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를 제한하는 은산분리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발화점은 인터넷전문은행이다. 지난해 격론 끝에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도 34%까지 인터넷은행 지분을 가질 수 있도록 특례법을 만들었는데, 케이뱅크의 KT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 특례법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KT 입장에서는 일단 큰 산을 넘어섰다.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지난 21일 대주주 적격성 심사 요건 중 공정거래법 위반은 제외하는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 법안을 통과시켰다. 앞으로 정무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를 거쳐야 하지만, 통상 소위에서 여야가 합의하면 최종 통과 가능성이 높다.

김 의원은 법안 을 제안한 이유에 대해 "현행법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 자격을 기존의 금융회사 수준으로 지나치게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등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진출을 열어준다는 법률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금융회사와 달리 각종 규제 위반의 가능성에 노출된 산업자본의 특수성을 고려, 공정거래법 위반 등 요건을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기준에서 제외하여 혁신적 금융서비스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했다.


ICT 업계 특성상 시장에서 독점 혹은 과점적 지위를 갖는 경우가 많다보니 공정거래법을 어길 소지가 많은데, 이를 조건으로 걸어놓으면 실질적으로 인터넷은행 경영이 어려워진다는 게 법 개정에 찬성하는 이들의 논리다.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돈을 다루는 금융업에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은산분리 원칙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 반복돼 왔다. 칸막이를 쳐두지 않으면 일반 국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2013년 동양 사태는 대표적이다. 부실한 회사채를 우량한 것처럼 속여 팔았고 개인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봤다.


인터넷은행이라는 새로운 형태가 나타나면서 칸막이에 변형을 가져온 셈이다. 은산분리의 중요성을 주장하는 이들은 원칙의 훼손을 거론하고 있다. 반대 여론이 강한 것을 감안할 때,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의 경우 남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멈춰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참여연대는 22일 "법 시행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대주주 적격성 요건을 타 금융권보다도 약화시키는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이라며 "국회를 강력히 규탄한다.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결코 국회를 통과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인터넷전문은행에 최대 34%의 지분을 가진 대주주를 용인할 경우 은산분리 원칙이 무너지고 최악의 경우 재벌들의 사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해 대주주 적격성 요건을 강화한 법 제정 취지를 이렇게도 쉽게 허물면 어쩌란 말이냐"면서 "금융회사 전반이 공정거래법 위반을 대주주 적격성 요건으로 하고 있는데 반해 인터넷전문은행에만 완화하는 것은 형평성 원칙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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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이번 개정안이 담합 혐의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해 대주주 자격을 갖추지 못한 KT가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되도록 해주기 위한 맞춤형 입법이라는 의심과 함께 향후에도 법을 위반하는 경우 국회가 입법으로 해결해 줄 것이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시장에 주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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