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 켜진 닛산·르노동맹…일년만에 주가 곤두박질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카를로스 곤의 부재로 닛산ㆍ르노 얼라이언스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횡령ㆍ배임 등의 혐의로 카를로스 곤 전 닛산차 회장이 지난해 11월 일본 검찰에 체포된 지 일 년 만에 닛산차와 르노차가 '위기'에 빠졌다. 곤 전 회장의 부재로, 그의 체제하에서 강력한 협력관계를 맺어온 두 회사 간 균열이 커지면서 수익 감소와 주가 하락 등 실질적인 타격이 커졌기 때문이다. 두 회사 간 감정의 골도 깊어진 상황이어서 곧바로 합병 등의 대책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두 회사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바로 주가다. 닛산과 르노의 주가는 지난해 11월19일 곤 전 회장이 체포된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큰 폭으로 떨어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닛산의 주가는 26일 일본 도쿄증시에서 641엔대에 거래돼 지난해 11월19일 대비 36% 이상 떨어졌다. 전날에는 취임한 지 한달도 채 되지 않은 세키 준 부(副)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주가가 순식간에 3.1% 폭락해 2011년 9월 이후 8년만에 최저를 기록하기도 했다. 르노 주가도 지난 24일 기준 같은 기간 27%가량 하락했다. 올해 실적도 크게 악화하면서 닛산과 르노의 1~11월 글로벌 차량 판매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50만대 이상 줄었다.
WSJ는 이런 위기에 대해 곤 전 회장 체포 이후 두 회사가 협력을 통해 얻는 수익 구도가 깨진 점을 지적했다. 이 매체는 "곤 전 회장의 체포 이후 두 회사 간 불협화음이 협력을 막고 효율성을 악화시켰다"면서 "(두 회사 간) 불협화음이 두 자동차 제조업체의 생존력을 위협하고 있다"고 전했다. 곤 전 회장은 현재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
닛산과 르노는 지난 20년간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현재 르노는 닛산 지분 43.4%를, 닛산은 르노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다. 곤 전 회장은 1999년 르노가 도산 위기에 놓인 닛산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경영자로 파견됐다.
일 년 만에 양 사 관계가 파경 직전에 놓인 것은 협력을 위한 제도적 장치 대신 곤 전 회장이 그 역할을 대신했기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별다른 협력을 위한 규정이나 시스템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ㆍ현직 닛산, 르노 임원들은 곤 전 회장이 자신 외에는 그 누구도 두 회사가 협력하지 못하게끔 협력 시스템을 만들어두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 사이 닛산과 르노의 갈등은 내부적으로 팽배해졌다. 닛산 엔지니어들은 르노가 기술력 측면에서 과도하게 닛산에 의지하고 있다는 점에 불만을 가졌고, 르노 엔지니어들은 닛산 측이 타협을 지나치게 꺼리는 점에 불만을 품어왔다. 매달 두 회사 직원들 간에 견해 차이가 커 이를 곤 전 회장이 중재해왔다는 설명이다.
결국 곤 전 회장의 체포 이후 닛산과 르노 사이에 갈등이 격화하면서 수십 명의 임원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직원들 간 협력도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르노 측이 닛산과의 합병을 통해 시너지를 내고 싶어 하지만 닛산은 르노에 종속될 것을 우려해 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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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런 갈등이 글로벌 자동차시장이 위기에 진입하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르노와 닛산의 합병을 추진했던 장 도미니크 세나르 르노 회장은 WSJ에 "이건 생존의 문제다. 이에 대해 의문은 없다"면서도 "현재는 합병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취임한 우치다 마코토 닛산 신임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르노와의 경영 통합은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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