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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동요 개사 논란 속 中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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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길가에서 동전 한닢을 주웠네. 경찰 아저씨한테 가져다 줬네. 경찰아저씨는 나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네. 나는 기쁘게 말하네. 아저씨 안녕."


반세기 넘게 중국에서 어린이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동요 '1펀치엔'(一分錢)의 가사다. 이 가사에 등장하는 동전 한닢의 단위는 1펀(分)이다. 1위안(약 170원)의 100분의 1에 해당하는 동전으로 지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 동요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한 초등학교 음악교과서에서 제목과 가사가 '1펀치엔'에서 '1위안치엔'으로 바뀌어 등장했고, 이 내용은 SNS를 통해 네티즌 사이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재밌는 것은 개사를 두고 팽팽한 찬반 논쟁이 붙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어린이들에게 동전 한닢의 개념을 1펀으로 이해시키기엔 무리가 있어 개사가 적정하다는 평가가 있는반면 물가상승이 동요에까지 반영돼 씁쓸하다는 한탄도 나온다. 정부의 실패한 물가관리 정책이 동요를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비판도 나온다. 동요의 초점이 얼마의 동전을 주웠느냐에 있는게 아닌 만큼 굳이 동전의 단위를 바꿔서 고전을 훼손할 필요가 있냐는 반대 여론도 있다. 얼마 후에는 모바일 결제가 대부분인 시대상을 반영해 어린이가 주운 것이 동전 한닢이 아닌 한장의 결제 QR 코드가 돼야 하는게 아니냐는 조소섞인 농담도 들린다.


동요를 둘러싼 논란은 때마침 최근 중국에서 돼지고기 가격 상승으로 식탁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는 와중에 가운데 나왔다. 중국 경제에 활력이 떨어져 소득은 큰 변화가 없지만 하루가 다르게 식탁 물가가 뛰고 있어 서민 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인한 돼지고기 가격 급등 현상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지난 8월 중국의 식품물가 상승률은 10%에 달했다. 같은기간 비식품물가 상승률이 1.1%에 불과한 것과 대조적이다.

두 세달 사이에 돼지고기 가격이 두배 가량 오르다 보니 대체재가 될 수 있는 다른 육류 가격이 덩달아 올랐고 이는 가계에 직격탄을 날리며 서민들의 불만이 급증하고 있다. 돼지고기 가격 급등을 제어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상황 통제가 여의치 않아 적어도 내년 설 연휴까지는 가격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당장 먹거리 가격 상승을 걱정해야할판에 중국에서 쏟아지고 있는 고가의 신형 스마트폰 모델들은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잇달아 신제품 출시를 하는 시기인 만큼 IT 기기에 관심이 많은 중국 젊은이들의 대화는 돼지고기 가격 급등에서 자연스럽게 최신 스마트폰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결론은 "모두 너무 비싸다"다.


애플이 지난 13일부터 중국에서 '아이폰11 시리즈'의 가격을 대폭 낮춰 중국에서 예약판매를 시작했지만 64GB 제품의 경우 가격이 5499위안(약 92만원)으로 대략 중국 평균 월 임금의 1∼1.3배다.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경쟁하는 폴더블폰 역시 일반 스마트폰 가격의 몇 배에 형성되는 탓에 일반 중국인들에게는 넘을수 없는 벽이다.


물가상승률이 반영된 동요 개사를 두고 확산되고 있는 논쟁은 어쩌면 물가상승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민심에서 나온 불만 표출일수도 있다. 커지고 있는 빈부 격차에서 서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돼지고기 파동과 고가 스마트폰 논란으로 더 커지고 있다는 방증일수도 있다.


중국 최고 지도부들이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중국 경제는 실제로 안정적이고 통제 가능할까. 적어도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 상황과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제와의 온도차가 극명한 것은 분명하다.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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