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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방산] 연구할 땐 新기술, 전력화할 땐 舊기술…'하세월'

최종수정 2019.10.14 12:15 기사입력 2019.10.1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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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절차와 중복 검사에 전력화까지 하세월
방사청-업체 간 '갑을 구조'…묻지마 소송 남발
방산매출 2017년 급락, 기업 경쟁력 약화 우려

[위기의 방산] 연구할 땐 新기술, 전력화할 땐 舊기술…'하세월'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1970년대 기본병기 국산화를 목표로 시작된 한국의 방위산업은 지난 50년 동안 눈부시게 성장했다. 6ㆍ25전쟁 당시 제대로 된 전차 한 대 없었던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K-9 자주포와 다목적기동헬기 수리온 등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게 됐다. 객관적인 수치만 놓고 봐도 한국 방산수출은 2002년 이후 20배 이상 늘었다. 그야말로 '상전벽해' 수준이다.


하지만 실상을 놓고 보면 앞으로의 상황을 그렇게 낙관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국내 방산업체 매출액은 2016년 14조8163억원에서 2017년 12조7611억원으로 급락했고, 업체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0.5%로, 제조업 평균(7.6%)에 비해 크게 낮다. 과거의 급격한 성장이 한계에 달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방산이 국가안보와 국민경제에서 가지는 중요성을 고려하면 국가적인 차원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연구할 땐 新기술, 전력화할 땐 舊기술= 매년 정부 예산의 10% 정도를 국방비로 투입하고, 60만 군을 운용해 내수시장도 작지 않은 한국의 방산업계가 이처럼 '몰락'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몰린 이유가 뭘까. 전문가들은 우선 방산업계의 복잡한 절차와 규제를 꼽는다. '군 소요제기→중기계획→예산반영→사업착수' 과정에만 수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중간중간 각종 타당성 검토와 감사가 잇따르면서 실제 전력화까지 10~20년씩 걸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렇다보니 연구개발 당시엔 기술력이 뛰어났던 무기가 정작 군에 전력화됐을 땐 구형 무기가 된다는 지적이 많다.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일 방위사업청 국정감사에서 "타당성 검토에만 하세월"이라며 "반드시 필요한 절차를 생략해선 안되겠지만 국가안보를 위해 적기에 확보해야 할 전력은 시간을 줄여서라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무기를 획득하기 전까지 연구개발은 약 140여개, 구매는 60여개 이상의 세부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무기 선진국에 비해 훨씬 복잡하고 길다. 이는 곧 비용 증가와 업체 부담으로 이어져 방산업계의 경쟁력을 하향평준화 시킬 가능성이 높다. 방사청은 이처럼 비효율적인 절차를 줄이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안을 마련 중이지만 좀처럼 해답은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1일 국군의 날을 맞아 대구 공군기지(제11전투비행단)에서 열린 '제71주년 국군의 날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K-9 자주포를 살펴보고 있다./대구=사진공동취재단

지난 1일 국군의 날을 맞아 대구 공군기지(제11전투비행단)에서 열린 '제71주년 국군의 날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K-9 자주포를 살펴보고 있다./대구=사진공동취재단


◆'유사 갑질'에 우는 방산업계…묻지마 소송도=방사청과 업체간의 '갑-을' 관계 형성으로 인한 보수적인 문화와 규제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방위산업은 국가가 거의 유일한 수요자이기 때문에 정부와 군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 수년 동안 방위산업에 '비리' 프레임이 씌어지는 바람에 사사건건 감사원의 감사와 검찰 고발이 남발했고, 이는 과도한 지체상금과 사기저하로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방산이 이 프레임 속에 갇혀 지난 수년 동안 엄청 고생을 했다"며 "그 사이에 자살한 사람도 있고 국민정서도 매우 나빠졌지만 정작 재판에 가보니 무죄율이 50%나 됐다. 무죄가 많다는 건 (정부가) 그만큼 과장해서 들여다봤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 감사원 사무총장 출신인 왕정홍 방사청장이 취임하면서 올해 감사원의 무분별한 감사가 대폭 줄었지만 보다 구조적인 시스템이 자리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산업계에 불어닥친 '칼바람'에 보수적이고 몸을 사리는 문화가 자리잡다 보니 웃지 못할 일도 생긴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방사청은 지난 5년간 민간로펌에 60억원을 내고 방산업체를 상대로 21건의 소송전을 벌였지만 모두 패소했다. 공무원들이 업체와 다툼이 생길 때마다 사전중재 노력 없이 기계적으로 무리한 사건에서도 소송을 남발했고, 민간 로펌이 패소하면 이를 책임회피 수단으로 삼았다는 지적이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업체는 업무에 차질을 빚었고, 소송비용으로는 수십억의 혈세가 낭비됐다. 최 의원은 "승소한 상대 기업이 소송 과정에서 차질을 빚을 것을 알면서 (방사청은) 지는 소송에 고액으로 로펌을 수임한 것"이라며 "일종의 유사 갑질"이라고 지적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국감에서 "통제 위주의 시스템에 '갑'과 '을'의 권력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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