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말로 '싫존주의'…꼰대도 MZ도 기억을
[2020 신년기획 - 세대공존, 함께 만드는 사회]
<4>취업전쟁과 세대갈등
넘치는 고학력자에 취업전쟁…'50전 1승' 어렵게 들어간 회사
꼰대들과의 갈등·스트레스에 쉽게 이직 않게 해달라는 MZ
취업난 맞지만 옛날도 쉽진 않아…경쟁률로 단순비교 어려워
이직률 높은 젊은 세대 때문에 인사 관리 어렵다는 기성세대
서로가 존중하는 문화 형성돼야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요새 취업이 얼마나 어려운데요." VS "우리 땐 뭐 쉬웠는지 아나?"
"그래도 그 땐 개천에서 용도 나고…" VS "여기까지 온 너는 개천에서 났어? 맨땅에 헤딩은 우리 때 더 심했지."
젊은 세대의 최대 관심사는 취업이다. 그러나 낙타 바늘 구멍을 뚫고 들어간 신세계는 밝은 미래로만 칠해져 있지 않다. '우리보다 쉽게 들어와 우리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꼰대들과의 갈등은 그렇게 시작된다. '어렵게 들어온 건 알겠는데 그게 벼슬은 아니지 않느냐'는 기성세대는 이들의 투덜거림을 '철없는 불평' 정도로 평가절하한다. 양쪽 간 갈등에 타협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젊은 세대 입장에선 취업의 과정도, 그 이후의 삶도 고통의 연속이다. 사사건건 불평만 토로하는 젊은 세대를 '끌고 가야' 하는 세대에게도 고통의 크기는 작지 않다. 자,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싫존주의'라는 단어를 들어봤는가. 서로 다른 성장배경과 가치관을 가진 세대가 공존하기 위한 '시대의 덕목' 중 하나다. 간단히 말해 '싫어하는 것도 존중해주자'는 뜻이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은 "젠더ㆍ환경ㆍ윤리ㆍ공유ㆍ취향 등 (직장내 소통 관계에서) 고려하지 않던 가치도 중시할 줄 알게 될 때 그들과의 소통도 가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들의 불평에도 이유는 있다='50번의 도전 끝에 값진 1승.' 월드컵 이야기가 아니다. 취업준비생들은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5년이 넘게 구직 활동에 전념한다. 최근 공기업 입사에 성공한 인천센언니(35ㆍ여)의 구직기간은 5년, 작성했던 입사지원서는 50여장이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녀는 4점대 학점과 일반기계기사 자격증, 토익 960점, AL등급의 토익스피킹 등 그야말로 '스펙' 측면에선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인천센언니의 말이다. "고학력자는 넘쳐나죠. 좋은 기업은 한정돼있죠. 탈락생은 계속 누적되죠. 졸업생은 또 계속 안 나오나요? 한 번 미끌어지면 점점 어려워지는 게 지금의 취업시장이에요."
1,2학년 때 대학의 낭만에 흠뻑 빠져있다가, (남자는 군대 갔다와서) 3,4학년 때 반짝 공부하고 취업한 전후세대가 진정 이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그보다 10년 정도 어린 Z세대를 통칭)가 겪은 취업이란 이름의 전쟁을 말이다.
◆"우리 때도 힘들었다"는 기성세대의 항변=90년대 중반 이전 취업시장에 나온 '대학생'은 사실 어렵지 않게 취업에 성공했다. 이른바 '인서울' 대학만 나오면 대기업 취업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지금은 '꿈의 직장'이라 칭송받는 일부 기업 및 공기업들도 그 땐 '그저 그런 곳'에 불과했다. 이런 기억은 기성세대 상당수도 인정한다. 일부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금 다른 의견도 있다.
보험업계에서 23년 근무한 인생2막(55)은 자신이 회사에 첫 발을 내딛던 때와 지금의 취업시장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인생2막님은 "시대를 막론하고 취업문은 누구에게나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다"며 "정말 일부를 제외한 우리 주변 대다수 대학생들은 맨 땅에 헤딩하듯 취업에 나서야 했다. 요즘 말로 하면 모두가 '흙수저' 같은 상황이었다"고 회고했다. 대기업에서 15년째 일하고 있는 넥타이부대(41)도 비슷한 입장이다. "예전이 더 쉬웠나, 생각해보면 마냥 또 그랬던 거 같지는 않아요. 일단 대학을 들어가기가 어려웠어요. 그리고 대학 졸업생도 지금보다 훨씬 많았죠. 누구나 대충 취업에 성공했던 건 맞지만, '괜찮은' 직장을 들어가는 건 지금처럼 매우 어려운 일이었어요. 단순히 경쟁률만 따지면서 비교하는 건 좀 무의미한 것 같아요."
