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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교수님, 정의란 무엇입니까" 2030, 대자보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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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 '90년대생' 대자보 통해 조 후보자 성토
트위터 등 SNS 파급력 강하지만, 휘발성 강해
하얀 전지에 검정색 매직으로 손 글씨 진정성 엿보여

부산대 재학생이 23일 오후 부산대 정문 인근 담벼락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특혜와 관련된 의전원 교수 2명과 대학 측에 해명을 요구하는 대자보를 붙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부산대 재학생이 23일 오후 부산대 정문 인근 담벼락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특혜와 관련된 의전원 교수 2명과 대학 측에 해명을 요구하는 대자보를 붙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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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조국 교수님, 정의란 무엇입니까" , "학우 여러분 안녕들하십니까"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28)씨 대학 부정입학 의혹 등을 둘러싼 파문이 커지는 가운데 대학가에서는 대자보를 통해 이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초반출생), '90년대생'(1990~1999년 출생)으로 스마트폰을 통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를 통해서도 의견을 공유할 수 있지만,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으로 나와 대자보를 작성, 학우들과 해당 파문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SNS는 파급력이 좋지만 휘발성이 강하고 하얀 전지에 검정색 매직으로 쓴 아날로그 형식의 대자보가 진정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2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캠퍼스 후문에는 '그래서 안녕들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대자보를 붙인 이는 자신을 고려대 컴퓨터학과 14학번 명훈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자보를 통해 "지금 이 순간에도 새벽 공기를 마시며 논문을 써내려 가는 대학원생들이여, 도대체 당신은 고작 2주짜리 랩 인턴은 왜 안 했습니까?"라고 물었다.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에서 학생들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에서 학생들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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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가수 싸이의 노래 '아버지' 가사 일부를 인용해 조 후보자 의혹 논란을 비판한 대자보도 등장했다.


대자보에는 "학교 외에 학원 과외 다른 아빠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고자 무엇이든지 다 해줘야 해"라는 가사를 인용해 "법무부장관 후보자 자녀의 고려대학교 입학과정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부산대와 단국대 학생들도 대자보를 내걸었다. 부산대 학생들은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 고쳐 매지 마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공동대자보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또 대자보를 통해 의혹에 연루된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두 명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단국대 법학과 19학번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기회는 불평등했고 과정은 불공정했다. 그런데 후보자님이 장관으로서 만들 대한민국은 정의롭겠는가"는 내용이 담긴 대자보를 내걸었다.


23일 오후 부산대 정문 인근 담벼락에 붙은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딸 특혜와 관련된 의전원 교수 2명과 대학 측에 해명을 요구하는 대자보. 재학생 등 모두 441명이 연대 서명에 동참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23일 오후 부산대 정문 인근 담벼락에 붙은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딸 특혜와 관련된 의전원 교수 2명과 대학 측에 해명을 요구하는 대자보. 재학생 등 모두 441명이 연대 서명에 동참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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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에도 대자보가 붙었다. 27일 서울대 중앙도서관 터널에는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작성자는 자신을 'K'라고 썼다.


K씨는 조 후보자 의혹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그간 대자보 내용과 달리, 연일 쏟아지는 조 후보자에 대한 비판 그 의도에 대해 물었다.


그는 "조 후보를 향해 외치는 정의는 과연 어떤 정의냐"면서 "'우리보다 손쉽게' 대학에 입학했고 장학금을 받았으며 의전원까지 다닌 조 후보자의 딸에 대한 우리의 분노를 두고 '청년 세대의 정의감'을 얘기하기에는, 우리가 못 본 체했으며 모른 체 해온, 최소한의 사회적 정의도 제대로 누려보지 못한 '청년들'이 너무나 많지 않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저 또한 조 후보자가 자녀 문제에 대해 보인 태도를 비판하며 철저한 반성을 촉구한다"며 조 후보를 비호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다만 "조 후보 딸의 용이했던 스펙 쌓기와 커리어 관리를 두고 우리가 차마 촛불을 들지 않을 수 없는 거악이라고 한다면, 우리가 그동안 손쉽게 참아온 거악이 너무나 많은 것 아니냐"고 물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꾸려진 인사청문회 준비단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꾸려진 인사청문회 준비단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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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자보를 통해 진상규명 촉구하는 것을 두고 학생들은 진정성이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20대 대학생 A 씨는 "대자보에 쓰여진 글을 보면 작성자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또 퇴고하는 등 일종의 자기 주장 생각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파급력이 강한 SNS도 좋지만, 특정 주제에 대해 주장하는 것은 여전히 대자보가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20대 재학생 B 씨는 "대자보를 볼 때 주변에 학우가 있다면 토론도 할 수 있는데, SNS 등 익명 토론이 가능한 온라인보다 수준 높은 토론이 가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최근 조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대화하는 것은 인터넷 보다 오프라인이 더 생산적 토론이 가능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SNS에서 느낄 수 없는 일종의 진정성이 대자보에는 있다고 봤다. 한 사회학 관계자는 "트위터 등 SNS 공간에서는 하루 수천, 수만개의 글이 쏟아진다"면서 "이렇다보니 의견 자체 파급력은 있어도 전달력은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대자보의 경우 게시판 앞에 사람들이 몰리며 자연스럽게 얼굴을 보고 토론을 한다, 이런 생각들이 또 다른 누군가와 토론으로 확장 공유하면서 전달력과 진정성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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