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착상태 빠진 북미협상, 평화체제 구축해 '북핵협상 악순환' 차단해야
전봉근 외교안보硏 소장 "'평화체제 구축' 유일한 현실적 비핵화 정책 옵션"
국민적 합의와 일관된 정책 중요성 강조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노 딜(No deal)’로 끝난 이후 북미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그간 수차례 반복된 '북핵위기-일괄타결-핵합의 붕괴' 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북핵위기가 악화되고 핵합의가 붕괴할 때마다 북미와 남북 간 상호불신이 더욱 깊어지는 한편 한미에서 비핵화 비관론, 핵협상 무용론이 확산되고 북한은 핵개발을 더욱 가속화하는 경향을 보인 만큼 경험적 탈피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11일 외교안보연구소에 따르면 전봉근 소장(직무대리)는 '북핵위기의 데자뷰와 북핵협상 악순환 차단 전략' 보고서를 통해 "북한 비핵화가 지연될수록 북핵능력이 증가하고 그만큼 비핵화 보상액도 증가하며, 비핵화가 지연될수록 '북핵 디스카운트'로 인한 정치·경제·외교적 손해규모가 증가하고 피해 기간도 늘어난다"면서 "적극적인 북핵협상을 통한 조기 핵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북핵협상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갈수록 상호 불신이 누적돼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이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핵능력은 8년마다 2배로 증가하는 추세인데 앞으로 10~20년이 지나면 북한의 핵무기가 100기를 넘어 비핵화가 불가역적 바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 소장은 이에 대한 근거로 1980년대 후반 영변핵시설 건설, 1993년 북한의 NPT 탈퇴선언, 1994년대 북한의 폐연료봉 무단 인출·IAEA 탈퇴 등을 비롯해 2012년 북한의 은하 3호 재발사 성공 이후 일련의 사례를 제시했다.
아울러 평화체제 구축을 유일한 현실적 비핵화 정책 옵션으로 꼽았다. 북핵 정책은 크게 ▲제재압박 및 전략적 인내 ▲억제력 강화를 통한 공포의 균형 ▲북핵과 동거 ▲정권교체·군사조치·코피작전 등 강제적 비핵화 ▲평화체제 구축 등 5가지로 구분된다. 문재인 정부는 5개 정책 중 평화체제 구축을 선택해 추진 중이다.
전 소장은 “평화체제 구축은 진보진영과 대화론자가 선호하는데 남북관계 개선,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평화정착 등 한국정부의 북핵해결 원칙에 부합하는 옵션”이라며 “단점이 있음에도 다른 옵션이 전쟁 위험성이 너무 높거나 과도한 비용이 들어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 평화체제 옵션은 추진할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평화체제 옵션에도 불구하고, 강한 제재압박와 유인책을 병행해 북한에 핵포기 선택을 강요하고, 플랜 B로 한미동맹과 자체 국방력을 계속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단계적으로는 정치적 평화제제를 우선 구축하고 이후 여건이 조성되면 국제법적 평화체제를 완료하는 전략도 제안했다. 한미 정부가 각각 천명한 한 ‘3-NO’와 ‘4-NO’ 선언을 대북정책 원칙으로 제도화시키고 관행화해 남북관계를 우선 안정화하면서 남북 간 ‘남북기본협정’ 체결, 차기 북미정상회담에서 북미수교 협상 개시, 양자 관계 개선을 보강하기 위한 동북아 공동안보체제 구축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식이다.
전 소장은 “문 정부는 전쟁 불용, 상호 안전보장, 공동번영 등 ‘한반도문제 해결을 위한 3원칙’에 입각해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3원칙을 통해 적대 관계 청산 및 양자관계 정상화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적 합의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전 소장은 이른바 ‘남남갈등’을 남북관계와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꼽으면서 정부와 정치권의 추가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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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소장은 “외교안보의 여유가 있는 강대국이 아닌 중소국가 중에서 한국처럼 심각한 외교정책의 내부분열 양상을 보이고, 심지어 외국에서 상대 진영을 비난하거나 자신을 지지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경우는 세계 어디에서도 사례를 찾기 어렵다”면서 “정부가 ‘국민외교’를 강화하는 한편 정치권은 외교안보에서만은 상호갈등을 최소화하고 국민합의를 만들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 일관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관행을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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