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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포럼] SNS, 의사와 환자의 거리를 좁히는가? 멀게 하는가?

최종수정 2019.11.18 12:00 기사입력 2019.11.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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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포럼] SNS, 의사와 환자의 거리를 좁히는가? 멀게 하는가?


개 구충제가 동이 났다. 미국 60세 남성이 개 구충제인 펜벤다졸을 복용한 후 말기 폐암을 완치했다는 동영상이 확산되면서 한국의 상당수 암 환자들이 동요하고 있다. 펜벤다졸의 가격이 상승하고 구매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은 셀프 임상을 진행하는 암 환자들이 SNS상에서 그 과정을 생중계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암학회도 복용을 자제하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지만 이는 암 환자들에게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환자의 경험 사례가 보건 당국이나 의사들의 의학적 조언보다 우월하게 작용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의학이라는 학문은 넓고 방대해 6년 동안의 의과대학 교육과 5년간의 인턴 레지던트 수련 과정을 거친 후 비로소 전문의가 된다고 해도 끊임없이 공부하지 않으면 따라갈 수가 없다. 의학의 속성 중 환자와 의사의 정보 비대칭성은 의학이라는 학문의 지식의 깊이와 넓은 영역이라는 속성으로 인해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인체의 해부, 병리, 생리, 화학, 물리적 속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건강을 바라보는 데서 접근 방법과 시각의 불일치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환자와 의사의 학문적 괴리감 속에서 인터넷의 발달과 SNS의 확산은 만인의 관심사인 '건강'에 대한 정보를 누구나 쉽게 주거니 받거니 할 수 있는 시대로 바꿔줬다. 의료 정보의 제공자와 출처가 다양해지고 너도 나도 보건의료 영역의 전문가임을 자처하면서 가짜 정보와 진짜 정보 그리고 가짜와 진짜의 중간에 있는 정보들이 서로 어우러져 클릭 하나로 내가 찾는 건강 정보를 받아볼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환자와 보호자들은 담당 의사에게는 비밀로 하더라도 암 환자 카페나 건강보조식품의 카더라 통신을 더욱 맹신하게 되고, 건강 정보의 의학적 근거 수준을 판단하기보다는 특정인의 무용담이나 개별 사례에 더 관심을 갖고 신뢰하게 된다. 때로는 언론과 미디어가 이를 조장하는 자극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SNS의 확산력을 통한 건강 정보는 돈과 연결돼 있다. 조회 수, 구독자 수에 따른 수익 창출과 제품 홍보를 위한 광고 수단으로서의 유튜브는 매우 훌륭한 건강 정보 수익 플랫폼이다. 공익적 건강 의료 정보와 상업적 건강 의료 정보는 정보의 신뢰성, 진실성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좀 더 극단적으로 말해서 공익적 건강 의료 정보는 클릭에 대한 매력이 없지만 상업적 건강 의료 정보는 소비자의 말초감각을 자극하는 데는 선수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는 두 가지 건강 정보 모두 동등한 수준으로 신뢰하고 판단하게 된다. 그렇다면 앞으로 누가 어떠한 수단을 가지고 건강 정보를 공신력 있게 걸러줄 것인가? 내가 보는 건강 정보를 어디까지 믿고 어디까지 믿지 말아야 할 것인가? 누구에게 문의해야 할 것인가? 풀리지 않을 것만 같은 숙제이기만 하다.


현재 우리 시스템 내에서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식약처 사이버조사단 등이 방송과 인터넷상의 정보 중에서 최소한 문제가 된 사례들을 중심으로 검증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콘텐츠의 생성 속도와 이를 추격하는 검증 단체의 속도는 그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건강에 대한 잘못된 정보는 의료 질서를 파괴하고 환자의 건강을 악화시키며 생명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사후약방문,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상황이 돼서야 보건의료 전문가를 찾는다면 우리가 추구하는 고령사회의 건강한 노화를 위한 의료 시스템의 시계는 거꾸로 가는 것이다. 유튜버가 의사보다 권위를 가지는 세상에서 이제 의사들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 소극적으로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를 치료하는 것 외에도 더 많은 일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거리로 나가 투쟁을 외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국민에게 잘못된 정보를 걸러주는 건강 전도사가 돼야 하지 않을까? 소비자와 의료 공급자의 올바른 의학 정보 SNS 매뉴얼이 필요한 시대다.

신현영 한양대학교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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