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에서 기차를 기다릴 때면 기차보다 '플랫폼(platform)'이 더 눈에 들어온다. 기차역 플랫폼조차 예사롭지 않게 다가오는 건 헬스케어 업계 종사자로서 미래 예측에 대한 막막함과 기대감 때문이다.
플랫폼은 승객들이 열차를 타고 내리는 '편평한(plat) 땅(form)'이란 뜻이다. 하지만 아마존ㆍ구글ㆍ페이스북같은 메가테크 기업들에 플랫폼은 전자상거래ㆍ검색서비스ㆍ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토대를 넘어 승자가 되기 위해 각축하는 전쟁터라는 뜻이 된 지 오래다.
이들 기업은 개방형 혁신이나 공유경제같은 개념 아래 각 영역에서 플랫폼 영토를 확장해나가면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글로벌 의료기기 회사들은 '로봇 보조 수술 플랫폼' '정형외과 플랫폼' '디지털 수술 플랫폼' 등 다양한 이름으로 플랫폼 모델을 설계 중이다. 아니면 미국ㆍ유럽 규제 당국의 허가 아래 이제 막 상용화 단계에 이른 상태다. 2~3년 안에 우리나라에서도 의료기기 기업들이 치열한 플랫폼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속속 개발되는 다양하고 혁신적인 수술 지원 하드웨어 시스템은 소프트웨어의 놀라운 혁신 덕에 하나로 연결돼 수술 부위를 좀 더 선명하게 보여주는 의사의 '눈'이, 좀 더 짧은 시간 안에 최고의 임상결과를 거둘 수 있도록 돕는 의사의 '팔'이 되고 있다.
디지털 수술 플랫폼은 환자의 몸을 정확히 스캔하는 3D 첨단 이미징 기술, 정확한 수술 위치에서 최소한으로 구멍을 뚫는 비침습 수술 도우미 로봇 팔로 요약할 수 있다. 그 덕에 수술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개별 환자의 특성에 맞는 맞춤의학도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빠르게 진화하는 시장환경에 맞춰 이미 출시된 의료기기도 업그레이드를 가능하게 만드는 설계 전략까지 구축 중이다.
의료기기 회사들은 이렇게 구축한 플랫폼으로 '수술실 룰(Rule)'의 표준화를 기대하고 있다. 진료와 수술의 표준화가 개선되면 수술 경험이 부족한 저개발국가에서도 선진국의 최적화한 수술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수술실 민주화'가 가능해질 것이다. 환자에 대한 정보와 의사들의 수술 영상이 축적되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수술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특정 기업이 플랫폼을 일단 장악하면 다른 회사의 플랫폼으로 쉽게 교체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플랫폼의 선점ㆍ과점 효과 때문이다. 의료기기 회사들이 자기들만의 폐쇄적인 플랫폼을 구축하려 드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디지털 수술 플랫폼 역시 모든 사용자가 접근 가능한 공유 플랫폼이 돼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놀라운 기능의 스마트폰이 출시되고 새로운 건강 관련 애플리케이션이 선보인다. 심전도ㆍ혈압ㆍ혈당을 측정하고 저장된 개인 의료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우리나라에선 원격진료가 허용되지 않아 스마트 헬스케어 플랫폼으로서 스마트워치나 스마트폰 활용이 용이하지 않다. 하지만 하루 빨리 디지털 수술 플랫폼이 구축된 병원의 의료정보까지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개인 맞춤형 디지털 건강관리 플랫폼이 구축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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