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표에만 눈 먼 부동산 '空約'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기존 정책과 무엇이 다른가요?" 29일 국회에서 진행된 더불어민주당의 부동산 공약 발표장에서는 기존 정책과의 차별점에 대한 질문이 연이어 쏟아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년 주거 문제를 강조해 온 만큼 여당의 공약에 관심이 모였지만 대부분 정부 대책에 나온 내용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주요 정당 중 가장 마지막으로 부동산 정책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히든 카드는 커녕 정부 정책 복사본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청년ㆍ신혼부부 맞춤형 도시 10만가구 공급'만 봐도 실질적 공급 확대 분은 1만 가구뿐이었다. 나머지 9만 가구는 이미 공급이 결정된 주택 중 일부를 청년ㆍ신혼부부에게 할당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나마도 상당수 물량은 개발 방향조차 잡히지 않은 코레일의 용산역세권부지를 활용하겠다는 '희망사항'일 뿐이다. 새로 도입하겠다고 밝힌 수익 공유형 모기지 역시 기존 정책 모기지와 금리나 상환 기간에 차별성이 별로 없는 유사상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앞서 야당들이 경쟁적으로 내놓은 부동산 공약 역시 다분히 표심을 의식한 '공약(空約)'에 가깝다. 자유한국당은 재건축ㆍ재개발 규제 완화,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현 정부 규제를 전면 리셋한다는 계획들을 쏟아냈다. 시장에서는 이 공약을 실천한다면 과도한 규제 못지 않게 엄청난 시장의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가뜩이나 치솟은 집값의 고삐가 풀려 통제불능상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소 정당은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으로 표심 몰이에 나섰다. 정의당은 고위공직자의 다주택 보유 금지를 의무화하고 청년 월세가구에 매달 20만원 지급, 전세계약기간 3년에 2회 연장과 전·월세 상한제를 공약으로 발표했다. 민주평화당도 20평대 아파트를 1억원에 100만가구 공급하겠다고 공언했다. 심지어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공유기금'을 들고 나왔다.
다주택 보유 금지는 주택거래허가제 못잖게 위헌의 소지가 크다. 전·월세 상한제는 지금처럼 임대료가 오르는 '핫 마켓(hot market)'에서는 단기 임대료 폭등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제도다. 1억원 아파트는 토지가격이나 택지상황을 고려하면 아예 현실성이 없는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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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총선에서 (부동산) 정책 방향과 법안을 공약으로 내걸고 결과에 승복해 법안의 처리 여부를 결정하자"는 제안까지 내놓기도 했다. 결국 여야 가릴 것 없이 경제적 고민 없이 표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해 부동산을 선거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형국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집을 정쟁이 아닌 경제의 영역에서 접근하는 정치권의 자세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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