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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아베, 앞으로도 늘 역사에 발목 잡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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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선임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1일 개각을 단행했다. 아베 정권의 제4차 개각이다. 이번에 발탁된 각료들 역시 '예스맨' 일색이다. 향후 한일 관계에서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모테기 도시미쓰 신임 외무상은 징용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 협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13일 주장했다. 아베 총리의 판박이다.

경제산업상으로 발탁된 스가와라 잇슈는 개헌 추진 극우 단체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에서 활동하며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에 대해 인정한 '고노담화'를 부정한 극우 인사다. '다 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의원 모임'의 회원이기도 한 그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케 한 안보법제에 찬성했다.


하시모토 세이코 올림픽상은 12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도쿄올림픽 경기장에 '욱일기' 반입을 금지토록 요구하는 것과 관련해 "욱일기가 정치적 의미에서 결코 선전물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각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정권이 실행하려는 정책에 걸맞은 인물을 선택하기 위함이다. 여기에 더해 정권의 정점을 향한 구심력 높이기도 개각 목적 가운데 하나다.

내각책임제인 일본의 경우 각료 인사는 총리가 결정한다. 따라서 개각 시기만 되면 총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잦아든다. 이렇게 해서 예스맨 집단이 탄생하는 것이다. 아베 정권의 개각 의도는 조기 레임덕을 막고 일본을 '전쟁가능한 국가'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개헌 추진에 나서며 한국과 '역사전쟁'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아베 정권의 도발은 대중문화 매체를 통해서도 지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일본 공영방송 NHK는 자국 근대화 시기의 실업가 시부사와 에이이치(1840~1931)의 생애를 오는 2021년 방송할 대하드라마 소재로 확정했다고 9일 발표했다.


시부사와는 '근대 일본 경제의 아버지'로 불리지만 일제의 한반도 경제 침탈에서 선봉에 선 자다. 이토 히로부미(1841~1909)의 절친이기도 했던 그는 한반도에서 유통된 첫 근대적 지폐에도 등장해 우리에게 치욕을 안겨줬다.


NHK의 인기 대하드라마 주인공으로 시부사와가 간택된 것은 아베 정권의 역사수정주의 선전이나 다름없다. 일본인들만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그들만의 영웅적이고 애국적인 전설과 역사를 매력적으로 보여줘 아베 정권의 지향점이 옳은 길임을 광고하겠다는 속셈이다. 이는 그릇된 국가의식이나 국민정체성 형성에 한몫하게 마련이다.


그래서인가, 일본인들의 여론에 무시 못할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일간 니혼게이자이신문과 TV도쿄의 11~12일 전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베 총리가 2021년 9월 자민당 총재 임기 만료 전까지 개헌 국민투표를 하고 싶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반대'한다고 밝힌 응답자는 32%다. 무려 58%가 '찬성'했다.


지난 7월 조사결과와 비교하면 '찬성' 비율이 6%포인트 늘었으나 '반대' 비율은 정체했다. 게다가 전후 세대일수록 개헌에 적극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한일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온 이는 양국의 보통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번 개각에서 극우사관을 지닌 인물들이 중용됨으로써 한일 관계는 한층 악화할 게 뻔하다.


아베 총리는 개각 당일 오후 개헌이야말로 자민당 창당 이래의 '비원(悲願)'이라고 천명했다. 자기는 역사를 진심으로 대한 적이 없다는 고백과 다름없다. 그러니 앞으로도 늘 역사에 발목을 잡히게 될 것이다.




이진수 선임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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