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씩 물러난 미국-이란…고조되던 중동 전운 가라 앉나(종합2보)
[아시아경제 뉴욕=김봉수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이란의 공격에 미국인들의 피해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군사적 대응 대신 경제적 제재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란이 전날 이라크 내 미군 기지를 공격하긴 했지만 사실상 사전 통보하고 인명 피해가 없는 등 전면전 확대를 꺼린 제한적 도발을 가한 상황에서 미국도 갈등을 더 확대시켜 위기를 고조시켜 나가진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동부시간 오전 11시 30분 백악관에서 실시한 연설을 통해 전날 이라크 내 미군 주둔기지 2곳이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것과 관련해 "어젯밤 이란 정권에 의한 공격에서 어떤 미국인도 다치지 않았고 희생자가 없었고 모든 우리의 병사들도 안전하며 군사기지에서 최소한의 피해만 있었을 뿐"이라며 "사전 조치와 조기 경보, 분산 배치가 잘 작동된 덕분에 어떤 미국인이나 이라크인의 인명 피해도 없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의 위대한 미군은 어떤 조치도 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군사적 보복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란이 물러 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를 위해 매우 좋으며, 모든 당사국들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전날 비록 이란이 미군 기지 2곳을 공격하긴 했지만 이라크를 통해 사실상 사전 통보를 했고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는 등 수위를 조절한 것에 대해 '전면전 확대'를 꺼려한 제한적 도박을 가한 것이라는 평가 속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미군은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다"면서도 "우리는 그것을 사용하고 싶지 않다. 미국의 군사력과 경제력은 모두 최고의 억제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11월 수니파 과격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지도자 알 바그다디 사살을 거론하면서 이란과 IS 격퇴 작전에서의 협력을 강조하는 한편 이란 지도부 및 국민들에게 이란의 번영과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원한다면서 "평화를 끌어 안을 준비가 돼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이란에 대한 강력한 경제적 제재 부과 방침을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이란의 침략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즉시 이란 정권에 대한 추가적인 경제적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며 "이란 정부가 행동을 바꿀 때까지 강력한 제재가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정권의 테러리즘 추구, 핵무기 개발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면서 지난 3일 미군의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살해에 대해 정당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테러리즘 후원을 주도해왔고 문명세계를 위협하는 핵무기 개발을 추진해왔다"면서 "솔레이마니는 최근 이라크에서의 미국인에 대한 공격을 지휘했고 바그다드 미국 대사관에 대한 공격을 조율했다. 솔레이마니를 제거함으로써 우리는 테러리스트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3년 이란과 미국ㆍ유럽 주요 국가ㆍ중국ㆍ러시아 등과 합의된 이란 핵협정(JCPOAㆍ포괄적 공동 행동 계획)에 대해 협상 타결 후에도 이란의 적대적 행위와 테러 후원 등이 증가했다며 "매우 결함있는 JCPOA는 곧 만료되며 이란에게 핵 개발을 할 수 있는 빠르고 명확한 길을 제공할 것"이라며 영국과 독일, 프랑스, 러시아, 중국이 이같은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며 새로운 협정 체결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연설 맨 첫머리를 "내가 대통령인 한 이란의 핵무기 보유는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으로 시작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석유ㆍ천연가스 생산에서 전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어 더 이상 중동의 석유가 필요하지 않다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ㆍNATO), 즉 유럽 국가들의 더 적극적인 중동 지역 관여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날 연설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 등이 배석해 엄중한 분위기를 반영했다.
앞서 이란 혁명수비대는 전날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이 지난 3일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미군의 드론 공습에 의해 사망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이라크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와 에르빌 기지 등 미군이 주둔한 군사기지 최소 2곳에 탄도미사일 십여 발을 쏘는 등 보복 공격을 단행했다. 혁명수비대는 이번 작전명을 '샤히드(순교자) 솔레이마니'로 정하며 복수의 성격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미군측 사상자는 없는 것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괜찮다(All is well)!", "지금까지는 매우 좋다!"고 적었다. 반면 이란 국영방송은 혁명수비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최소한 80명의 미국인 테러리스트들이 죽었다"고 주장했다. 혁명수비대 측은 특히 미국이 보복할 경우 미국 본토,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이스라엘 하이파ㆍ텔아비브 등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 이에 세계 각국 항공사들이 중동 지역 항공기 운항을 취소하는 등 전세계가 비상에 걸린 상태다. 국제 금융시장도 주가가 급락하고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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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통신은 "미국과 이란이 전쟁 직전에 한 발씩 물러났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주 솔레이마니 장군 살해를 승인한 후 새롭게 고조된 위기를 해소하려고 몰두하는 듯 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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