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에 몰린 존슨, 닭 사진까지…英 브렉시트 1면 보도 살펴보니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코너에 몰린 보리스 존슨 총리가 3차례 하원에 패배했다.(일간 가디언)" "존슨 총리가 하원의 더블 강타로 코너에 몰렸다.(파이낸셜타임스·FT)" "그는 단지 이길 수 없었을 뿐이다.(메트로)"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지지세력을 등에 업고 취임한 영국의 존슨 총리가 내각 출범 50일도 채 안 돼 3연속 의회에 무릎을 꿇자 대다수 현지 언론들은 5일자(현지시간) 1면 헤드라인으로 '코너에 몰린 존슨'을 뽑았다.
가디언, FT, 메트로 등 현지 언론들은 보도상황을 종합하면서 존슨 총리의 패배, 굴욕에 초점을 맞췄다. 4일 오후 영국 하원이 브렉시트 시한을 3개월 늦추는 내용의 이른바 '노딜(No Deal) 브렉시트 방지법안'을 찬성 327표, 반대 299표로 가결한데 이어, 존슨 총리가 상정한 조기총선 동의안도 거부하자 이를 '3연속 패배' '주도권 상실'로 강조한 것이다.
가디언은 1면 기사로 "존슨 총리가 3차례 하원에 패배했다"고 보도했다. FT는 전날 하원이 존슨 총리 취임 후 첫 의회 표결에서 브렉시트 의사일정 주도권을 확보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존슨 총리는 1894년 얼 로즈베리 이후 처음으로 하원 첫 표결에서 패한 총리로 기록됐다. 반기를 든 보수당 의원들을 대규모 제명하면서 정권 기반은 더 약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집권 보수당 의원들마저 그에 맞서며 존슨 내각의 입지가 더 좁이질 것이라는 분석도 더해졌다.
아이(i) 역시 "하원에 패배한 날 총리는 코너에 몰렸다"는 제목과 함께 존슨 총리가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를 공격하면서 '닭'에 비유했다고도 언급했다. 더선 역시 이 같은 발언에 주목해 코빈 대표와 닭의 사진을 합성한 이미지를 1면에 내세웠다. 이 신문은 "영국에서 가장 위험한 치킨인가?"라는 헤드라인을 달았다.
존슨 총리는 이날 하원에서 "내가 볼 수 있는 표백된 닭은 단 한마리뿐이다. 저기 의석에 앉아있다"며 코빈 대표를 '염소로 표백된 닭(Chlorinated Chicken)'에 빗대 눈길을 끌었다. 현지언론들은 유럽 내 식품기준이 항생제, 표백제 사용을 제한하는 반면 미국은 그렇지 않다며 존슨 총리가 평소 미국과 무역협상을 하고 싶어하는 자신에게 코빈 대표가 '표백된 닭을 먹고싶느냐'고 언급해온 것을 비꼰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타임스는 존슨 총리가 의회에서 다시 한번 얻어맞는 날이었다면서 "조기총선을 강행하기 위해 점점 더 필사적인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메트로는 "단지 그는 이길 수 없었을 뿐"이라는 헤드라인과 함께 하원에서 언성을 높이고 있는 존슨의 사진을 담았다.
야권을 비롯한 노딜 저지파는 의회 정회가 예정된 다음 주 초 이전까지 노딜 방지법안이 상원을 통과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후 하원 승인과 여왕 재가를 거치면 정식 법률로 효력을 갖게 된다. 영국 상원에 법안 거부 권한이 없고 승인 또는 수정이라는 선택지만 있음을 감안할 때 브렉시트 시한이 내년 1월 말로 연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노딜 가능성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의회 정회 이전에 입법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할 경우 노딜 방지법안은 자동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상원 내 브렉시트 지지파는 무려 86개 개정안을 상정하며 일종의 지연전략에 돌입했다. 또 다른 현지 언론은 수정안이 100여개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브렉시트 지지자들이 일종의 필리버스터를 통해 법안 통과를 저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되는 이유다. 상원의 경우 모든 수정안을 개별적으로 토론, 표결하고 있다. 이에 맞서 노 딜 저지파는 수정안 부결을 위한 순번표를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저들에게는 시간이, 우리에겐 머릿수가 무기"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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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존슨 총리는 다시 조기총선 동의안을 상정할 수 있다는 입장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이번 조기총선 표결에서 기권한 노동당, 자유민주당의 입장 변화가 관건이다. 코빈 대표는 "노딜 방지법안이 정식법률이 돼 노딜 위험이 사라지면 총선 개최를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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