보작 및 수상작을 선정하는 이유로 '홍보전'의 역할이 큰 시상식으로 꼽힌다. 영화가 수작인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작품의 존재를 최대한 많은 회원에게 알리는 과정이 중요한 것이다. 한국영화계엔 해당 경험이 부재하기 때문에 기생충 팀은 몸으로 직접 부딪히며 북미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고 이 부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하며 CJ는 여기에 100억원가량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오스카 시상식에도 봉 감독 옆자리를 지키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 기생충이 국제영화상, 봉 감독이 감독상에 호명되는 순간 누구보다 환호하며 감격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대에 오른 이 부회장은 "하이 에브리바디"라는 인삿말로 시작해 영어로 "감사하다. 나는 봉준호의 모든 것을 좋아한다. 그의 미소, 트레이드 마크인 헤어스타일, 광기, 특히 연출 모두 좋아한다. 그의 유머감각을 좋아하고 그는 정말 사람을 재미있게 할 줄 안다. 정말 감사하다"고 거듭 말했다. 이어 "기생충을 지지하고 사랑한 모든 사람에 감사한다. 내 남동생 이재현(CJ그룹 회장)에게도 감사하다. 한국영화 보러 가주시는 분들 모두가 영화를 지원해준 분들"이라며 "주저하지 않고 저희에게 의견을 바로바로 말씀해주셨고 그런 의견 덕에 저희가 안주하지 않을 수 있었고 계속해서 감독과 창작자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기생충'이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을 때도 직접 영화제를 방문해 홍보를 펼쳤다. 이 부회장이 칸 국제영화제를 방문한 것은 약 10년 만이다. 지난달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도 참석했다. 봉 감독이 영화 기생충을 통해 한국 영화 최초로 외국어 영화 부문에서 수상하자 손뼉을 치며 환호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생충의 이 같은 성과를 얻기까지 이 회장은 '전략가', 이 부회장은 '실행가' 역할을 자처했다"며 "CJ그룹이 영화로 해외진출을 선언한 지 딱 25년 만에 거둔 결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최신혜 기자 ss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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