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아올린 '금융알뜰폰'...속내 복잡한 통신업계
국민, 하나銀, 교보생명 가세...망 임대 사업 수입 증가 기회 생겨
알뜰폰 5G 가입자 경쟁 부담...빅데이터 등 인프라 시너지 효과 커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은행들이 알뜰폰 시장에 속속 진출하면서 새해 벽두부터 이통사들의 속내가 복잡하다. 당장은 이통사의 수익원인 '망 임대 사업'에 은행이 새로운 고객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한편으론 가입자당 평균수익(ARPU)이 높은 5G 가입자를 은행에 빼앗길 수도 있다. '5G 고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통신 업계가 이제는 은행들을 견제해야 하는 이중고에 놓인 것이다.
◆ 망 임대 시장 활짝 = 3일 업계에 따르면 은행의 알뜰폰 사업 진출에 활발히 나서면서 통신업계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지난달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브랜드 리브M을 출시했고 KEB하나은행, 교보생명도 SK텔레콤의 알뜰폰 자회사 SK텔링크와 손잡고 알뜰폰 사업에 진출했다. 우리, 신한은행도 조만간 동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영업망이 두텁고 전파력이 강한 은행 사업자가 알뜰폰 사업에 진출하게 되면 알뜰폰의 '2류 이미지'가 개선된다는 기대감과 긴장감이 있다"면서 "이통사가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자사망에 들어와달라고 금융사들에게 제안하는 일도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KT는 최근 LG유플러스 망을 빌려쓰는 KB국민은행 리브M에 KT망을 복수로 쓸 것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뜰폰 망 임대는 1개 사업자가 아닌 2개 사업자 이상의 복수 계약이 가능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이처럼 은행권의 알뜰폰 시장 진출이 활발해지면 이통사 입장에서는 망 임대 수입이 늘어나는 기회가 생긴다.
하지만 은행의 알뜰폰 시장 진출이 가입자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이통사들로선 부담스러운 일이다. 통신업계는 가장 먼저 진출한 KB국민은행의 '파괴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비 은행권 알뜰폰 사업자와 달리 다양한 금융 혜택을 제공하고 있어서 흥행 여부를 함부로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후발사업자이지만 금융사인 KB가 알뜰폰 가입자를 얼마나 유치해서 판을 흔드는지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 경쟁 보다는 시너지 =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선택약정할인 등 각종 혜택을 적용하면 이통사의 5G 요금에 가입하나, 알뜰폰 5G 요금에 가입하나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의 가장 저렴한 5G 요금제는 5만5000원이다. 하지만 25% 선택약정할인을 적용하면 월 요금은 4만1200원으로 떨어진다. 알뜰폰의 5G 요금제 중 가장 저렴한 리브M의 라이트요금제(월 4만4000원)보다 더 싸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알뜰폰을 통한 5G 요금이나 통신사 5G 요금이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라 가격 면에서 메리트가 크지 않아 기존 가입자의 락인(lock-in) 효과를 상쇄할만큼 금융사쪽으로 유치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금융사가 저가의 5G 요금을 출시한다해도, SK텔링크, KT엠모바일, LG헬로 등 이통3사의 알뜰폰 자회사를 통해 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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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알뜰폰 시장 성숙도가 덜하고, 진출한 금융사가 많지 않아 두 업종을 '경쟁'관계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주류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 알뜰폰 가입자는 총 786만9230명으로, 전체 이동통신의 11.6% 수준이다. 추이를 보면 지난해 1월이후 가입자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통신사 관계자는 "비대면 모바일 앱에 투자하고 있는 은행과 플랫폼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통신사 간에 시너지 차원에서 봐야한다"면서 "통신데이터와 금융데이터가 결합되면, 열릴 수 있는 빅데이터 시장이 크기 때문에, 두 업종간의 협업 움직임이 더 활발해 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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