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법도, 집시법도…국회 파행에 치안공백 우려
올해부터 일부 조항 효력 정지
구속된 강력범도 동의 없이 DNA 채취 불가
국회·법원 집회도 못 막아
경찰 "대체입법 조속히 이뤄져야"
33년만에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수형자와 구속 수감자의 DNA를 채취할 수 있도록 한 '디엔에이법'이 있기에 이춘재를 특정할 수 있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지난해부터 이어진 국회 파행으로 치안법안에도 공백이 생겼다. 연쇄살인 피의자 이춘재 특정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디엔에이(DNA)법'을 비롯해, 법원 인근 집회를 불허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등 일부 조항이 올해부터 효력을 잃었지만 대체 입법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9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수형자나 구속 수감자의 DNA를 채취할 수 있도록 규정한 DNA법(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의 효력이 정지됐다. 2010년 시행된 이 법에 따라 채취가 이뤄진 DNA 감식 시료는 2018년 기준 약 23만명에 달한다.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경찰 등 수사기관은 DNA 대조를 통해 주요 사건 및 과거 미제사건을 해결해왔다. 경찰이 DNA 일치판정으로 수사를 재개한 사례는 화성연쇄살인의 이춘재 건 등 총 5679건에 달한다.
그러나 2018년 8월 헌법재판소는 DNA법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지난해 12월31일까지만 효력을 인정했다. DNA 채취 당사자의 의견진술 기회 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의견진술과 불복절차를 적시한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으나, 소관위원회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한 채 1년 넘게 계류되면서 결국 효력인정 기간이 지나버렸다.
결국 경찰은 개정안이 처리되기 전까지 살인ㆍ강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르고 구속된 피의자더라도 당사자 동의 없이 DNA를 채취할 수 없게 됐다. 경찰청은 최근 이러한 내용을 일선 경찰관서에 전파하고 DNA 채취 시 절차 준수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동의에 의한 채취는 가능하지만 동의하지 않을 경우 '영장'에 의한 채취가 불가능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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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ㆍ국무총리 공관ㆍ법원 100m 이내 집회를 금지했던 집시법 11조의 일부 조항도 효력을 잃게 됐다. 이 역시 2018년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것으로, 국회 파행으로 법률 정비 없이 법적 효력만 없어졌다. 이에 따라 시설안전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두고 벌어진 보수ㆍ진보 갈등과 오는 4월 치러질 총선 등 정치ㆍ사회적 이슈가 지속되면서 국회와 법원 일대 집회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은 치안공백이 우려되는 만큼 조속히 대체입법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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