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車·철강·조선, 30년전에도 '주력업종'…구조개혁 시급
경쟁력 떨어진 전통산업 구조개혁 뒷전
잠재성장률 '자유낙하'…향후 10년내 1% 추락 우려도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반도체는 언제부터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이었을까. 10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 품목 1위였던 반도체는 1992년에도 1위였다. 중간에 순위 변동은 다소 있었지만 30년 가까이 그 위치를 지켰다. 자동차ㆍ조선 등 장치산업도 반도체와 동기로, 비슷한 시기에 같이 '주력' 꼬리표를 달았다.
수십년간 우리나라는 이 산업군으로 먹고 살았지만 이젠 '유통기한'이 다 됐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난 10년동안 우리나라에선 새로운 산업이 나오기는커녕 주력 산업도 다 죽어가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명박 정부는 4대강, 박근혜 정부는 부동산,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펼쳤지만 모두 수요 진작을 위한 정부의 일시적인 정책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전세계 상장 기업의 상위 목록만 봐도 아마존, 알리바마, 텐센트 같은 IT기업 일색이다. 중국의 무역충격 여파가 미국의 러스트벨트 구역을 늘렸을 때도 IT산업 덕분에 미국에선 오히려 급여 높은 일자리가 증가했다. 산업 구조 전환이 자연스럽게 일어난 셈이다.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거제, 울산과 같은 '한국판 러스트벨트(제조업의 사양화로 불황을 맞은 지역)'는 통영, 군산, 구미, 창원 등 전국 곳곳에 있다. 기존 전통 산업은 하락세인데 새로운 먹거리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 2년6개월 동안 현 정부가 '소득주도성장'등 분배에 정책 초점을 맞추느라 '구조개혁을 통한 생산성 향상'은 뒷전으로 미룬 결과다.
구조개혁이 늦어지면서 잠재성장률은 자유낙하 중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19~2020년 잠재성장률은 2.5~2.6%. 20년 전인 2001~2005년(5.0~5.2%)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6~2020년 잠재성장률(2.7~2.8%)도 2년 전 추정치(2.8~2.9%)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잠재성장률은 자원을 최대한 활용했을 때 달성할 수 있는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로 한 나라 경제의 최대 성장 능력을 의미한다. 잠재성장률이 이처럼 낮아졌다는 것은 한국 경제가 일시적인 경기 부진이 아니라 장기적 저성장의 덫에 걸려 들었단 뜻이다. 향후 10년 내 잠재성장률 1%대를 언급하는 민간경제연구소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26년, 한국경제연구원은 2030년으로 예상했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라 생산가능인구의 감소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산업구조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구조개혁의 핵심은 규제를 없애 진입장벽을 낮추고 기술 혁신을 유도하고, 노동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울산 현대중공업과 거제 대우조선해양을 합병해 '한국조선해양'을 만드는 계획이다. '타다' 같은 신산업을 키우는 것도 또다른 축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1980년대 일본이 경제를 살리려고 재정 지출을 늘리고 기준금리를 내렸을 때 딱 하나 안 했던 게 산업 구조조정이었다"며 "이후 일본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지다가 2012년 아베 내각이 들어선 이후 전통 제조업은 버리고 지식산업을 키우면서 2013~2014년 잠재성장률도 상승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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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며 투자와 소비가 꺾여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도 한참 떨어진 1%대까지 내려앉을 가능성도 높다. 올해 초 정부가 예상한 성장률 목표 2.6~2.7%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같은 경직적 노동정책이 시행됐고,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구조개혁은 늦춰 잠재성장률 하락 속도가 더 빨라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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