물론 이런 의견이 기성세대의 지배적 목소리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세대의 취업 고통이 상당히 크다는 점은 대부분 인정하고 있다. 학교 교직원으로 근무 중인 애플바라기(53)는 "취업 난이도를 떠나 젊은 세대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굴레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것 같다"며 "겨우 취업이 되더라도 정규직이 되기 위한 싸움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후배들을 볼 때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공존하기엔 너무 다른 삶의 방식…개인주의VS집단주의=소통 아니 최소한 '대화'는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간 괴리는 거의 언제나 합의에 실패한다. 가까스로 취업 문턱을 넘은 MZ세대, 그들이 보여주는 의외의 선택이 이를 방증한다. 현 세대의 첫 직장 퇴사율은 87.6%에 이른다. 10년 전 조사보다 7.2%p 상승했다. 더 어렵게 들어와 더 쉽게 그만두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바로 스트레스다. 첫 직장을 퇴사한 이들의 15.8%는 '대인관계 스트레스'를 이유로 꼽았다. '업무 불만(15.6%)' 이나 '연봉 불만'(14.6%)보다 높다. MZ세대와 기성세대가 공존에 실패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김용섭 소장은 "MZ세대가 사표를 쓰는 이유는 더 이상 '평생 직장'을 기대할 수 없는 시대와 관련이 있다"며 "과거에는 조직에서 부당한 일을 겪어도 참아야 할 명분이 있었다. 그러나 MZ세대는 이를 참아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참고 버티면' 안정된 직업을 유지할 수 있던 세대가 '참고 버티면 뭐가 있는데?'라고 반문하는 세대와 공감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MZ세대는 '최대한 빨리 배워끑최대한 빨리 더 좋은 곳으로 이동한다'는 신념으로 입사한다. '배울 게 없다'고 느끼는 순간은 사표를 던지는 시점과 시간적으로 그리 멀지 않다.
상황이 이렇자 MZ세대 인사관리에 어려움을 호소는 기성세대들도 늘고 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기업 283개사를 대상으로 '밀레니얼 세대 인재 관리에 어려움을 느끼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57.2%가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기업들은 그 이유로 '조직보다 개인을 우선시함'(67.9%), '퇴사ㆍ이직을 과감하게 실행함'(46.3%), '불이익에 민감함'(36.4%) 등을 꼽았다.
인생2막님(55)은 "개인주의보다는 끈기와 인내 그리고 절실함과 절박감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다"면서 "그렇게 일하다보면 반드시 성과가 나타난다. 요즘 세대들은 왜 이 과정을 생략하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넥타이부대님(41)도 "빨리 경험을 쌓고 단시간내 인정 받으려는 욕구가 강한데, 이런 점은 분명 팀워크를 해치며 거꾸로 본인이 원하는 성과를 도출하는 데도 불리하다"며 "주어진 업무를 익히며 배우는 과정 동안엔 최소한의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참고 버티면 결국 '무엇'이 있다는 걸 보여주세요"=MZ세대는 항변한다. 입사를 위해 열심히 쌓아온 스펙들이 실제 업무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현실, 능력과 별개로 사내 정치로 인정을 받아야 하는 악습을 끊어준다면 '우리가 왜 개인주의를 이야기하고, 왜 조기퇴사를 하겠느냐'고. 한 방송사 PD로 근무하는 제이(32)는 "불만이 생겨도 혹시나 솔직하게 얘기했다가 회사에서 버려질까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라며 "누구 하나 나서서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존재하는 한, MZ세대의 불평불만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시 '싫존주의'로 돌아가보자. 싫어도 존중해주자. 결정권을 가진 기성세대에게 더 요구되는 덕목이란 점은 감안하더라도, MZ세대 또한 새겨 들을 만한 구석이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개인주의 및 자기중심적 문화에 일부 원인이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불거진 갈등이란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김용섭 소장은 "결국에는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 당연하면서 절대적인 조건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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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현재 MZ세대를 위해 사내 정책 및 제도를 바꿨다고 답한 기업은 조사 대상의 40.6%에 불과하다. 발전은 변화 없이 불가하고, 변화는 불편한(필요한) 사람이 주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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