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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베팅, 승자의 저주 없다' 뒤에서 웃는 박현주

최종수정 2019.11.13 15:04 기사입력 2019.11.13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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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디가도 중국 관광객…여권 발급률 아직 한자릿수 불과
中 여행 수요 증가 가능성 보고 애경보다 5000억원 더 써

'아시아나 베팅, 승자의 저주 없다' 뒤에서 웃는 박현주

[아시아경제 임정수 기자] "중국의 여권 발급률을 주목해야 한다. 전 세계 도시 어느 곳에 가든지 중국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현재 중국의 여권 발급률은 아직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80%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의 여권 발급률에 비하면 중국의 성장 가능성은 무한하다. 중국의 여권 발급률이 10%를 넘어 20%, 30%로 올라가면 여행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 최근 임직원들에게 입버릇처럼 강조해온 말이다. 미래에셋대우 고위 임원들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HDC-미래에셋 컨소시엄이 경쟁자를 압도하는 베팅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박 회장의 이런 지론이 직ㆍ간접적으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미래에셋대우는 HDC그룹과 컨소시엄을 이뤄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2조5000억원을 써내면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경쟁자인 애경그룹-한국투자증권 컨소시엄보다 무려 5000억원 이상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현재는 부실회사로 낙인 찍혀 있지만,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적절한 투자가 이뤄지면 가까운 미래에 빠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이 최근 추진하는 대규모 투자들도 중국 여행 수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해외 호텔 인수도 같은 맥락이다. 박 회장은 최근 중국 안방(安邦)보험이 보유하고 있던 미국 주요 도시의 호텔 15곳을 무려 7조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앞서 한국과 시드니 소재의 글로벌 호텔 체인 포시즌스, 샌프란시스코와 하와이에 있는 페어몬트오키드를 인수해 글로벌 호텔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전남 여수 경도 개발을 주도하면서 국내 관광 인프라 확대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자기자본(PI) 투자 등에서도 중국 여행객 증가를 테마로 한 투자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박 회장이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트립닷컴(옛 씨트립) 같은 온라인여행사(OTA)에 대한 투자를 직접 주문하기도 했다"면서 "그만큼 중국 여행 수요의 성장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대우가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얼마나 보유하고 얼마나 경영에 개입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금융회사이기 때문에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20% 이상 보유할 수 없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인수금융을 제공하는 순수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하더라도 HDC그룹과 연대해 다양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의 머릿속에는 HDC그룹과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호텔 체인, 항공, 면세점 사업 부문에서 여러 수익 창출 방안을 모색하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IB 영역에서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항공기 노후화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항공기 투자 과정에서 미래에셋대우가 항공기 직접 투자, 인수금융 등을 제공해 금융회사로서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또 아시아나항공의 물류 투자, HDC현대산업개발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 등에서도 협업이 가능하다.


박 회장은 주요 인수합병(M&A)에 경쟁자를 압도하는 '통 큰 베팅'으로 승부를 던져 성공 신화를 써 왔다. 2015년 KDB대우증권 인수 당시 2조원 내외에서 결판날 것으로 예상되던 본입찰에 2조4000억원을 베팅해 경쟁자였던 한국투자증권을 제쳤다. 4년이 지난 지금 자기자본 9조원의 국내 최대 증권사로 발돋움시켜 대규모 인수자금 때문에 '승자의 저주'에 빠질 것이라던 세간의 전망을 보기 좋게 무너뜨렸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박 회장의 베팅이 이번에도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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