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제 날개 단 '강남 아파트'…중간가격 사상 첫 11억원 '돌파'

11월 강남 11개구 아파트 중위매매가격 11억477만원

올해 7월 서울아파트 가격 반등 이후 5달 연속 신고가

민간 분양가상한제 확대로 공급 줄고, 강남 학군 쏠림 심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매년 앞자리 바뀌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정부가 서울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확대 시행했지만 강남권 아파트 중간 매매가격이 역대 처음으로 11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9ㆍ13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 10억원을 돌파한 뒤 등락을 거듭하던 강남권 아파트 중간값은 지난 7월이후 다섯달 연속 최고점을 찍고 있다.

26일 KB리브온 월간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11월 서울 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ㆍ금천ㆍ강서ㆍ구로ㆍ관악ㆍ동작ㆍ양천ㆍ영등포구 등 강남권 11개구 아파트의 중위 매매가격은 전달보다 759만원 오른 11억477만원을 기록했다. 중위 매매가격은 주택 매매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위치한 가격을 의미한다. 평균가격의 경우 저가주택 수가 많으면 낮아지고 고가주택 수가 많으면 높아지는 것과 달리 중위가격은 순수하게 정중앙 가격만 따져 시세 흐름을 판단하기 유용하다.

강남권 아파트 중위가격은 지난해 9월 처음으로 10억원(10억5296만원)을 넘어섰다. 이후 고강도 부동산 규제인 9ㆍ13 부동산 대책이 나오면서 같은해 11월 하락세로 전환, 올해 4월 10억1891만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 5월 반등하기 시작한 강남 아파트 중위가격은 지난 7월 10억7659만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5개월 연속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강남권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년6개월여간 3억5299만원이나 뛰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7억5179억원이던 강남권 아파트 중위가격은 같은해 8월 8억1059만원로 앞자리가 바뀐 이후 2018년 2월(9억1353억원)과 9월(10억5296만원)에도 앞자리를 갈아치웠다. 그동안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을 주도한 강남 아파트값을 통제하기 위해 정부가 17차례에 걸친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그 때마다 반짝 효과가 나타날뿐 오래 지속되지 못한 결과다.

특히 지난달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까지 정부가 결정하는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한 후 강남 아파트 가격은 더 뛰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확대 시행되면 오히려 새 아파트의 공급이 줄 것이란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자립형사립고 폐지와 대학입시 정시확대 등 교육 정책도 '학군 강자' 강남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여기에 넘치는 유동성도 강남 집값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지적된다.

강남권 아파트 가격상승은 서울 전체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6억635만원에서 이번달 8억8014만원으로 껑충 뛰며 9억원을 목전에 두고있다.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한 내년 4월 분양가상한제가 본격 시행되면 아파트 매물 잠김 현상은 더욱 뚜렷해져 상승폭은 더 커질 수 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지난해 9ㆍ13 대책 이후 조정되던 서울 집값은 지난 7월 이후 뚜렷한 반등 움직임을 보이면서 시장에서 거래되는 평균가격도 구조적으로 오르는 상황"이라며 "저금리 상황이 이어지고 분양가상한제에 따른 전매규제로 인해 시장에 유통되는 매물이 줄어 가격이 떨어지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