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톺아보기] 중산층 임대주택정책을 기대하는 이유
"선배님, 서울에서 제가 구할 수 있는 집이 없어요."
결혼을 준비하는 후배 변호사가 최근 나에게 한 말이다. 전세나 월세는 2년마다 옮겨 다녀서 싫고, 사무실이 있는 서초동으로 출퇴근이 쉬운 지역들을 알아봤는데 필요한 만큼 대출이 나오지 않아 사는 것도 어렵다고 했다. 주택 가격이나 대출기관에 따라 좀 다른 결론이 나올 수도 있었겠지만 그 후배가 원하는 대로는 진행이 안 된 모양이었다.
서울 등 수도권 주요 지역 집값이 정부의 강력한 규제의지에도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올랐다. 정부는 지난해 12월16일 서울ㆍ경기 등 수도권지역 부동산 가격을 통제하기 위한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을 대폭 확대했다. 시가 15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전면금지하고, 시가 9억원 초과분 주택담보대출 LTV기준도 강화했다. 주택시장에서는 이런 강력한 정책이 부동산가격을 안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고, 젊은 층의 내 집 마련을 저해한다는 의견도 있다. 반응은 엇갈리지만 여기서 이에 대해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만으로 부동산 자산시장을 안정화하기 어렵고, 공급정책도 함께 제대로 맞춰져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보면 주택보급률은 100%가 넘었고, 최근 몇 년 사이만 보더라도 인허가 물량은 매년 55만 ~ 76만호, 공급계획은 매년 37만호로 지속적으로 주택을 공급하거나 공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가구 절반은 무주택이다. 분양할 때는 일정한 제한을 둬 무주택자에게 분양이 되더라도 거래를 통해 대체로 다주택자들이 다시 이를 매입했고 이 과정에서 주택가격이 상승했다. 1주택자는 다시 무주택자가 되면서 주택공급이 주거안정에 기여하는 데 한계로 작용했다. 정부의 주택공급정책이 분양 중심으로 이뤄진 것이 주요 원인인 셈이다.
지난해 9월 경기도시공사는 새로운 중산층 임대주택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수원 광교신도시에 있는 옛 법원ㆍ검찰청 터에 전용면적 60~85㎡ 이하인 549세대를 시범공급하기로 한 것인데, 이 중 20%는 청년, 신혼부부, 고령자에게 특별 공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주변시세의 90% 수준인 보증금 및 월세에, 분양전환 없이 20년 이상 장기 거주에 식사, 청소, 돌봄 등의 서비스를 원가수준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보증금 및 월세인상률도 연 2%이하로 묶는다고 한다. 소득이나 자산 수준과 관계없이 무주택가구세대원이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는 것도 특징이다. 요컨대 분양주택 이상으로 좋은 품질의 주택을 분양전환없이 임대로만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매우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하고 그만큼 그 이 정책이 성공하기를 바란다.
종전 임대주택정책은 대체로 저소득ㆍ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여겨져 인식이 좋지 않았다. 임대주택에 대한 선호가 떨어지니, 분양전환임대주택과 같은 애매한 정책이 나와 임대주택에 대한 혼란을 가중시킨 것이 아닌가 한다. 사실 지난 정부들에서 추진한 중산층 대상 임대주택공급정책, 이른바 기업형 민간임대주택(뉴스테이)이나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은 민간에 지나친 개발이익을 몰아준다는 점에서, 또 임대기간 중 손실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거나 지속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자기 소득으로 살아가는 중산층이 빚을 내서 주택을 사는 대신, 감당 가능한 가격으로 임대할 수 있는 주택이 계속 공급돼야 한다. 중산층에게 이런 선택이 가능해져야 자산증식 수단으로 쏠려있는 주택시장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저소득ㆍ취약계약에 대한 임대주택공급과는 다른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 이 같은 임대주택이 지속적으로 공급된다면 국민들이 합리적 선택과정을 거쳐 분양과 임대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이 이뤄지고 주택 가격 안정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본다. 이는 국가가 국민 누구나 자기 사정에 맞는 주거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보편적 주거권 보장원칙에도 부합한다. 이것이 중산층 임대주택정책이 꼭 성공하기를 바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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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선 법무법인 융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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